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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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무한도전', 무엇을 남겼나

D.H.Jung 2010. 12. 19.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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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이니까 가능했던 미션들

"역시 '무한도전'이야." 굳이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이 말 한 마디면 충분하다. 그만큼 '무한도전'은 하나의 대중문화 아이콘이 되어 있다. '나비효과 특집'이 그렇다. 사실 지구온난화가 어떤 방식으로 지구를 위협하는지를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는 것과 체험하는 것은 다르다. '나비효과 특집'은 어떻게 에어컨을 틀면 그것이 북극의 얼음을 녹이고 그 녹은 물이 몰디브를 잠기게 하는가를 예능의 눈으로 확인하게 해주었다.

이것은 어찌 보면 시시콜콜하고 상식적인 것들도(사실은 매우 중대한 사안들조차 말로만 전달되었을 때는 이렇게 치부되어버린다) '무한도전'이라는 실험실 속에 들어가면 특별해지는 이유다. 말하는 사람들은 많아도 행동하는 이는 적고,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은 많아도 그걸 몸소 체험을 통해 느끼는 이는 드물다. "역시 '무한도전'이야"하는 말에는 '무한도전'이니까 가능한 이 경험들이 들어있다. 2010년 '무한도전' 역시 그랬다.

연초에 방영되었던 '복싱특집'은 WBC세계 챔피언 최현미 선수와 일본의 도전자 쓰바사 선수와의 패자 없는 아름다운 승부를 담아냈다. 흔히 한일전이라고 하면 그저 무조건 이기고 본다는 식의 시각이 아니라, '최선을 다하는 자가 최고'라는 '무한도전' 정신을 두 아름다운 소녀들의 드라마틱한 경기를 통해 보여주었다.

'죄와 길' 특집에서 벌칙으로 수행되었던 '알래스카에서 김상덕씨 찾기'는 '깨알 같은' 아이템들에 왜 '무한도전'이 과감히 뛰어드는 지를 말해준 미션이었다. 누군가 툭 던진 말 한 마디가 실제로 미션으로 제시되고 그 결과가 보여지는 곳, 그곳이 바로 '무한도전'이기 때문이다. 이로써 '무한도전'이라는 세계는 우리가 상상만 하던 것이 실제로 눈앞에 도전으로 제시되는 그런 세계라는 걸 각인시켰다.

몇 년을 거쳐 오면서 어쩌면 당연하다고 여겨졌을 미션들의 내용을 찬찬히 상기해보면 실제와 맞닿아있는 '무한도전'의 놀라운 결과물들을 만날 수 있다. 다이어트를 하면 실제로 몰라볼 정도로 살을 빼고, 달력 모델을 미션으로 부여받아 만들어낸 달력이 한 달만에 80만부 이상 팔려나가며, 대한민국을 알리는 비빔밥 광고가 만들어져 뉴욕 스퀘어 가든 전광판에 광고되는 세계. 그것이 '무한도전'이다.

장기 프로젝트로 시청자들을 감동시켰던 '프로레슬링 특집'은 한 때 쇼라고 여겨지며 몰락의 길을 걸어간 프로레슬링의 세계를 '무한도전' 특유의 몸의 미학으로 재조명해주었다. 그저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몸을 던지고 부딪치는 기술들을 보여줌으로써 프로레슬링만이 줄 수 있는 감동을 맛보게 해주었다. 이것은 또한 쇼가 아닌 진짜 실제 상황으로 뛰어 들어가는 (프로레슬링을 그대로 빼닮은) '무한도전'이 왜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지를 알게 해준 미션이었다.

한편 '텔레파시' 특집은 어떤 공통의 기억을 통해 이루어지는 공감의 힘을 느끼게 해줌으로써 소통이 왜 중요한가를 느끼게 해주었다. 늘 손에 들려진 휴대폰으로 원하는 이와 즉각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시대에 소통이란 이미 일상이 되었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 소중함을 잊기 마련이다. '무한도전'은 통신수단이 거세된 멤버들이 서로를 만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장면을 통해 그 소중함을 다시 일깨웠다. 역시 '무한도전'이기에 가능한 미션이었다.

'무한도전'의 이 많은 미션들은 공통적으로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고 그 연결고리의 공감을 통해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에둘러 말해주고 있다. 1년이 지났고, '무한도전'은 또 한 살을 먹었지만 이런 공감과 공존의 태도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우리는 연결된 존재이기에 '무한도전'의 이런 시도들은 사회 전체로 퍼져나갈 것이다. 마치 '나비효과'처럼. 한 해 동안 고마웠고 또 한 해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