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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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케이블은 승승장구, 지상파는 지지부진 왜?

D.H.Jung 2010. 12. 25.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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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K2'에서 '영애씨', '야차'까지 무시못할 케이블 저력

지상파에서 금요일은 피해가야 할 편성 시간대로 인식된다. 주5일 근무제로 금요일부터 주말을 즐기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시청률은 평소의 반으로 뚝 떨어진다. SBS는 그 빈 땅(?)을 차지하려고 과거 금요일에 두 시간 연속으로 유일하게 드라마를 편성하는 파격을 보였지만 그다지 좋은 성과를 얻지 못했다. 결국 드라마 편성은 폐지되고 좀 더 캐주얼한 교양 프로그램이나 예능 프로그램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현재까지 지상파의 금요일 시청률 성적표는 고만고만하다. 일일드라마나 뉴스를 빼놓고 지상파 금요일 시청률은 10%대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케이블은 다르다. 엠넷에서 방영된 '슈퍼스타K2'는 금요일 밤의 풍경을 바꿔놓았다. 시청자들은 이 손에 땀을 쥐게 만들고 때론 울컥 감동까지 주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삼삼오오 TV앞에 모여들었다. 케이블 사상 전무후무한 14%대의 시청률을 기록한 이 프로그램은 금요일의 시청 패턴까지 흔들어놓았다. 굳이 그저 그렇게 편성된 지상파를 보느니 완성도 높은 케이블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

OCN에서 금요일 밤 12시에 방영되고 있는 '야차'는 드라마판 '슈퍼스타K'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여놓은 드라마. 첫 회에서 최고시청률 3.5%를 기록했다. 케이블 드라마로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케이블이라서 가능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장면들에 영상과 대본에 있어서의 완성도를 더했기 때문이다. '야차'는 미드 '스파르타쿠스'의 감각적인 영상을 조선시대 버전으로 보는 것만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살점이 날아가고 피가 튀는 장면들조차 지극히 자극적이지만, 그 자극적인 장면들을 영상에 담는 방식은 대단히 미적이다.

tvN에서 금요일 밤 10시에 편성된 '원스 어폰어타임 인 생초리'는 김병욱 사단이 만들었다는 입소문을 타고 처음부터 화제가 되었다. 첫 방송에서 분당 최고 시청률 2.3%를 기록한 이 시트콤은 김병욱 사단 특유의 톡톡 튀는 캐릭터가 연일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고 있다. 일주일에 한 편을 한다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빨리 빨리' 금요일이 오기를 기다리게 만드는 시트콤이다.

시즌8이라는 대단한 기록을 갖고 있는 '막돼먹은 영애씨'도 금요일 밤 11시 tvN에서 방영된다. 최초의 시즌제 드라마인데다, 다큐드라마라는 독특한 형식도 이례적인 이 드라마는, 확실한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다. 시즌8의 첫 방 시청률은 역시 2.19%. 과거 1% 넘기기 힘들던 케이블 시청률을 생각해보면 대단히 높은 시청률이라고 할 수 있다.

지상파가 금요일 밤을 전전긍긍할 때, 케이블이 그 빈자리를 파고들고 있다. 이렇게 된 것은 금요일이라는 독특한 시간대 때문이기도 하다. 금요일은 다른 요일과 달리 좀 더 적극적으로 찾아보는 시청자들에 의해 프로그램의 성패가 갈리는 시간대다. 관성적인 시청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보다 확실한 콘텐츠 경쟁력이 있다면 오히려 기회의 시간대가 되는 셈이다. 이것은 지상파에도 똑같은 기회로 작용한다. 'MBC스페셜'이 다큐로서는 예외적으로 꾸준히 10%대의 시청률을 차지하고, '아마존의 눈물'은 20%대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것에도 금요일이라는 시간대는 분명 작용을 했을 것이다.

'슈퍼스타K2'의 이례적인 성공 역시 어쩌면 금요일이라는 시간대가 중요했다고 보여진다. 그러고 보면 금요일은 케이블로서는 지상파와의 어떤 장벽이 한껏 낮아지는 그런 마법의 시간대인 셈이다. 그리고 이런 패턴이 점점 고착화되면 금요일이라는 작은 틈새를 비집고 케이블이 지상파의 아성을 파고드는 상황은 그리 비현실적인 일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