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의 중심에 선 노래, 2011년은?
2010년은 대중문화에 있어서 노래로 기억되는 한 해였다. 카라와 소녀시대로 촉발된 제2의 한류와, '슈퍼스타K2'에 대한 폭발적인 대중들의 반응은 우리네 노래가 가진 잠재적 힘이 어떤 비등점을 넘어서는 징후처럼 보였다. 기획사의 아이돌 그룹들이 그저 그런 포장을 뜯어내고 실력으로 무장한 채 해외시장을 넘나들 때, 다른 한 편에서는 대중들에 의한 대중들을 위한 대중들의 스타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무대 위에 올라 노래를 불렀다. 한쪽은 대중들이 열광할만한 '잘 만들어진' 가수들이었다면, 다른 한쪽은 대중들이 '만들어가는' 가수들이었다.
아이돌 그룹들은 그 품 안에 10대에서부터 중장년까지를 끌어안으면서 세대를 통합시키고,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아시아를 넘어 남미 중동 유럽까지 공감의 공간을 확장시켰다. 엄마와 딸이 손을 잡고 콘서트장에 함께 가고, 국내 팬클럽 회원들이 해외의 팬클럽과 모여 함께 아이돌 그룹을 연호하는 장면은 이제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한편 '슈퍼스타K2'는 현란한 무대와 춤, 그리고 디지털 사운드로 점철된 가요계에 아날로그적인 노래 그 자체가 주는 감동을 복원시켰다. 이제 노래를 들으면 누구나 "제 점수는요"하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대중들의 귀를 즐겁게 회복시킨 프로그램, 바로 '슈퍼스타K2'였다.
노래가 가진 힘은 예능으로 그대로 이어졌다. '남자의 자격'은 하모니 팀을 꾸리면서 각각의 소리들이 만나 하나의 화음으로 이어지는 감동의 스토리를 들려주었다. 또 '놀러와'에서는 추억의 세시봉 친구들이 출연해 토크쇼와 노래의 앙상블을 보여주었다. 이미 예능 프로그램에 가수들의 진출이 일반화되면서, 예능과 노래의 만남은 이미 예정된 수순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단지 개인기 수준이 아닌 프로그램 자체에 어떤 깊은 감성을 만들어낸 것은 2010년의 새 경향이었다. 이렇게 된 것은 예능의 키워드로서 웃음만이 아닌 '공감'이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노래는 감성적으로 대중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최대의 기폭제가 되었다.
한편 노래 자체를 소재로 하는 드라마들이 많이 등장한 것도 2010년 대중문화의 한 특징이었다. '나는 전설이다'는 록밴드와 아줌마 정서를 연결시켰고, '글로리아'는 밤무대 가수와 서민정서가 만났으며, '매리는 외박중'에서는 인디 밴드와 히피적이고 자유로운 청춘의 정서가 어우러졌다. 노래는 드라마를 고조시키고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자양분이 되었다. 탑, 박유천. 최시원 같은 가수들의 드라마 출연은 이제 일상화되었고, 이제는 '드림하이' 같은 가수와 드라마의 온전한 만남이 이루어지는 드라마가 제작되고 있다. 잘 만난 노래와 드라마는 마치 OST처럼 대중들을 매료시키는 조합이 되었다.
감미로운 노래로 가득했던 2010년. 그렇다면 2011년에는 어떤 흐름이 이어질까. 먼저 2010년 가요계의 두 흐름, 즉 아이돌의 약진과 '슈퍼스타K2' 같은 일반인의 오디션 프로그램은 가요계의 새로운 메인 스트림을 예고한다. 소셜 네트워크의 폭발로 인해 아이돌 그룹의 해외진출은 시공간의 장벽을 허물었다. 카라와 소녀시대가 국내에서 활동하면서 동시에 해외활동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지구촌화된 미디어의 영향이 크다. 기획사는 바로 이런 변화를 수용해가면서 글로컬(글로벌+로컬)한 활동을 지향할 것으로 보인다. 제2의 카라와 제2의 소녀시대는 이제 언제든 나올 수 있는 환경이다.
한편 '슈퍼스타K2'는 이제 신인 발굴이 기획사의 전유물에서 이제 좀 더 공개적인 형태의 방송 프로그램화되어가는 경향을 보여준다. 허각은 대중들이 뽑은 슈퍼스타K지만 그렇게 그가 뽑힌 연후에 나가야될 길은 기획사 가수들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 '위대한 탄생'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계속 방영됨으로써 신인 발굴이 좀 더 이벤트화되고 대중들이 참여하게 되는 경향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이런 신인들의 등용문으로서 오디션 프로그램이 자리함으로써 가요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아이유처럼 가창력에 대한 집중도가 더 높아지고, 좀 더 다양한 장르에 대중들의 관심이 돌려진 것은 그 변화의 단적인 예다.
방송 프로그램과 음악의 결합은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세시봉으로 촉발된 옛 가수들의 예능출연은 이미 예고된 상태고, 그들을 통해 어쿠스틱한 감성이 음악을 타고 안방까지 전해질 전망이다. 가수들의 드라마 진출은 '드림하이'로 상징되는 것처럼 이제 보다 일반화될 것이다. '성균관 스캔들' 박유천의 성공사례는 가수가 연기도 하고, 그 드라마에 OST로 참여하는 식으로 드라마와 가요의 경계를 허물어갈 것으로 보인다. '슈퍼스타K3'는 이제 좀 더 안정적인 형태로 대중들에게 어필할 가능성이 높고, '남자의 자격'에서 준비하고 있는 '하모니 시즌2'는 이 코너의 정규화 또한 예상하게 만든다. 2010년만큼 2011년에도 음악은 무대에서는 물론이고 프로그램 속에서도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2011년 대중문화에서 주목되는 것은 소셜 네트워크와의 결합이다. 2010년 대중문화에서 폭발력을 가졌던 프로그램들의 밑바탕에 소셜 네트워크가 있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슈퍼스타K2'가 그랬고, '남자의 자격-하모니편'이나 '놀러와-세시봉'이 그랬다. 방송이 끝나고도 우리는 이들 동영상들을 재확인하며 그 감동을 이어나갔다. 가수들의 해외진출이 소셜 네트워크와 만나 폭발력을 갖게 된 것처럼 방송 프로그램들은 저마다 소셜 네트워크와의 결합을 통해 시너지를 넓힐 것이다. 노래로 즐거웠고 그 노래의 감성적인 힘은 소셜 미디어를 타고 번져나갔다. 이것은 또한 2011년 대중문화의 한 특징으로 자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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