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쇼에서도 호흡 척척 맞는 마빡이와 갈빡이
‘상상플러스’에 출연한 마빡이 정종철과 갈갈이 박준형. 무를 갈고 이마를 때리는 몸 개그의 시조이자 달인인 이들은 무대가 아닌 토크쇼에서 개그맨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다. 옥동자에서 마빡이로 한없이 망가지며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주었던 정종철. 그리고 갈갈이에서부터 시작해 현재의 갈빡이까지 수많은 캐릭터로 웃음을 주었던 박준형. 그러나 인생 자체도 웃음이 떠나지 않을 것 같은 이들이 입을 연 것은 자신들의 실패담이었다.
“차마 스스로는 얘기하기 그럴 것”이라며 대신 박준형이 말해준 정종철의 외모에 얽힌 수난과 성공은 그것 자체가 개그맨의 존재를 말해준다. 외모 때문에 초등시절에는 짝에게, 중등시절에는 교회의 누나에게 수모를 겪고 심지어는 음식점에서도 외모 때문에 채용되지 않았던 사연을 공개했다. 결국 주방에서만 일한다는 조건으로 채용된 냉면집에서, 주방장이 되는 이야기는 악조건을 웃음으로 한 바탕 뒤집는 정종철의 타고난 개그맨 기질을 말해주었다.
이어진 박준형의 이야기는 8번 개그맨 시험에서 떨어진 사연. 모기 먹는 들쥐를 준비해간 박준형 앞에는 수달을 해버린 심현섭이 있었고, 수다맨 강성범의 수다를 이길 방법이 없었다고 박준형은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종철이 단 한 번에 시험을 통과한 것이 억울하다며 “그 시험을 볼 때 정종철이 문 열고 들어오자 심사위원들이 웃었다”는 사연을 털어놓기도 했다. 외모 이야기에서 눈물을 글썽이기까지 한 정종철과 그런 정종철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개그로 풀어낸 박준형은 그들의 개그가 저 힘겨운 눈물과 노력에서부터 비롯된다는 걸 보여준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이 둘이 보여준 환상의 호흡. 토크쇼에서 흔히 그러하듯이 주로 자신의 이야기를 저 혼자 떠들고 듣는 것이 아니라, 마치 무대개그처럼 호흡을 맞춰 얘기했다는 것이다. ‘갈갈이 패밀리와 드라큐라’의 남기남 감독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마치 입을 맞춘 것처럼 척척 대화로 이야기를 재연해 보였다. 박준형의 상황 제시에 반사적으로 정종철의 성대모사를 통한 완벽재연이 척척 맞아떨어진 것. 왠만한 호흡이 아니면 맞추기 어려운 걸 마치 입에 붙은 것처럼 해나가는 이들에게서 무대개그에서 비롯된 팀워크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방학특집으로 기획된 이 날 ‘세대공감 읽기’게임에 들어가서도 이런 호흡은 여전했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게재된 시를 정확한 발음에 따라 끝까지 먼저 읽는 이가 이기는 이 게임에서 정종철이 한 구절 한 구절 읽어나갈 때마다, 마치 버릇처럼 나오는 박준형의 “좋아, 좋아”하는 추임새는 이들 개그맨들이 최고 위치에 오르게 된 이유를 설명하기에 충분했다. 정종철은 박준형 특유의 너스레가 만들어놓는 상황 속에서 무한히 자신의 기량을 만끽하고, 박준형은 끊임없이 거기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완벽한 호흡은 또한 무대개그가 갖는 어려운 현실을 반증하는 결과다. 칼날 같은 무대 위에서 혼자 서기보다는 함께 서로를 북돋으며 세우는 것은 어쩌면 개그맨이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인지도 모른다. “처음 마빡이를 할 때 2회 째가 더 부담이었다. 그것은 이 코너가 단명할 거라는 예상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때 준형이 형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 이렇게 말하는 정종철의 눈이 축축한 것은 바로 그 때문이 아닐까.
마빡이와 갈빡이의 꿈은 어린이들을 위한 영화를 만드는 회사를 차리는 것. ‘옥동캅’을 준비하다가 ‘마빡이’가 뜨는 바람에 ‘마빡캅’을 생각하고 있다는 이들에게서 그 꿈이 멀지 많은 않게 느껴지는 건, 어려움을 오히려 장점으로 바꾸는 개그맨 특유의 기질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모쪼록 꿈이 이루어져 웃음에도 철학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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