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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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민수’가 보여주는 연예계의 현실

D.H.Jung 2007. 1. 12.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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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국이 별을 쏘고싶었던 이유

단 두 차례 방영됐을 뿐인데 이토록 관심을 받는 개그 코너가 있을까. 바로 ‘개그야’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자리잡고 있는 ‘최국의 별을 쏘다’이다. 이 코너로 이른바 가장 뜬 개그맨은 조원석. 그가 맡은 죄민수라는 역할 때문이다. 2003년 SBS 7기 공채 개그맨으로 시작해 ‘웃찾사’를 거쳤지만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다가 이 코너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것이다.

왜 뜬 건 죄민수 역할의 조원석인데, 코너 제목은 ‘최국의 별을 쏘다’냐고 이들에게 묻는다면 아마도 “아무 이유 없어!”할 것이다. 그래도 굳이 이유를 따져보자면 이 코너가 버라이어티 쇼를 패러디하고 있기 때문에 그 쇼의 제목 정도로 이해할 수 있겠다. 하지만 최국이라는 개그맨의 범상치 않은 이력을 보자면 그 제목이 더 심상찮게 느껴진다.

최국은 2001년 SBS 6기 공채 개그맨으로 시작했으니 벌써 방송에 몸담은 지 햇수로 7년째이지만 개그맨으로도 방송인으로도 스포트라이트를 별로 받아보지 못했다. 그는 ‘MBC 스포츠 매거진’, ‘MBC 찾아라 맛있는 TV’ 등에서 리포터로 활동했고, 개그로 돌아온 것은 2003년도 ‘KBS 개그콘서트’의 ‘미션 임파서블’이란 코너를 통해서다. SBS 공채개그맨으로 시작했지만 ‘KBS 개그콘서트’에서 개그맨으로 처음 활동했고, 드디어 ‘MBC 개그야’에서 주목받은 셈이니 7년 연예계 세월이 쉽지만은 않았을 터. 왜 별을 쏘고 싶지 않았겠는가.

이 코너는 최민수라는 과거 카리스마의 아이콘을 죄민수라는 우스운 캐릭터가 패러디하고 있지만 좀 넓게 보면 그 꼬집는 대상은 연예계라고 볼 수 있다. 얼굴로는 마빡이에 버금가는 죄민수라는 캐릭터가 등장해 다짜고짜 매력과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인 양 행동한다. 죄민수의 생김새와 행동거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예의 없고 거만한 행동들은 물론 실제 연예인과는 다른, 과장된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 차이에서 비롯되는 웃음은, 연예인이라는 이 시대의 새로운 권력을 꼬집을 때 나오는 유쾌함에서 비롯된다.

죄민수는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한다. “아무 이유 없어!”, “이거 이거 손짓 하나에 다 넘어가는구만.”, “스타가 되고 싶나? 그럼 나처럼 생기던가!”, “어머니 감사합니다. 남들보다 쉽게 먹고살아요.” 이 대사들은 기존의 연예인에 대한 관념을 모두 뒤집는 것으로 여기에 죄민수의 특출난(?) 외모와 과장된 연기가 곁들여지면 폭소가 유발된다. 스타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어떤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사실은 ‘아무 이유가 없고’, 손짓 하나에 다 넘어간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런 그들의 생각과 말이 우습게만 보인다. 게다가 실력은 뒷전에 외모 하나로 뜨기도 하는 연예계 세태를 꼬집는 데선 가히 넘어간다. 심지어 가끔씩 최국이 질문을 할 때 죄민수가 답변은 안 하고, “MC계의 쓰레기!”라는 엉뚱한 말을 할 때는 알 수 없는 카타르시스마저 느끼게 된다.

하지만 연예계의 스타들에게 권력을 부여한 것은 바로 그들을 추종하는 팬들. 이것이 양희성이라는 과거의 카리스마를 좇는 여성 캐릭터의 존재 이유다. 코너 속에서는 헤어진 연인이지만, 이 팬을 대표하는(?) 것처럼 보이는 인물은 죄민수에게 “역시 여자를 갖고 놀 줄 알아.”, “여자의 마음을 얼렸다 녹였다 하는 이 삼한사온 같은 자식!”하면서 과장되게 추종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거만하게 행동하는 죄민수를 보다 못해 “이 거지같은 놈.” 하고 무언가 결별할 것 같은 분위기를 띄우다가, “내가 더러워서 갖는다.”하는 식으로 다시 죄민수로 돌아간다. 이것은 팬과 스타간의 애증적 관계를 패러디한 것은 아닐까.

죄민수, 조원석이 일약 스타덤에 오른 현재도, 최국은 여전히 그 옆자리에서 묵묵히 ‘별을 쏘고’ 있다. 아마도 연예계에서 최국 같은 인물들은 이미 뜬 스타들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기꺼이 그림자 역할을 해주는 최국 같은 이들이 있어 스타들을 빛나게 한다. 변방이 있기에 중심도 있는 것이다. 저 영화 ‘라디오 스타’가 말하듯 별은 저 혼자 빛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