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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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격', 윤학원 리더십, 돋보이는 이유

D.H.Jung 2011. 9. 28.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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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학원을 통해 보는 진정한 카리스마

'남자의 자격'(사진출처:KBS)

"김태원 감독님이 얼마나 열심히 하시는지 제가 가르치면서도 소위 은혜를 받습니다." 지휘자 윤학원은 '남자의 자격' 청춘합창단의 합숙 특훈에 참여해 특별지도를 하기 전에 먼저 청춘합창단의 지휘자인 김태원을 언급했다. 제자인 김태원을 추켜세워 주고 또 그 자리에서 자신과 김태원의 역할을 명확히 한 것이다.

"야외라 잘 안 들리니까 다 지르고 있어요. 좀 좁히고 둥글게 앉았으면 좋겠습니다... 야외에서 하는 건 참 힘든 겁니다. 마라토너가 모래주머니를 차고 연습하는 거랑 비슷한 거죠. 아마 여기서 연습하고 홀에 들어가면 더 멋있게 들릴 거예요." 경륜이 묻어나는 격려가 이어진 후, 본격적인 교정에 들어갔다. "첫 음이 맞으려면 호흡을 맞춰야 합니다." "부딪치는 음을 화성을 쓰려면 음량이 같아야 합니다." "어린이처럼 노래하시면 안돼죠. 모음이 둥글게. 모음이 연결이 돼야 되요. 소리가 울리게 하기 위해서." "세 분의 목소리가 다 달라요. 하나로 만들어야 되요."

윤학원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배려가 배어 있다. 하지만 그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마치 놓치지 않겠다는 듯 모든 합창단원들은 귀 기울여 듣는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소리가 변해간다. 이것은 작년 '남자의 자격' 하모니를 이끌었던 박칼린과는 또 다른 카리스마다. 박칼린은 부드럽게 가다가도 때론 폭풍처럼 밀어붙이기도 하면서 단원들을 이끌었지만 청춘합창단은 이미 고령의 어르신들을 모시고 있기 때문에 이런 지도 방식은 애초부터 가능한 게 아니었다. 물론 윤학원 지휘자 역시 칠순을 넘긴 나이지만.

하지만 윤학원은 굳이 호통을 치거나 경쟁심을 자극하지 않고도 조화로운 하모니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무려 50년을 지휘해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경륜에서 묻어나는 카리스마다. 소프라노를 얘기하며 "높아지면 겸손해져야 합니다"라는 말은 노래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윤학원 스스로 그런 태도가 몸에 배어 있다는 것은 한 분 한 분을 지목할 때마다 꼭 '선생님'이라고 붙이는 데서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틈틈이 김태원 감독에 대한 배려를 놓치지 않는다. "저는 지휘를 50년 했어요. 김 감독은 지휘를 이제 석 달. 이 정도면 아주 잘 하시는 겁니다. 박수 한 번 해주세요." 또 늦게까지 열정을 보이는 단원들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는다. "힘드시지 않으세요 괜찮으세요? 대단하시네요. 허허허" '코스모스'라는 가사의 '으' 모음이 어렵다고 하자 이경규가 "다른 꽃으로 바꾸자"고 한 얘기에 '코스모스'가 가진 특별한 이미지를 언급한다. 결국 김태원이 가사를 아주 잘 썼다는 칭찬이다. 윤학원 특유의 자신을 낮추고 단원과 김태원을 배려하는 지휘는 결국 합창단 스스로 더 조화로운 목소리를 내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작년 1월 '아침마당'에는 지휘자 함신익과 윤학원이 나와 지휘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당시 함신익은 윤학원 선생을 자신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인물로 꼽았는데 그가 해준 지휘자의 카리스마에 대한 이야기는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지휘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말이 카리스마입니다. 카리스마는 지휘자에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지휘자는 카리스마가 있어서는 안됩니다. 예전에는 지휘자의 고압적인 모습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같이 가야 하는 시대입니다. 그들이 서로 듣고, 서로 알게 하고, 그들의 카리스마가 나오도록 해야 합니다. 지휘자는 그들이 카리스마를 내도록 도와주는 역할에 불과합니다." 항상 뒤에 서서 단원들과 제자 김태원을 돋보이게 만드는 윤학원 리더십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