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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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의 재인', 힘내요, 김영광 선수

D.H.Jung 2011. 11. 26.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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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박한 진심의 드라마, '영광의 재인'

'영광의 재인'(사진출처:KBS)

강은경 작가의 작품은 사필귀정, 권선징악의 드라마다. 그래서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 한 편의 동화나 만화 같은 느낌을 주는 건 그 때문이다. '제빵왕 김탁구'와 '영광의 재인'은 이란성쌍둥이 같은 작품이다. 어린 시절 주인공은 한 절대악에 의해 운명의 머나먼 여정으로 내쳐지고, 그 주인공은 마치 연어가 회귀하듯 제자리로 돌아온다. 그 과정에는 일련의 미션이 놓여져 있다. 선과 악은 미션을 두고 대결을 벌이고, 먼 여정을 끝낸 주인공이 제자리로 돌아올 때, 정의는 결국 승리하게 된다.

어찌 보면 지나치게 정형화되어있고 전통적이라고 할 정도로 이야기 구조는 눈에 보인다. 하지만 왜일까. 이 단순한 이야기 속에서도 마음이 꿈틀대고, 측은지심이 생겨나고 주인공을 결국은 응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은. 어떤 면으로는 과장되어 있다는 것이 눈에 띌 정도로 전면에 드러나지만 그래도 그 과장된 설정이 우리의 마음을 쿵쾅대게 만드는 것은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

'제빵왕 김탁구'가 시대를 과거로 돌려 빵이라는 온기를 통해 성장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특유의 대결 이야기로 풀어냈다면, '영광의 재인'은 현재 당면한 청춘들의 현실 문제를 끌어들인다. 그것은 태생적으로 모든 스펙이 결정되고 성장의 사다리가 막혀버린 세상에 던져진 청춘들이 어떻게 세상과 맞서느냐는 문제다. 김영광(천정명) 선수의 아버지가 운전기사였다는 사실과, 어릴 적 버려진 윤재인(박민영)이 간호조무사로 등장한다는 점은 이들의 낮은 태생(?)을 에둘러 말해준다. 그래서 그들은 이 드라마의 절대악으로 등장하는 서재명(손창민)으로부터 "겨우 운전기사 아들 주제에"라는 말이나, "간호조무사 주제에'라는 막말을 듣는 존재들이 된다.

바로 이 현실을 자극하는 설정이 먼저 시청자들의 눈을 붙잡는다. 하지만 판타지는 바로 그 현실 위에 세워진다. 지극히 가난하고 평범한 이 두 사람은 성실과 끈기 그리고 무엇보다 그 선한 마음이라는 덕목으로 차츰 이 고된 사다리를 척척 올라간다. 거대그룹에 들어가기 위한 입사시험은 문제를 풀어야 고개 하나를 넘을 수 있는 사실상 동화 속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대로 가져온다. 어쩌면 이미 결정된 게임이지만(이 드라마는 사필귀정의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래도 그 결과를 확인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특히 저 서재명 같은 절대악이 김영광 선수를 무시하고 권력으로 밟아대면 댈수록 그가 무너지는 꼴을 보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드라마의 극적 장치들이 온통 동원된다. 사실은 아니지만 남매라고 알고 있어 사랑할 수 없는 운명을 아파하고 있는 두 사람, 남편의 숨겨둔 딸로 오인해 한없이 미워했지만 알고 보니 그 남편이 버렸다는 걸 알게 되고 죄책감에 시달리는 아내, 한없이 까칠하게 굴지만 사실은 깊은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고통 받고 있는 아들, 그리고 그를 유일하게 마음 편안하게 해주는 여자, 삼각관계, 출생의 비밀을 갖고 병원에서 수십 년만에 깨어난 여자 등등. 이런 장치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평이한 장면 속에도 그 내면에 흐르는 감정의 기류를 느낄 수 있게 만든다.

물론 '영광의 재인'의 이러한 수많은 극적 장치들은 자칫 인위적이고 식상한 드라마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인상을 줄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광의 재인'에 눈을 빼앗기게 되는 건, 이 드라마가 보여주려는 그 선의 때문이다. 가진 것 없고, 심지어 가족도 없이 방황하다 김영광의 집에 들어와 유사가족의 기쁨을 만끽하는 재인의 행복을 우리는 확인하고 싶어 하는 것이고, 뭐 하나 없어도 정정당당함과 패기만으로 당당히 성공하는 김영광의 고군분투를 응원하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는 작금의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자그마한 위안이 느껴진다. 세상의 수많은 김영광 선수들에게 보내는 진심. 힘내요. 김영광 선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