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수', 노래자랑이 아닌 쇼인 이유
'나는 가수다'(사진출처:MBC)
'나는 가수다'에서 막춤을 추면 1등이다? 그 첫 번째 물꼬를 연 가수는 김범수였다. '얼굴 없는 가수'였던 그는 남진의 '님과 함께'를 부르면서 박명수와 함께 춤을 추었다. 어딘지 막춤에 가까운 듯, 한편으로는 코믹하게 보이는 김범수의 춤은 관객을 열광시켰다. 청중평가단은 그에게 1위의 영광을 안겼다. 바비킴은 초반 부진한 성적을 내다가 신촌블루스의 '골목길'을 부르면서 1위를 차지했다. 이때 바비킴 역시 춤을 췄다. 그 후로 바비킴의 어딘지 술 한 잔 걸치고 덩실덩실 추는 듯한 그 막춤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다.
그리고 그 춤의 바톤은 김경호가 물려받았다. 김경호는 박미경의 '이유 같지 않은 이유'를 부르며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며 추는 예상치 못한 춤으로 관객들을 미치게 만들었다. 긴 머리를 찰랑찰랑 흔들고, 어딘지 수줍은 듯한 몸 동작은 폭발적인 가창력과 반전을 이루면서 그를 단박에 '국민언니(?)'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제는 윤민수다. 조금은 과도한 감정이입의 창법으로 일관해오던 그는 ADD 4의 '빗속의 여인'을 부르며 마치 비장의 카드를 꺼내듯 춤을 꺼내들었다. 그의 개다리춤은 청중들을 열광케 만들었고 그는 꿈에도 그리던 1위를 처음으로 차지하게 되었다.
어찌 보면 춤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멋있다기보다는 웃음을 주는 이들의 막춤에 도대체 어떤 힘이 숨겨져 있어 추기만 하면 1등을 거머쥐게 만드는 걸까. 이것은 '나는 가수다'의 무대가 이제 어느 정도 대중들에게 익숙해졌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처음 이소라가 무대에 올라 '바람이 분다'를 조용히 불렀을 때, 눈물을 주르륵 흘리던 관객들은 진심이 담긴 노래가 가진 힘을 '나는 가수다'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회를 거듭하면서 '나는 가수다' 무대에 이제 청중들은 적응이 된 상태다. 그들은 노래를 잘한다. 그 사실은 처음엔 놀라웠지만 지금은 당연한 어떤 것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그렇게 노래만 잘 하는 줄 알았던 가수가 춤을 추면 어떨까. 물론 '얼굴 없는 가수'라고까지 불리던 그들이 추는 춤이니 거기서 프로페셔널한 멋진 춤을 기대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딘지 어색하고 어눌하지만 춤을 통해 뭔가 다른 걸 보여준다는 그 자체가 중요하다. 그것은 단지 자신의 가창력을 뽐내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청중들을 위해 아낌없이 자신을 내던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윤민수가 '빗속의 여인'의 첫 소절을 막 끝냈을 때 인순이가 한 말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드디어 쇼를 점점 알아가기 시작하는군요."
'나는 가수다'는 때론 성대대결이라고 부를 정도로 질러대는 고음과 소름끼치는 가창력의 대결 양상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인순이가 말하는 것처럼 '쇼'를 보여주려는 가수들이 있었다. '가창력 자랑(?)'에 지친 청중들에게 쇼는 흥겹고 즐거우면서도 그 자체가 가수들의 자신의 노래를 들어주는 청중들에 대한 헌사라는 기분 좋은 인상을 만들었다. 물론 막춤과 순위가 어떤 하나의 법칙처럼 상관관계를 갖는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의 가창력을 뽐내는 무대에서 한 발 뒤로 물러서 온전히 그 무대가 청중들을 위한 것이라는 '쇼'가 가진 인상이 주는 긍정적인 효과를 무시할 순 없을 것 같다.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이 지칭하듯, 가수의 또 다른 정체성은 못하거나 어울리지 않아도 청중을 위해 기꺼이 쇼를 할 수 있는 그 마음가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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