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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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L 코리아', 어떻게 콩트를 살렸을까

D.H.Jung 2011. 12. 7.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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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L 코리아', 콩트를 살린 라이브의 힘

'SNL코리아'(사진출처:tvN)

많은 사람들이 콩트 코미디는 이제 한 물 갔다고들 말한다. 리얼리티 예능이 대세가 된 시대에, 어딘지 대본에 의해 짜여진 설정 코미디가 구식의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저 최고의 예능 시청률을 자랑하는 '개그콘서트'가 콩트 코미디라는 사실은 이러한 생각이 편견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말해준다. 다만 콩트 코미디를 어떤 방식으로 보여주느냐 하는 것만이 다를 뿐이다.

'개그콘서트'는 무대라는 공간에서 편집의 칼날 위에 경쟁하는 시스템을 통해 선별되어 보여지기 때문에 재미있다. 과거처럼 경쟁 없이 짜여진 대본대로 한 코너 한 코너 세트에서 촬영되어 보여주었다면 재미는 상당히 반감될 가능성이 높다. 즉 같은 콩트 코미디라고 해도 그것을 어떻게 포장하고 경쟁력 있게 시스템을 갖추느냐에 따라 재미는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tvN에서 새롭게 시작된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코리아(이하 SNL 코리아)'는 그 유명한 NBC의 대표 코미디쇼인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의 한국 버전이다. 아마도 AFKN 세대들이 토요일 밤이면 그 낯선 영어에도 불구하고 짧은 코미디가 주는 재미에 빠져 봤을 그 프로그램이다. 그 날의 게스트가 나와 이 프로그램의 고정 크루(고정출연자들)와 함께 여러 콩트 코미디를 보여준다. 버라이어티쇼적인 특징이 있기 때문에 간간히 초대 가수의 노래가 이어지고 콩트 영상물이 들어가며 특유의 시사 코미디도 덧붙여진다. 물론 원조 SNL은 야한 농담과 설정들도 상당 부분 들어가 있다.

특유의 재즈적인 배경음악이 주는 뉴요커 스타일은 이 프로그램의 세련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또한 그 날의 게스트가 있기 때문에 그가 연기하는 콩트 코미디에 대한 집중도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SNL 코리아'의 첫 회가 성공적이었던 데는 김주혁이라는 연기자의 전혀 다른 결(한없이 망가지는)을 이 콩트 코미디 속에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김주혁은 공포에 질려버리는 정신과 의사에서부터, 화장실이 급해 어쩔 줄 몰라 하는 남자, 여장 남자, 전장에서 간접광고를 진지하게 하는 배우, 스티브 잡스를 흉내 낸 휴대폰 대리점 사장 등등 다양한 역할로의 변신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흥미로운 부분은 이 버라이어티쇼가 '라이브'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이 즉시성은 마치 연극에서 그 순간에 휘발되는 시간에 더 몰입되는 것처럼, 시청자들의 시선을 더 빨아들이는 힘이 있다. 게다가 이 특별한 쇼의 카메라는 무대 위만을 비추는 것이 아니라 무대 바깥과 세트를 그대로 다 보여주고, 때로는 이쪽 세트에서 저쪽 세트로 넘어가는 김주혁의 모습을 그대로 노출해 보여준다. 라이브의 느낌을 더 강화하는 것이다.

이 라이브의 힘은 그래서 그 안에 이뤄지는 콩트 코미디에 더 깊은 집중도를 살려준다. 콩트 코미디는 물론 짜여진 대본이 있지만, 그것이 연기되는 것은 연극처럼 즉시성의 리얼리티를 갖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라이브의 특징인 실수와 의외의 상황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향후 그런 일들은 오히려 이 프로그램만의 매력으로 자리할 가능성이 더 높다.

결과적으로 'SNL 코리아'가 콩트 코미디를 살린 것은 바로 그 특유의 연출 스타일과 게스트가 참여한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라이브라는 효과 덕분으로 볼 수 있다. 안타깝게도 점점 사라져가는 콩트 코미디물을 생각해보면 이를 성공적으로 재구성해 보여준 'SNL 코리아'가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 콩트 코미디는 죽지 않았다. 다만 시대에 맞는 옷을 입지 못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