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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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쇼로 주병진만이 할 수 있는 것

D.H.Jung 2011. 12. 8.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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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병진 토크 콘서트', 무엇이 강점일까

'주병진 토크 콘서트'(사진출처:MBC)

굳이 '주병진 토크 콘서트'라고 주병진이라는 MC의 색깔을 명확히 한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1인 토크쇼가 그러하듯이 그 1인만이 할 수 있는 독특한 색깔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그렇다면 토크쇼에서 주병진만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얼까.

주병진을 흔히 '코미디계의 신사'로 부른다. 양복 차림에 또박또박 정확한 발음을 찾아서 하는 멘트, 매너 있는 게스트에 대한 배려 같은 것이 그에게는 몸에 배어있다. 그래서 토크쇼를 보면 시끄럽다기보다는 차분한 것이 특징이다. 좀 더 진솔한 이야기를 끄집어내는데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물론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웃음의 포인트들이 있다. 이것은 '신사 같은' 주병진이 그러한 태도와 매너를 살짝 벗어나는 지점에서 나온다. 첫 손님으로 나온 박찬호가 말실수로 "야"라고 하자, 그것을 그대로 받아치며 "우리 편하게 하자고."하면서 짐짓 반말로 진행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식이다. 매너 바깥으로 살짝 벗어나며 의외의 모습을 보여줄 때 그 이완에서 웃음이 터져 나온다.

토크쇼지만, 앉아서 이야기만 하는 그런 토크쇼는 아니다. 주병진은 첫 방송에서 박찬호와 함께 무대 위에서 공을 던져 속도 대결을 벌이기도 했다. 방청객 두 명을 불러서 공을 던지게 하고 그 속도를 합쳐 160킬로가 넘으면 선물을 주는 이벤트도 펼쳤다. 이런 말이 아닌 몸으로 보여주는 코너는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토크쇼에 생동감을 부여한다. 주병진은 '일밤' 시절부터 코미디로 잔뼈가 굵은 코미디언이다. 즉 상황에 대한 즉각적인 연기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즉석에서 만들어지는 자잘한 이벤트적 상황에 대한 뛰어난 그의 대처능력은 현장에서 생겨나는 돌발적인 순간의 재미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차치하고라도 주병진만이 토크쇼를 통해 할 수 있는 것은 비연예인 게스트를 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과거에도 몇몇 비연예인 게스트를 초대하는 토크쇼들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이런 토크쇼가 거의 사라진 것이 사실이다. 유일한 비연예인 게스트를 포용하는 토크쇼가 '무릎팍 도사'였지만, 이마저 사라져버린 상황. '주병진 토크 콘서트'는 그 없어져가는 명맥을 이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물론 연예인이 출연하지 않는다는 게 아니다. 또 비연예인 게스트가 출연한다고 해서 연예인만큼의 재미를 담보하지 못한다는 것도 아니다. 즉 연예인이든, 비연예인 게스트든 똑같이 포용해 주병진식의 재미와 의미를 끄집어내는 것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것은 최근 비슷비슷한 연예인 게스트들의 반복 출연으로 식상해진 토크쇼를 생각해보면 '주병진 토크 콘서트'가 갖는 최대의 차별점이자 강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

토크쇼는 그 형식에 의해 사실상 게스트의 폭도 정해진다. '주병진 토크 콘서트'는 주병진 특유의 신사 이미지와 점잖으면서도 때론 확실히 망가지며 웃음을 만들어내는 상황 코미디의 강점을 부각시켜서, 사실상 누구든 그 게스트 자리에 앉을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놓았다. 그것이 정치인이든, 경제인이든, 스포츠 스타든 아니면 연예인이거나 심지어 일반인이든 활짝 문호가 열려진 토크쇼. 그러면서도 확실한 웃음의 포인트를 잃지 않는 토크쇼. 이것이 주병진만이 할 수 있는 토크쇼, '주병진 토크 콘서트'의 강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