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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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12살 박명수가 짠한 이유

D.H.Jung 2011. 12. 1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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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옛 놀이에서 배려를 발견하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무한도전'은 왜 12살 박명수의 시간대로 되돌아갔을까. 그 시간에서 도대체 무엇을 찾으려는 걸까. 그것은 유재석이 초반에 설명했듯이 '잃어버린 명수의 추억 만들어주기'가 목적이다. 즉 이 상황극은 어린 시절 '혼자 놀았던' 박명수가 스스로는 "행복했다"고 말하지만 '함께 놀았다면' 더 행복했을 거라는 전제하에 옛 놀이를 하는 콘셉트로 꾸며졌다.

이름만 들어도 반가운 다방구, 오징어 놀이, 동대문을 열어라,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한 발뛰기, 지우개 따먹기 등등의 게임이 거론되거나 재현됐다. 여기서 박명수는 계속해서 "아무래도 혼자 노는 게 더 재밌는 거 같아"라는 말을 반복하고, 유재석은 그런 박명수를 달래서 "같이 노는 게 더 재밌어"하고 놀이에 끼워 넣는다.

땅바닥에 금 하나만 그으면 하루 종일 재밌게 놀 수 있었던 아날로그 옛 놀이가 가진 가치는 그 편의성 때문만은 아니다. 거기에는 누구든 하고 싶으면 함께 노는 것이 가능했던 옛 놀이의 훈훈한 가치가 들어있다. 잘 놀지 못하는 박명수를 위해 한 발 뛰기 놀이에서 다른 친구들보다 한 발 더 뛰게 해주는 식은 아날로그 옛 놀이의 이러한 '함께 하는 가치'를 잘 드러내준다.

사실 '깍두기'라는 존재는 옛 놀이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균형자(?)'의 역할을 했다. 즉 편을 나눴을 때, 한쪽이 좀 기운다 싶으면 조금 못하는 친구를 '깍두기'로 붙여주는 식으로 양 편의 균형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조금 잘 놀지 못하는 친구라고 해서 '왕따'가 되어버리는 작금의 현실과는 사뭇 다른 방식이다. 당시만 해도 자신이 놀이를 잘 못한다고 여기는 친구는 스스로 깍두기를 자처하기도 했으니까.

모든 길이 아스팔트로 뒤덮이고(어느 순간 길은 자동차를 위한 길이 되어버렸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던 방과 후 시간이 온통 학원생활로 채워지면서 이러한 옛 놀이가 가진 '친구의 개념'은 무색해졌다. 게다가 디지털 시대로 넘어오면서 놀이는 이제 컴퓨터 게임으로 대체되었다. 함께 노는 문화가 아니라 각자 혼자 노는 문화가 되었고, 심지어 친구들끼리 모여도 각자 컴퓨터 게임을 하는 쿨한 세태가 보편화되었다.

'명수는 12살'편은 조금은 소박하지만 그래서 때로는 서로 싸우기도 하고 누군가를 울리기도 했지만 그 속에서도 '함께 하는 친구'라는 가치를 잊지 않았던 옛 놀이를 끄집어내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물론 이 과거로 돌아간 어린(?) '무한도전' 멤버들의 상황극 놀이가 주는 웃음이 가장 큰 목적이지만, 그 웃음 뒤편에 놓여진 따뜻한 정감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박명수는 스스로 밝혔듯이 어린 시절 좀 많이 당했던 캐릭터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명수는 12살'편에도 초반부터 그를 피하는 다른 친구들의 모습이 연출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끝까지 같이 놀이에 끼워주려 하는 유재석 같은 친구도 있었다는 것이 지금과는 다른 옛 정서다. 물론 과거로 회귀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그 훈훈했던 옛 놀이의 추억이 그리워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배려 가득한 옛놀이에서, 그 놀이를 함께 하는 박명수의 모습이 더욱 짠해지는 건 그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