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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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보다 드라마를 더 많이 본 이유

D.H.Jung 2012. 8. 6.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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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에 대한 대중들의 달라진 인식 반영

 

올림픽 방송의 시청률이 예전 같지 않다. 물론 순수하게 경기 시청률만 계산하면 다르다. AGB닐슨의 자료에 의하면 남자 양궁 개인전에서 김법민이 참가한 8강전이 29.1%로 전체 올림픽 방송 시청률 1위를 차지했고 오진혁이 금메달을 딴 결승전이 23.3%로 2위라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그 순수 경기 시청률을 의미하는 것일 뿐, 프로그램의 전체 시청률을 얘기해주는 건 아니다.

 

'각시탈'(사진출처:KBS)

올림픽 방송의 지금까지의 시청률 추이를 보면 거의 10% 초반대에 머물러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개막식이 있었던 지난 7월28일 MBC의 <런던올림픽 2012>가 10.4%로 최고 올림픽 방송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같은 날 방송된 <닥터진>은 오히려 선전해 13.7%의 높은 시청률을 거뒀다. 이렇게 올림픽 시즌이지만 오히려 정규 방송 중에 두각을 나타낸 프로그램들이 있다.

 

29일 올림픽 방송 최고 시청률은 KBS의 <여기는 런던 2부(11.8%)>였지만 이날 <개그콘서트>는 20%, <해피선데이>는 14.6%의 시청률을 냈다. 올림픽 시즌치고는 꽤 괜찮은 성과로 볼 수 있다. 올림픽 방송이 비슷한 10%대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동안 30일과 31일 <골든타임>은 12%와 14.2%의 높은 시청률을 냈다. 8월1일 방영된 <각시탈>은 무려 18%의 시청률을 거뒀다.

 

물론 이 수치들은 올림픽 방송으로 인해 경쟁 프로그램들이 결방되면서 집중된 결과이기도 하다. <해피선데이>는 경쟁 프로그램인 <일요일이 좋다>가 없었기 때문에 선방할 수 있었던 것이고, <각시탈> 역시 <유령> 같은 경쟁작이 없었기에 높은 시청률이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시즌이 거의 모든 방송사의 프로그램 분위기를 올림픽으로 몰아가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이런 정규방송의 시청률은 의미가 있다고 보여진다.

 

올림픽 방송의 특성 상 관심이 가는 경기(예를 들어 금메달 결정전 같은)에 대한 집중도는 높지만 그렇다고 그 예선 경기까지 전부 챙겨보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올림픽 방송은 순간 시청률은 높을 수 있지만 지속적인 시청률은 높지 않을 수 있다. 방송3사가 서로 다른 경기들을 편성하게 되면 시청자들은 끊임없이 채널을 돌려가며 보게 된다. 시청률이 분산되는 이유다.

 

하지만 이런 이유 이외에도 올림픽 같은 국가 스포츠에 대한 우리의 달라진 정서도 한 몫을 차지하는 것 같다. 과거에 88올림픽이나 2002 월드컵 같은 국가 스포츠는 온 국민이 한 사람의 화살을 쳐다보고, 탁구공에 집중하고, 상대방을 넘어뜨리는 유도 기술을 바라보거나, 발끝에 닿는 축구공 하나에 시선을 모으는 일들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다. 물론 이것은 지금도 그다지 다르지 않다. 하지만 확실히 그 강도는 달라진 것 같다. 사람들은 여전히 경기 결과에 관심을 가지지만, 그렇다고 그 시간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려 하지는 않는 것 같다.

 

적어도 본방을 못 챙기면 재방을 통해 확인하면 된다는 정서는 국가 스포츠에 대한 달라진 국민정서를 말해주는 것 같다. 올림픽으로 인해 결말을 나중에 봐야만 하는 <신사의 품격>이나 <유령> 같은 작품에 대한 대중들의 아쉬움은 에둘러 이런 정서를 잘 표현해주고 있다. 올림픽의 재미만큼 정규방송에 대한 갈증도 깊어지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