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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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닝맨'의 유재석, 예능 한류 열 것인가

D.H.Jung 2013. 2. 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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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해진 <런닝맨>, 달리지 못할 곳이 없다

 

공항을 가득 메운 팬들, 일일이 한글로 적은 응원의 글들과 광장을 가득 메운 인파, 어디든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고 때론 스스럼없이 함께 게임에 참여하는 모습, 심지어 이광수처럼 기린 캐릭터를 따라하는 코스프레와 프로그램에서 잠깐 나왔던 이지송을 따라 부르는 장면까지... 한류의 풍경으로는 낯설지 않다. 하지만 예능 프로그램에는 발견하기 힘들었던 <런닝맨>에 대한 이 해외의 팬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런닝맨'(사진출처:SBS)

<런닝맨>이 아시아 레이스라는 글로벌하게 마련한 특집에서 보여준 해외 팬들의 출연 멤버들에 대한 사랑은 각별해보였다. 특히 이광수의 인기는 상상 이상이었다. 공항을 나오자마자 팬들은 그의 이름을 연호하기 시작했고 이광수는 답례하듯 특유의 춤을 선사하기도 했다. 송지효와 개리의 월요커플, 능력자 김종국, 하로로 하하, “필! 촉!”을 외치면 “크로스”라고 따라하는 팬들. 무엇보다 유재석은 아시아에서도 유느님이었다. 어떻게 이런 반응이 가능했던 걸까.

 

물론 사전에 <런닝맨>이 온다는 정보를 알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게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이들이 보여준 <런닝맨>에 대한 깊은 관심이다. 그들은 캐릭터는 물론이고 프로그램을 속속들이 꿰고 있었고 심지어 함께 참여하는 게임에도 익숙하게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것은 <런닝맨>을 빼놓지 않고 시청하기 전에는 나올 수 없는 반응이다.

 

이런 반응이 가능해진 것은 역시 유튜브 같은 SNS의 위력이다. 과거 <프리즌 브레이크> 같은 미드 열풍으로 “석호필”을 연호했던 우리들의 모습이 거기에는 그대로 들어있다. 미국에서 방영되자마자 누군가에 의해 자막이 달린 드라마가 국내에서도 볼 수 있었듯이, 지금 우리네 인기 프로그램도 해외 팬들에게 똑같이 그네들의 자막이 달린 채 회자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유튜브에 올라온 <런닝맨> 영상들을 보면 그 자막이 꽤나 섬세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유독 <런닝맨>에 이런 열광이 생기는 데는 이 프로그램이 가진 특별한 이유가 있다. 먼저 게임이라는 만국 공통의 소재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일견 몸으로 주로 부딪치는 게임이 단순해 보일 때도 있지만(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바로 그 단순함이 해외 팬들에게도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거기에 <런닝맨> 특유의 캐릭터들이 얹어지자 팬덤이 생겨날 수 있었다.

 

유재석은 그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다. 이미 <X맨>에서부터 <패밀리가 떴다>을 거쳐 <런닝맨>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게임 버라이어티쇼의 계보는 그 안에 반복적으로 출연해왔던 유재석과 몇몇 인물들(이를 테면 김종국 같은)을 해외 팬들의 뇌리에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무한도전> 역시 해외에서 인기 있는 예능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그러니 유재석 사단이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캐릭터들과 익숙한 게임 버라이어티쇼가 하나의 맥락을 만들었던 것은 당연한 일일 게다.

 

이번 <런닝맨> 아시아 레이스 특집은 그간 동남아에서 펼쳐졌던 몇몇 미션들을 통해 조금씩 그 낌새를 보였던 예능 한류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무엇보다 마카오의 피셔맨 워프에서 팬들을 만나고, 마카오 타워 233미터에서의 번지점프 같은 미션과 마치 서울에서 부산으로 달려가듯 마카오에서 베트남으로 장소를 이동하는 일련의 움직임은 <런닝맨>의 무대가 이제 글로벌하게 열렸다는 자신감을 보여주었다.

 

영화, 드라마에 이어 K팝까지 영역이 넓혀진 한류에 예능이라고 못할 건 뭔가. 특히 우리네 예능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리얼 버라이어티(해외의 리얼리티쇼와는 다른 연예인 캐릭터쇼)는 몸으로 부딪쳐 보여준다는 점에서 예능 한류의 가능성이 가장 많은 형식이다. 유재석을 필두로 <런닝맨>은 과연 그 길을 열어줄 것인가. 적어도 이제 이 글로벌해진 예능이 달리지 못할 곳은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