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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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의 여신', 이상우는 왜 존재감이 없을까

D.H.Jung 2013. 10. 15.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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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우의 캐릭터가 매력이 없는 이유

 

잘 생겼다. 얼굴은 미소년이지만 몸매는 짐승남이다. 그래서인지 그가 출연하는 드라마에는 유독 그의 벗은 몸을 드러내는 장면들이 자주 등장한다. 그리고 그런 장면은 여지없이 그 드라마의 홍보 포인트로 잡혀 대중들에게 알려진다. 하지만 그 뿐이다. 이상우는 꽤 괜찮은 드라마에 다수 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연기자로서 그다지 확고한 존재감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이번 그가 출연하고 있는 <결혼의 여신>에서도 마찬가지다.

 

'결혼의 여신(사진출처:SBS)'

<결혼의 여신>에서 그가 연기하는 김현우라는 캐릭터는 초반에만 해도 송지혜(남상미)와 여행에서 우연히 만나 급속도로 사랑에 빠지는 역할로서 거의 주연으로서의 분명한 비중이 있어 보였다. 하지만 지금 현재의 드라마 상황을 보면 그를 더 이상 주연이라 말하기 어려워졌다. 13일에 방영된 32회만 보면 그가 출연한 분량은 강태욱(김지훈)이 무릎을 꿇고 그에게 집안을 대신해 사과한다고 하는 장면이 거의 다다. 단 몇 분도 되지 않는 방송 분량의 그는 이제 거의 조연(그것도 거의 등장하지 않는)에 머물고 있다.

 

이것은 김현우라는 캐릭터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 드라마에서 김현우만큼 답답하게 속내를 제대로 드러내지 않는 캐릭터도 드물다. 그는 송지혜에게 연정을 품고 있으면서도 그를 사랑하는 한세경(고나은)과의 결혼을 부정하지 않는 인물이다. 심지어 한세경이 그와 송지혜의 관계를 알게 된 후에도 그는 여전히 어정쩡한 상태를 유지한다. 전형적인 삼각관계의 틀에서 확실한 선을 긋지 않아 주변을 괴롭게 만드는 인물. 이른바 민폐 캐릭터다.

 

흥미로운 건 지금껏 이상우가 연기한 캐릭터들이 대부분 이 김현우라는 캐릭터와 거의 유사하다는 점이다. <신들의 만찬>에서 그는 최재하(주상욱)와 고준영(성유리)을 사이에 두고 삼각관계를 이루는 김도윤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했고, <마의>에서도 강지녕(이요원)을 사이에 두고 백광현(조승우)과 삼각관계를 이루는 캐릭터 이성하를 연기한 바 있다. 주연급인 것은 분명하지만 메인이라기보다는 주연들 사이의 멜로에 갈등을 만들어내는 보조적 역할이었던 것.

 

애초부터 보조적 역할에 머물러 있는 캐릭터는 두 가지 문제를 만들어낸다. 그 하나는 너무 전면에 서게 되면 주연급들의 관계를 복잡하게 만들고 그렇다고 뒤로 빠지게 되면 전혀 존재감 없이 사라지게 된다는 점이다. 이상우의 경우에는 <신들의 만찬>이 전자이고 <마의>나 <결혼의 여신>이 후자다. <신들의 만찬>에서는 갑자기 고준영과 김도윤의 멜로가 급물살을 타면서 주인공인 최재하와 상황이 역전되는 관계를 만들었고, <마의>나 <결혼의 여신>에서는 초반에 어느 정도 존재감을 보인 캐릭터가 뒤로 갈수록 사라져버리는 결과를 낳았다.

 

도대체 이상우라는 연기자에게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왜 늘 비슷한 캐릭터만이 그에게 주어지고 그 캐릭터가 보여주는 연기의 양상도 비슷비슷하게만 보여지는 것일까. 주인공들의 멜로를 방해하거나 그 사이에서 갈등을 일으키는 역할로 이상우의 연기 역할이 규정되고 있는 느낌이다. 이것은 연기자로서는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보여주었던 게이 역할이 그나마 주목되지만 이것 역시 그의 잘 생긴 얼굴과 잘 관리된 몸이 규정하는 역할범주에서 그다지 벗어나지 않는다.

 

그렇다. 이상우는 지금 현재 그의 역할이 대부분 그의 외모와 결부된 캐릭터에 머물러 있는 게 사실이다. 귀공자 스타일의 얼굴과 단단한 몸매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연기자로서 그것이 하나의 캐릭터로 점점 굳어지는 것은 피해야 마땅한 일이다. 마치 데드마스크를 쓴 인물처럼 자신 속에 있는 새로운 얼굴을 좀체 드러내지 않는 연기자. 그가 연기하는 김현우라는 캐릭터가 자신이 내보일 수 있는 연기의 전부처럼 보인다는 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왜 이상우는 늘 이렇게 비슷한 캐릭터에 머물게 된 것일까. 이것은 그의 잘못일까 아니면 그를 작품에서 늘 비슷하게 소비해온 작가들의 잘못일까. 아니면 그를 연기자로서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있는 소속사의 직무유기일까. 그것이 어디서 비롯된 일인지는 몰라도 연기자로서의 성장을 목표로 두고 있다면 이상우는 스스로 이 문제들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