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래의 집착과 착각, 그리고 우려
“현재 <디워2>를 놓고 투자 얘기가 오가고 있다. 임금 체불 금액은 감독료에서 가장 먼저 변제하고 제작에 돌입할 예정이다.” JTBC <전진배의 탐사플러스>에 출연한 심형래는 다시 <디워> 이야기를 꺼냈다. <어벤져스2> 촬영 현장을 다녀온 소회도 밝혔다. 그는 과거 LA에서 <디워>를 찍던 시절이 떠올랐다며 부럽기도 하고 감개무량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전진배의 탐사플러스(사진출처:JTBC)'
왜 또 하필 <디워>일까. 심형래는 그것이 자신의 ‘주특기’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혼자 편하게 살려면 코미디를 하면 되는 일”이지만 “제일 중요한 건 독자적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 <아바타>의 제작비 1조 원 운운하면서 결국 하려는 이야기는 아이디어만 좋다면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이미 80% 시나리오를 완성했다는 <디워2>. 과연 심형래의 말처럼 승산이 있을까.
먼저 우려되는 점은 심형래가 그토록 집착하는 <디워>라는 콘텐츠가 그다지 경쟁력이 없다는 점이다. 이무기 전설을 모티브로 한 괴수 영화는 그다지 새로운 소재가 아니다. 결국 중요한 건 소재가 아니라 이를 살려내는 감독의 능력이다. 하지만 700억을 들여 만들었다는 <디워>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심형래 감독의 블록버스터 제작 능력은 CG나 스토리, 영상 연출 그 어느 것에서도 경쟁력을 찾기가 어렵다.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조금만 아는 이라면 <디워>가 그리고 있는 이무기라는 캐릭터가 그다지 어렵지 않은 소재라는 걸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결국 캐릭터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어려운 건 인물 캐릭터다. 하지만 이무기 같은 실제로 본 적이 없는 가상의 캐릭터를 애니메이션 하는 건 상대적으로 쉽다. 실제와의 비교점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워>의 애니메이션은 그토록 많은 돈을 쏟아 붓고도 그다지 경쟁력을 찾기 어려웠다.
스토리는 더 심각하다. 최근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보면 과거처럼 단순한 애국주의적 스토리나, 선악구도를 훌쩍 뛰어넘어 심지어 철학적인 이야기까지를 담아내는 걸 볼 수 있다. <맨 오브 스틸>이 슈퍼맨이라는 슈퍼히어로를 통해 메시아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캡틴 아메리카 : 윈터솔져>는 쉴드라는 초국적인 조직의 이야기를 통해 세계 경찰을 자임하는 미국의 이중적인 면을 드러낸다. 여기에 비해 <디워>의 스토리는 거의 아이들 애니메이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영상 구현에 앞서 어떤 스토리를 담아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던 영화다.
그럼에도 8백만의 관객을 동원했던 건 당시 애국주의 마케팅에 대한 논란을 통한 노이즈 마케팅이 힘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디워>의 관객동원은 영화적 성취라기보다는 그 영화를 좌우의 대결로 몰아간 노이즈 마케팅의 성취였다. 애국주의를 놓고 하도 시끄럽게 싸우다보니 “도대체 뭔데”하는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던 것. 그래서 막상 영화를 보고 나면 생각보다 떨어지는 완성도에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영화란 장르의 성격상 일단 봐야 비판이든 뭐든 할 수 있는 법이다. 만일 드라마 같은 장르였다면 난데없는 애국주의 마케팅을 내세운 <디워>는 애국가 시청률을 기록했을 가능성이 높다.
영구아트의 폐업, 임금 체불로 인한 피소, 그 후로 생겨난 엄청난 구설수들. 하지만 지난 1월 개인 파산신청으로 170억 원에 달하는 채무 탕감을 받고, 또 직원 43명의 임금과 퇴직금 등을 체불해 불구속 기소된 후 벌금 1500만 원을 최종 선고 받은 그의 행보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 그의 말 속에는 여전히 ‘정부의 지원’이나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식의 과거 신지식인으로 지목되던 시절의 사고방식이 그대로 느껴진다. 자신의 영화가 마치 국가경쟁력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영화란 또한 많은 투자자들의 모험이 따르는 분야이고, 따라서 거대 블록버스터의 실패는 한 나라의 영화판을 왜곡시킬 만큼의 파장을 일으키는 중대한 사안이다. 단순히 접근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디워2>에 대한 집착은 그런 점에서 우려스럽다. 국가주의적인 발상이 마케팅적으로 변환되어 그만한 경쟁력을 발견하기 힘든 작품에 사람들이 몰리는 건 그것이 첫 번째였을 때나 가능했던 일이다. 이미 학습경험이 있는 대중들이 <디워2>를 선택할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 심형래의 집착에 대한 대중들의 우려 섞인 시선. 거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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