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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명랑TV

'꽃할배' 끝나니 '삼시세끼'가 그리운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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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세끼>를 위해 <꽃할배>가 깔아 논 밑밥

 

희한한 일이다. <삼시세끼> 어촌편이 끝날 때만 해도 차승원이라는 발군의 출연자가 만들어낸 만재도 만찬으로 앞으로 돌아올 이서진의 강원도편이 시들해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웬걸? <꽃보다 할배> 그리스편을 보고 나니 이제 이서진이 보여줄 <삼시세끼> 강원도편이 그리워진다. 도대체 나영석 PD는 무슨 마법을 부린 걸까.

 

'삼시세끼(사진출처:tvN)'

이것은 과거 <꽃보다 할배> 스페인편이 끝났을 때 느꼈던 소회와 다르지 않다. 당시에도 또 한 번의 <꽃보다 할배>가 과연 재미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했지만 <삼시세끼> 강원도편과 어촌편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꽃보다 할배> 그리스편에 대한 기대감이 생겨났다. 그것은 강원도편에 게스트로 참여했던 최지우가 그리스편에 합류한다는 소식만으로도 충분했다.

 

나영석 PD<삼시세끼><꽃보다> 시리즈를 운용하는 방식은 이처럼 유기적으로 연동되어 있다. 어느 한 프로그램에서 주목된 인물이 생겨나면 그 인물을 자연스럽게 다른 프로그램으로 연결시켜 힘을 이어간다. 여행에서 돌아와 한 그리스 식당에서 최지우가 후일담을 나누며 방송 나간 후 태희, 혜교에게 연락이 왔다. 보고 있다고 한다고 말하자 나영석 PD가 재빠르게 그들 데리고 김치 담그러 오라고 슬쩍 섭외 욕심을 드러내는 장면은 그래서 그저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다. 이런 밑밥은 시청자들로서는 귀가 솔깃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밑밥은 이서진에 대한 기대감이다. 이번 그리스 여행에서는 새로운 짐꾼으로서 최지우가 단연 돋보였지만 그래도 여전히 이서진이라는 존재가 왜 나영석 PD의 페르소나인가를 여실히 보여주기도 했다. 나영석 PD가 그에게 용돈을 왜 최지우에게 주지 않았냐고 질문을 던지자, 역시 이서진 다운 답변이 흘러나왔다. “맡길 사람한테 맡겨야 한다는 것. 즉 두바이에서 아이스크림으로 과소비(?)’를 목격한 이서진이 돈 관리는 자신이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는 것이다. 이건 나영석 PD나 시청자들이나 딱 듣고 싶었던 얘기였을 것이다.

 

이처럼 이서진은 가까워진 사이일수록 더 자신의 속내를 숨기지 않는 모습이 매력이다. 이서진은 마치 농담을 하듯 어느 날 할아버지 두 분이 다가와 이서진씨는 우리들의 로망이라고 하시더라는 이야기를 꺼냈다. ‘여자들의 로망도 아닌 어르신들의 로망’. 한편으로는 웃음이 나오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가슴 한 켠이 따뜻해지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어르신들을 살뜰히 챙기는 모습이 어르신들에게는 마치 자식 같은 느낌을 주었을 것이다.

 

또한 한편으로 보면 이번 그리스 여행을 통해 이서진은 연인들의 로망이기도 했다. 최지우와 마치 오누이처럼 친근하게 지내면서 때로는 툭탁거리기도 하지만 때로는 연인 같은 설렘을 갖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렇게 <꽃보다 할배> 그리스편으로 세워진 이서진의 면면들은 고스란히 앞으로 이어질 <삼시세끼> 강원도편에 대한 기대감이 될 수밖에 없다.

 

<꽃보다 할배><삼시세끼>는 공간적인 차이에 있어서도 기막힌 짝패다. 해외 배낭여행이라는 설렘이 있다면 <삼시세끼>처럼 어딘가에 콕 박혀 소꿉놀이하듯 내밀하게 즐기고 싶은 로망도 있기 마련이다. 해외를 보다보면 강원도 오지가 그립게 여겨지는 건 그래서다. 이런 그리움을 마치 작업이라도 걸 듯 나영석 PD<꽃보다 할배> 속에 슬쩍 슬쩍 끼워 넣는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그런데 어떻게 <꽃보다 할배>의 배낭여행이라는 정서와 <삼시세끼> 같은 시골 살이의 정서가 이렇게 유기적으로 자연스럽게 연결고리를 만들어 나영석 PD의 예능을 밀어주고 끌어주게 된 걸까. 그것은 이 프로그램들이 나영석 PD의 진심이기 때문이다. 그는 진정으로 어르신들의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흐뭇해한다. 그리고 이렇게 먼 여행과 일을 하고난 후에는 시골에 콕 박혀 쉬고 싶어한다. 그 진심에 공감하는 한 시청자들도 똑같은 정서를 이어갈 수 있게 된다. 이것이 <꽃보다 할배>에서 <삼시세끼>로 또 <삼시세끼>에서 <꽃보다> 시리즈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정서의 흐름이다.

 

강원도 정선에서 이서진이 하게 될 대충대충 어리숙하면서도 잘 하는 척 생색을 내기도 하고 때로는 특유의 넉살을 보여주는 이 매력적인 아마추어 농부 요리사가 보여줄 <삼시세끼>가 자못 궁금하다. 그것은 <삼시세끼> 어촌편의 차승원이 보여준 만찬과는 또 다른 맛이고, <꽃보다 할배> 그리스편이 보여준 페이소스 짙은 여행의 맛과도 다른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