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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명랑TV

'아빠를', 미처 몰랐던 아빠들의 쓸쓸함과 따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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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를 부탁해>, 이토록 훈훈하고 뭉클한 순간이라니

 

그들은 함께 있을 때는 여전히 소년들 같다. 서로가 하는 말에 툭툭 장난을 걸기도 하고 누군가에 말에 맞장구를 치기도 하며 때로는 부러워하고 때로는 짠해지기도 한다. SBS <아빠를 부탁해>의 아빠들 얘기다. 그들은 각자 찍어온 관찰카메라를 함께 모여 보면서 서로의 삶이 얼마나 다른지, 아니면 얼마나 비슷한지를 확인한다.

 

'아빠를 부탁해(사진출처:SBS)'

그들은 여전히 자기들끼리 있을 때는 소년처럼 굴지만 화면 속에서는 영 서툰 아빠의 모습 그대로다. 딸과 함께 하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해하고, 딸의 친구들이 찾아오면 자리를 피해준다는 핑계로 그 서먹한 관계로부터 도망치기 일쑤다. 속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잘못한 일에 호된 꾸지람을 하고는 후회하고, 자신과는 영 다른 입맛을 가진 딸과의 외식을 신기한 듯 바라본다.

 

화면 속의 아빠는 우리가 일상에서 보던 바로 그 보통의 아빠다. 대부분의 아빠들이 그렇지 않은가. 아빠들은 이경규처럼 딸 예림이와 친구들에게 정성들여 라면을 끓여줄 정도로 살가운 마음을 갖고 있지만 겉으로는 겸상 하면 권위 떨어진다며 자리를 피하기 일쑤다. 그러면서도 맛있게 먹는 딸과 친구들을 흘낏흘낏 훔쳐보고 다 먹고 나면 설거지까지 해주려고 나선다.

 

아빠들은 조민기처럼 딸 윤경이가 미국으로 떠나면서 여권을 챙기지 않은 실수에 호통을 치지만, 그것이 못내 마음에 걸려 영상통화로나마 혼자 지내는 네가 스스로 잘 챙겼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랬던 것이라며 변명 아닌 변명을 한다. 그리고 수줍지만 퉁명스럽게 속내를 툭 던진다. “보고싶다.” 그 한 마디 속에는 그래서 참 많은 아빠의 속내가 담겨있다. 미안함과 대견함과 그리움 그리고 쓸쓸함까지.

 

아빠들은 강석우처럼 딸 다은이와 함께 무언가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절로 입에서 노래가 나온다. 피곤해 하는 다은이가 툴툴 대면서도 함께 옥상을 청소하는 그 시간이 아빠에게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보쌈을 제대로 싸먹고, 설렁탕에는 깍두기 국물을 넣어 먹는 다은이는 그래서 아빠 강석우에게는 여전히 신기한 존재다. 식성은 달라도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아빠들은 조재현처럼 나이 들어가는 아버지의 젊은 날 고생을 되돌아보며 자신 역시 나이 들어간다는 것에 먹먹해지기도 한다. 가파른 길을 연탄을 가득 채운 리어카를 끌고 오르는 아버지의 모습은 그래서 자신의 또 다른 모습처럼 여겨지기도 할 것이다. 10년 후 또 사진 찍으러 오자는 손녀 혜정이에게 그 때는 할아버지 없다고 말하자 눈물을 흘리는 혜정이에게 “20년 후면 아빠도 위험하다는 조재현의 농담 속에는 그래서 나이 들어가는 것에 대한 쓸쓸함과 그걸 아쉬워하는 딸에 대한 따뜻함이 묻어난다.

 

왜 우리는 일찍이 아빠들의 진짜 속내를 몰랐던 걸까. 나이 들어 그 아빠의 나이가 됐을 때 비로소 알게 되는 것이 그 서먹함과 무표정 속에 숨겨져 있던 아빠들의 쓸쓸함과 따뜻함이다. <아빠를 부탁해>가 뭉클해지는 순간은 바로 한참 세월이 흐른 후에야 알게 되는 그 속내를 지금 바로 눈앞에서 발견하는 순간이다. 그 무표정이 사실은 눈물도 많고 그 서먹함이 실제로는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 주변을 서성이고 있었다는 것을 발견하는 그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