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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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섹남? 김종민, 심형탁 주목이 말해주는 것

D.H.Jung 2015. 10. 20.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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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1>, 헛똑똑이 세상에 던지는 바보들의 일침

 

주말 내내 김종민은 바빴다. <무한도전> ‘바보전쟁에 빠질 수 없는 캐릭터이면서 동시에 <12>의 터줏대감(?)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바보 캐릭터’. 진짜 바보인가 아니면 바보를 가장한 천재인가에 대한 의문은 끊임없이 김종민에게 제기된 바 있다. 은지원이 그는 사실 천재라고 했던 말은 이런 의문에 불을 지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경북 성주군으로 떠난 <12>에서 마침 김종민이 보인 새로운 면면들은 이것이 단지 농담만은 아닐 거라는 심증을 줬다. 씨름 복불복에서 스모를 배웠다는 료헤이와 접전을 벌이다 결국 이기고, 퀴즈 대결에서도 척척 맞추는 모습을 보여줬다. 지금껏 김종민이 갖고 왔던 이른바 신바(신난 바보)’ 캐릭터와는 사뭇 다른 행보였다.

 

사실 방송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 그 일을 이토록 오래도록 잘 해온 그가 진짜 바보일 리 만무다. 하지만 그토록 많은 의문 제기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 캐릭터를 저버린 적이 없다. 그 이유는 하나다. 그것이 많은 시청자분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시청자분들이 보면서 훨씬 편안하게 볼 수 있게 만드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 이외에 무슨 이유가 있을까.

 

<무한도전>은 왜 갑자기 바보 전쟁이라는 타이틀로 이른바 바보 어벤져스를 모으고, 또 그렇게 어벤져스에 선택된 출연자들은 기꺼이 거기에 응했던 걸까. 물론 <무한도전>에 나간다는 건 심형탁이 말했듯 소속사가 축하 파티를 할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막상 프로그램에 나왔다고 해도 거기에서 적극적으로 조금은 모자란 모습을 보여주거나 자신이 희화화되는 걸 기꺼이 감수한다는 건 또다른 얘기다.

 

심형탁은 지금까지 우리가 보지 못했던 독특한 바보 캐릭터의 모습을 보여줬다. 댄스 신고식에서 무반부로 듣도 보도 못한 뚜찌빠찌뽀찌를 연발하며 <미니언스>의 노래를 부르는 그에게 거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처음에는 멍해졌다가 잠시 후에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평소 피규어 마니아다운 모습으로 그는 엉뚱한 매력을 쏟아냈다.

 

<12>에서 가장 드러내지 않고 바보 캐릭터를 연기하는 인물은 김준호다. 그는 프로그램을 위해 적당히 무식함을 드러낼 줄도 알고 기상미션으로 김종민의 노비가 되자 비굴함을 연기해 웃음을 만들어낸다. 그것은 누가 봐도 코미디언으로서의 연기다. 김준호가 대단하게 여겨지는 건 그가 광대의 역할을 정확히 알고 있다는 것이다. <12>의 맛을 계속 살려낸 건 다름 아닌 그가 자처한 바보스런 광대 역할 덕분이다.

 

김준호와 김종민이 떡 하니 붙어 양대 바보 캐릭터를 선보이니 게스트로 초대되어 그 중간에 선 존박이 두드러지게 보인다. 별로 중요하지도 않을 것 같은 일에 너무 열심히 하는 모습이 드러나면서 존박은 어딘지 김종민을 닮은 듯한 이미지로 캐릭터화되었다. 그러고 보면 <12>이든 <무한도전>이든 항상 그들은 바보 캐릭터가 가진 낮은 위치를 지향하고 있었다. 그것이 자신들이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는 본분이라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뇌섹남(뇌가 섹시한 남자), 뇌섹녀가 새로운 신조어로 올라왔고, 이를 표방한 예능 프로그램들도 생겼다. 하지만 이런 뇌섹남, 뇌섹녀보다 바보 캐릭터에 대한 갈증이 훨씬 깊었던 모양이다. <무한도전>이 바보 어벤져스를 꾸리고 <12>이 늘 그렇듯 바보 같은 복불복 게임에 집착하는 건 그래서가 아닐까.

 

<무한도전>의 이른바 바보 어벤져스가 찾아간 숙소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바보 같은 세상에 바보가 아닌 것이 바보다.’ 아마도 바보에 대한 희구는 어쩌면 바보 같은 세상에 의해 비롯되는 일일 게다. 저마다 똑똑하다고는 하지만 어째서 세상은 이토록 살기가 힘들어지는 걸까. 똑똑함을 주장하지만 그래서 헛똑똑이인 세상. 우리가 바보들에게서 심지어 삶의 위로를 받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