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힙합의 민족', 힙합과 할매들 이렇게 잘 어울릴 수가옛글들/명랑TV 2016. 4. 3. 10:38728x90
'힙합의 민족', 할매들의 힙합 도전 그 누가 비웃었나
힙합과 평균 나이 65세의 할매들(?). 이 낯선 조합이 어떻게 생겨났을까를 떠올려 보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흔히 유명한 음식점에서 만나곤 하는 ‘욕쟁이 할머니’를 떠올려 보면 단박에 이해가 갈 수 있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힙합이 ‘욕’과 가깝다는 얘기는 아니다. 물론 가끔 욕이 가사에 등장하긴 하지만 그것도 하나의 표현일 뿐이다. 게다가 할미넴을 탄생시킬 <힙합의 민족>은 오히려 이런 편견을 깨는 프로그램에 가깝다.
'힙합의 민족(사진출처:JTBC)'
다만 막연히 떠올리는 ‘욕 잘 하는 센 할머니들’의 이미지가 없었다면 이 기획 자체가 생겨나기 어려웠을 거라는 거다. 가장 나이 많은 맏언니 김영옥은 원조 할미넴으로 이미 유명했고, 배우 이용녀는 외모만 봐도 으스스할 정도로 센 분위기로 이미 정평이 나 있었다. <무한도전>에서 가끔 등장해 멤버들을 혹독하게 굴리던(?) 에너지의 화신 ‘염마에’ 염정인은 또 어떻고.
하지만 항상 단아한 이미지로 남아있던 이경진이 유방암 투병 후 “못할 것이 없다”며 힙합에 도전하는 모습이나, 국악의 레전드로 불리는 김영임, 언니 양희은과 함께 노래 잘 하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양희경, 강렬한 첫 무대를 보여줘 차라리 “쇼 미 더 머니에 나가셔야 될 것 같다”는 얘기를 들은 기대주 문희경 그리고 역시 <쇼 미 더 머니>에 도전했던 할미넴 최병주 같은 출연자들은 이 프로그램에 ‘도전’의 의미를 담기에 충분했다.
힙합이라는 장르가 가진 센 이미지는 오히려 인생의 경륜을 가진 할미넴들 앞에서 순화된 느낌이다. <쇼 미 더 머니>나 <언프리티 랩스타>에서 무대를 ‘씹어 먹던’ 그들이지만 할매들 앞에서 매력을 어필하는 그들은 마치 손자 손녀 같은 느낌마저 주었다. 하지만 할매들의 랩은 상상 이상이었다. 김영옥이 피에스타 예지가 <언프리티 랩스타>에서 불러 화제가 됐던 ‘미친 개’를 부르는 장면은 그 자체로 레전드급이었다.
할매들의 도전에 경의를 표하는 젊은 래퍼들과 그 래퍼들의 랩에 어깨춤을 들썩이는 할매들. 이들이 어우러지는 한 바탕 흥겨운 무대는 그 자체로 보는 이들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거기에는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신구 세대의 소통이 있었고 우리가 막연히 갖고 있던 편견들이 하나씩 무너지는 통쾌함이 있었다. 어르신들도 충분히 힙합을 통해 하고픈 이야기들을 쏟아낼 수 있었고, 무엇보다 힙합이라는 장르가 젊은 세대들만의 전유물이라는 것이 편견에 불과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힙합의 민족>은 힙합의 진면목을 드러내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저 센 가사와 허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의미를 담는 이야기들이 힙합의 진짜 매력이라는 것. 젊은 래퍼들이 할매들에게 랩을 가르쳐준다면, 할매들은 젊은 래퍼들에게 인생의 의미를 알려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힙합이 뭐 대단히 다를 게 있나.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를 일정한 형식에 맞춰 들려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힙합이 아닐까.
<힙합의 민족>은 여러모로 이질적인 조합의 하이브리드가 돋보이는 프로그램이다. 힙합과 할매의 조합. 이 어울리지 않을 것처럼 보이던 조합이 이토록 잘 어울릴지 누가 알았으랴. 할미넴들의 힙합 도전은 그래서 젊은 래퍼들의 힙합 오디션만큼 기대되고 궁금해지는 면이 있다. 이들은 앞으로 힙합을 통해 어떤 이야기들을 들려주게 될까.
'옛글들 > 명랑TV' 카테고리의 다른 글
'런닝맨', 무작정 달리기보다 멈춰 서려는 까닭 (0) 2016.04.05 '차이나는 도올', 무슨 강연이 이렇게 사이다야 (1) 2016.04.05 동요의 위대함, '위키드' 연준이의 ‘고향의 봄’ (0) 2016.04.02 JTBC 예능, 유재석, 강호동은 좋은 선택이었을까 (0) 2016.04.01 돌아온 '집밥 백선생2', 김치볶음밥으로 시작한 까닭 (0) 2016.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