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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명랑TV

동요의 위대함, '위키드' 연준이의 ‘고향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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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드>, ‘고향의 봄이 이토록 사무치는 곡일 줄이야

 

우리 모두 지쳐 있었던 걸까. 하루 종일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사람들과 부대끼고 일터에서 돌아온 분이라면 연준이라는 아이가 부르는 고향의 봄의 첫 구절,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를 듣는 순간 북받쳐 오르는 알 수 없는 슬픔을 경험했을 지도 모른다. 고향을 떠나 먼 타향에서 살아가는 분이든, 아니면 고향에 살고 있어도 바쁜 어른들의 삶 속에서 그 고향이 낯설어진 분이든 모두 느끼는 아련한 그리움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어른들의 고향은 이미 멀어진 어린 시절일 테니.

 


'위키드(사진출처:Mnet)'

Mnet <위키드>가 제주소년 오연준이 부른 고향의 봄을 통해 보여준 건 동요의 위대함이다. ‘고향의 봄이라는 동요를 모르는 우리나라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이원수 작사 홍난파 작곡의 이 동요는 1923년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졌다. 그러니 노래가 불린 지 거의 한 세기가 지난 곡. 학교에서 무심코 배웠을 곡이지만 이 노래가 이토록 사무치는 곡이었다는 건 아마도 연준이라는 아이를 통해 새삼 깨달았을 것이다.

 

제주가 고향인 소년. ‘고향의 봄제주의 봄으로 개사한 연준이의 노래 한 구절 한 구절에는 이 아이의 고향 제주에 대한 그리움과 엄마에 대한 그리움 같은 것들이 묻어났다. “우리 엄마 손 잡고 걸어갑니다같은 가사에는 순수한 연준이의 마음이 녹여져 있어 듣는 모든 이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엄마, 고향, 그리움, . 다른 단어라도 그것이 모두 같은 의미라는 걸 연준이는 고향의 봄을 통해 들려주었다.

 

그리고 이것은 나아가 동요와도 같은 의미였다. 아무런 기교도 없고 그 순수한 마음을 담아 그저 한 음 한 음 정성스럽게 부르던 어린 시절의 기억. 동요는 누구에게나 고향의 봄같은 지나가버린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아닐까. 삿된 마음도 없고 현실의 무게도 없지만 그래서 가장 본질이었던 시절에 대한 그리움.

 

그래서 한참 멀리 떠나와 슬프게도 어른이 된 우리들은 새삼 이 연준이의 동요를 들으며 잊고 있던 것들이 떠올랐을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골목이었을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운동장이었을 것이며, 누군가에게는 논밭이었을 수도 있는 그 곳에서 놀던 때가 떠올라 먹먹해졌을 게다. 놀던 때에서 한참을 떠나온 자신이 너무나 멀게 느껴져 아득해졌을 게다. 연준이의 고향의 봄은 그저 이 아이가 고향인 제주의 봄을 떠올리며 엄마와 걷던 길을 노래했을 뿐이지만 그 순수함은 그래서 모든 이들의 본질을 건드렸다.

 

너무나 많은 노래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온다. 너무 많아서일까 저마다 귀에 들기 위해 강한 비트와 자극적인 가사로 무장하기도 한다.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런 노래들이 보여주는 건 경쟁적인 현실일 것이다. 살아남기 위한 안간힘. 아무런 장식도 기교도 없이 가만히 서서 부르는 연준이의 고향의 봄이 더더욱 감동적인 이유다. 그것은 경쟁적인 현실에 다친 마음을 어루만지는 어린 시절에 대한 새삼스런 기억 같은 노래였으니.

 

다시금 말하지만 이건 동요의 위대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