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 은폐, <솔로몬의 위증>이 건드리는 것들
“저희 반에 빈 책상만 네 개예요. 그게 어른들의 보호고 도움이에요? 그럼 전 안 받을래요. 필요 없어요.” 고서연(김현수)이 말하는 빈 책상 네 개. 어째서 이 빈 책상의 이미지는 우리에게 더 큰 잔상으로 남을까.
'솔로몬의 위증(사진출처:JTBC)'
JTBC 금토드라마 <솔로몬의 위증>은 학교에서 의문의 추락사를 한 학생 이소우(서영주)로부터 시작한다. 평소 그를 괴롭혀온 최우혁(백철민)과 그 친구들에 대한 미심쩍음이 있었지만 학교는 서둘러 이를 덮으려 하고 경찰은 자살로 사건을 종결하려 한다. 사실 학내 폭력사태나 혹은 자살 사건이 벌어졌을 때 그걸 축소하거나 은폐하는 학교 이야기는 우리가 신문지상에서 너무나 많이 읽어온 것들. 그래서 <솔로몬의 위증>은 일본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이 원작이지만 어쩐지 우리의 이야기 같은 현실감을 준다.
물론 사건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평소 최우혁과 그 친구들에게 앙심을 품고 있던 이주리(신세휘)가 그를 따르는 박초롱(서신애)과 함께 최우혁이 이소우를 죽였다는 고발장을 만들어 서연의 집 앞에 놓아두게 되고, 이를 입수한 언론이 이 사실을 대대적으로 터트리자 두려움을 느낀 초롱은 주리와 말다툼 끝에 교통사고를 당해 혼수상태가 된다. 즉 한 학생이 죽고, 다른 한 학생은 혼수상태가 되며 다른 학생은 그로 인해 심각한 충격을 받는다. 물론 이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고서연은 친구들의 책상이 하나씩 비어가는 것을 안타깝게 바라본다.
학교에서 벌어진 한 학생을 둘러싼 추리극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사실은 사회 고발극에 가깝다. 드라마가 고발하려는 건, 한 학생의 죽음이라는 중차대한 사건이 벌어졌음에도 그 진실을 제대로 알려 하기보다는 자기들 유리한대로만 처리하려는 어른들이다. 그 어른은 다름 아닌 학교와 경찰과 언론이라는 탈을 쓰고 있다.
학교는 그럴 듯한 추모식을 거창하게 열었지만 그건 죽은 학생을 진심으로 추모하려하기보다는 서둘러 자살로 사건을 마무리 짓기 위함이었다. 경찰은 고발장을 보게 된 후 이 사건으로 갖게 된 학생들의 트라우마를 치료하기 위한 심리 상담을 한다고 했지만 사실 그건 아이들에게서 어떤 정보를 얻기 위한 구실이었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진실을 파헤치기 위함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사실 박기자(허정도)는 ‘흥미’에 더 관심이 많다. 흥미롭고 자극적인 보도를 내기 위해 그는 “금수저 천지인 정국고에서 위선과 허위를 폭로하면서 정의를 수호하는” ‘정국고 파수꾼’이라는 가명의 SNS 계정을 추적하려 한다.
박기자는 본래 사람은 자기 유리한대로 움직이는 것이라며 학생들은 “가만있는 게” 유리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고등학교 2학년은 어른들의 보호와 도움이 필요한 나이”라며 “너 네가 어른들 도움 없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고서연은 안다. 어른들의 보호와 도움이라고 했지만 결국 자기 반에 빈 책상만 늘어가게 됐다는 것을.
결국 <솔로몬의 위증>은 그래서 이렇게 진실을 덮으려고만 하거나 혹은 자기들 유리한대로만 하려는 어른들에 대항해 아이들이 직접 진실을 밝혀내는 과정을 담는 드라마다. 물론 현실적으로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네 부끄러운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부끄러운 현실들을 염두에 둔다면 아이들의 이런 반발에 심정적 지지가 가는 건 당연한 일일 게다.
그래서 <솔로몬의 위증>은 광화문 촛불 집회 현장에 나온 학생들이 또박또박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던질 때 어른들이 갖게 되는 어떤 부끄러움 같은 것들을 느끼게 만드는 작품이다. 특히 교실에 빈 책상을 볼 때마다 이제는 어쩔 수 없이 떠오르는 아이들에 대한 부끄러움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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