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텀싱어3’, 코로나19도 잠시 잊게 만든 귀호강 랜선 콘서트
역시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다시 돌아온 JTBC 오디션 프로그램 <팬텀싱어3>는 첫 회부터 만만찮은 실력의 소유자들이 줄줄이 쏟아져 나왔다. 전조에 전조를 더해 프로듀서의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든 ‘Il Mondo’를 부른 유채훈은 김문정 프로듀서로부터 “오디션 참가하실 실력이 아니다”라는 칭찬을 받을 정도로 실력이 출중했고 그 누구보다 간절함이 노래에 묻어 있었다. 이런 실력자가 그간 연이은 사기와 계약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고 먹고 살기 위해 코러스 등을 전전했다는 사실은 그가 그간 겪은 시간들의 힘겨움을 가늠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가 부르는 ‘Il Mondo’는 더 절절하게 느껴졌다. 그에게 그 어려운 시간들을 빨리 잊으라 해준 윤상의 심사평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손혜수 프로듀서가 얘기한 것처럼 바리톤들이 부를 수 있는 최고 난이도의 곡인 ‘O Carlo, ascolta...io morro’라는 곡을 연기까지 더해 소화해내고 갑자기 록커로 변신해 ‘크게 라디오를 켜고’를 부른 부산에서 온 합창당원 김경한은 음악적 깊이와 더불어 끼 또한 남다른 출연자였다. 죽어가면서 부르는 ‘O Carlo, ascolta...io morro’라는 곡을 부를 때의 절절함과, 록커 같은 흥을 함께 보여줄 수 있는 출연자라는 건 그가 향후 무대에서 어떤 변신을 선보일지 기대하게 했다.
남태평양 피지에서 왔지만 우리말로 ‘첫사랑’을 불러 옥주현을 눈물 흘리게 만든 소코는 외국인이라는 사실이 약점이 아닌 강점으로 뒤집어 놓는 놀라운 무대를 보여줬다. 김이나 프로듀서가 말했듯, 한국어가 익숙한 우리들이 무심코 그냥 부르던 가사를 외국인이기 때문에 한 자 한 자 곱씹어 들려준 소코는 그래서 노래의 가사가 가진 의미와 감정들을 더 깊게 느끼게 해주었다.
런던 로열 오페라단 소속 가수로서 수많은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을 한 전력만으로도 출연자들을 물론이고 프로듀서들까지 기대하게 만든 길병민은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사랑하는 여인 마리우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내용을 담은 ‘Parlami d’amore Mariu’를 그는 마치 눈앞에 연인이 있는 것처럼 담담하면서도 절절한 마음으로 불러 듣는 이들을 매료시켰다.
KBS <전국노래자랑>에서 강산에의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힘찬 연어들처럼’을 불러 인터넷에서 ‘연어장인’으로 불리는 이정권은 뮤지컬 서편제의 ‘한이 쌓일 시간’을 불러 아마추어라는 게 믿기지 않는 가창력과 표현력을 보여줬다. 딸을 소리꾼으로 만들기 위해 눈을 멀게 한 아버지의 정조를 과하지 않게 절제해 들려주어 더 감동적인 무대를 만들었다. 특히 쭉쭉 뻗어내는 고음에 살짝 들어가는 탁성은 그 감정을 고스란히 전해주어 길병민을 눈물짓게 만들었다.
수줍은 평상시 모습과는 달리 무대에 올라 ‘불꽃테너’의 면모를 과시한 박기훈도 빼놓을 수 없는 무대였다. 어딘지 허당기를 보여주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르게 너무 어려워 콩쿠르에서도 잘 부르지 않는다는 오페라 투란도트 ‘Nesson Dorma’를 부른 박기훈에게 손혜수 프로듀서는 이렇게 깔끔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빈틈없이 밀도있는 소리로 불러줬다고 극찬했다.
연달아 실력자들이 쏟아져 나오자 무대 하나하나에 빠져들며 감동하는 프로듀서들은 이제 누굴 선택해야 하는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시청자들에게는 코로나19로 지친 마음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귀호강 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공연장을 찾지 못하는 시청자들에게 랜선 콘서트를 보는 듯한 즐거움과 감동을 주었으니 말이다.
아직도 더 많은 실력자들이 남아 있다는 다음 주 예고와 여기 출연한 이들의 무대가 저마다 색깔이 조금씩 달랐다는 사실은 향후 크로스오버 남성 4중창단을 뽑는 이 오디션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더 많아진 실력자들이 보여주는 감동적인 무대들과, 이들이 향후 중창단으로 묶여져 가며 선사할 다채로운 하모니. 금요일 밤 <팬텀싱어3>의 랜선 콘서트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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