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 뭐하니’, 이 시국에 ‘빨래’의 감동 더 커진 까닭
“참 예뻐요. 내 맘 가져간 사람-” 솔롱고가 나영을 보고 사랑에 빠지는 곡 ‘참 예뻐요’를 부르는 정문성의 목소리는 마치 속삭이듯 듣는 이들의 마음을 건드렸다. 뮤지컬 <빨래>하면 이제 누구나 떠올리는 곡, ‘참 예뻐요’. MBC 예능 <놀면 뭐하니?>가 코로나 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요즘, 얼어붙은 공연계와 집콕하는 시청자들을 위해 마련한 방구석 콘서트에 울려 퍼지는 이 곡은 축축한 우리네 마음을 보송하게 만들어줬다.
연출가 추민주, 작곡가 민찬홍의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졸업작품으로 2005년 초연 후 국내에서 15년 간 5천 회 이상 공연하고 해외진출까지 했으며 중고등교과서에 대본이 실린 작품. <빨래>는 몽골 출신 이주 노동자 솔롱고와 비정규직 나영을 중심으로 서민들의 팍팍한 인생살이를 유쾌하고 감동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기생충>으로 대세가 된 배우 이정은은 2008년부터 5년 간 이 작품에서 주인 할매 역할을 맡았고, 최근 <슬기로운 의사생활> 등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정문성도 8년 간 이 작품에 출연했다고 한다.
‘참 예뻐요’라는 곡에서 느껴지듯이 힘겨운 현실을 살아가는 서민들이 서로를 보듬어가며 살아갈 힘을 얻는 이야기가 너무나 소박하지만 따뜻하게 담겨진 이 뮤지컬은, 그 노래만으로도 지금의 시국에 힘겨움을 겪고 있는 우리네 서민의 마음을 건드리기에 충분했다. 작지만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사랑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특히 그렇다.
이정은과 허순미가 부른 ‘슬플 땐 빨래를 해’는 직장에서 나가라는 소리를 들은 나영을 위로해주는 주인 할매와 희정 엄마의 노래로 ‘빨래가 바람에 제 몸을 맡기는 것처럼 인생도 바람에 맡기는 거야-’라는 가사로 시작했다. 우리네 쉽지 않은 삶을 축축이 젖은 빨래에 은유하고, 시간이 흐르면 빨래가 마르는 것처럼 슬픔도 힘겨움도 마를 거라고 위로하는 곡. 슬플 때 할 수 있는 것이 빨래뿐이었을 서민들이지만 그것으로 다시 힘을 내는 그 마음이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졌다.
‘깨끗해지고 잘 말라서 기분 좋은 나를 걸치고 하고 싶은 일 하는 거야’라는 가사는 코로나 19로 일상의 소중함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절절하게 다가오는 시청자들에게 힘을 내게 하는 작은 희망을 주는 것만 같았다. 이어지는 마을 사람들이 저마다의 서울살이에 대한 회한을 돌아보며 노래하는 곡 ‘서울살이 몇 핸가요?’는 우리에게 코로나19 이전 우리가 살아왔던 일상들을 한번쯤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우리는 그 일상들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했었을까.
누군가에게 꽃다발 하나를 안겨주고 사랑한다 하는 그 작은 일들이,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대화하고 온기를 나누고 함께 웃고 때론 아픈 이야기를 들어주고 했던 그런 일들이 오롯이 떠오르는 무대가 아닐 수 없었다. 방구석 콘서트로 짧게 보여준 것이지만 <빨래>가 전하는 메시지는 이 시국에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어디에 있는가를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바람이 우릴 말려줄 거예요. 당신의 아픈 마음 털털 털어서 널어요. 우리가 말려 줄게요-” 힘겨운 이 시간들을 말려주고 있는 건 어디선가 보이지는 않아도 서로의 바람이 되어주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라는 걸 <빨래>는 노래하고 있었다.(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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