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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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 유재석 흐뭇하게 만든 더없이 속이 꽉 찬 청춘들

D.H.Jung 2020. 4. 20.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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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 이토록 의젓한 20학번 새내기들이라니

 

tvN 예능 <유 퀴즈 온더 블럭>에 나온 이준서는 함안에서 이제 갓 올라온 대학 신입생이었다. 학창시절 수학여행 정도로만 와봤다는 서울살이가 낯설어 보이는 준서는 스무 살 다운 밝은 모습이었다. 고등학교 배치고사에서 전교 124등으로 성적이 수직 하강했다가 1학기 때 전교 20위권에 들고 2학기 때 10위권 그리고 2학년 이후에는 전교 1등을 한 성적표에 유재석이 놀라움을 표했지만 준서는 별거 아니라는 듯 자신의 성격을 이야기했다.

 

청개구리 스타일이라는 거였다. 공부를 하라고 하면 안 하고 또 주위에서 포기하면 자극 받아서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라는 것. 그래서 처음 성적이 뚝 떨어졌을 때부터 스스로 열심히 했다는 거였다. 학원은 안 다녔냐는 유재석의 질문에도 그저 담담히 학원비가 요즘 비싸서 그렇게 비싼 돈을 내고 다니느니 혼자서 하는 게 낫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준서의 속내는 더 깊은 곳에 있었다. 다닐 수 있었으면 학원을 다니고는 싶었다는 것. 다만 그럴 형편이 안됐다는 것이었다. 엄마는 “해도 괜찮다”고 했지만 준서는 엄마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결코 그럴 수 없었다는 거였다. 이른 나이에 자신을 낳고 자신 같은 청춘을 누리지 못했다는 엄마. 약국 종업원, 간호조무사, 마트 계산원 같은 일을 하시는 엄마였다. “엄마 월급이 얼마나 된다고 그 상당 부분을 학원비로 쓴다는 게 말이 안되는 거 같아서 나 혼자 살 수 있겠지 하면서 혼자서 하는 편이었죠.”

 

아들이 엄마에 대한 미안함을 갖고 있는 만큼, 엄마 역시 아들에 대한 미안함을 갖고 있었다. “철이 빨리 들고 조금 생각이 많아요. 안 해도 될 생각들도 많이 하는 편이기도 했고.. 미안하죠.” 이제 대학 새내기가 되어 떨어져 지내야 하는 엄마와 아들이지만 그렇게 서로에 대한 마음은 단단히 묶여 있었다. 준서는 엄마가 보낸 손 편지를 보고는 결국 꾹꾹 눌러뒀던 눈물을 흘렸다. “저는 이런 삶을 누리는데 엄마는 그러지 못했으니까. 엄마는 20대 때 그러지 못했잖아요. 보따리 싸매고 저 업고 다니고 남들 공부하고 꿈 키울 때.. 계속 참았는데 너무 가슴 아파요.”

 

<유 퀴즈 온더 블럭>이 50회를 맞아 기획한 건 2020년에 새내기 대학생이 되어 서울로 올라온 학생들의 이야기였다. 스무 살이라고 하면 아직 어리다고만 여겨질지 모르지만, 여기 출연한 학생들은 의외로 의젓한 속내들을 보여줌으로써 유재석과 조세호 그리고 시청자들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제주에서 올라온 대학 새내기 김민주 역시 첫 서울살이에 들뜬 모습이었다. 코로나19 때문에 동기모임도 취소되고 수업도 온라인으로 들어 교수님 얼굴이 보고 싶다는 민주는 한강에 나가 치맥하는 소박한 꿈에도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다. 계속 제주에서 자라 바다가 지겹고 서울의 차소리가 신기하다는 민주지만 그 역시 자신이 떠나와 부모님 옆에 남을 커다란 빈자리가 마음에 쓰인다고 했다.

 

민주 역시 엄마가 쓴 손 편지 내용을 들으며 눈물을 훔쳤다. 어린 시절 아빠가 사고로 입원했을 때 “대견스럽게 혼자 버스 타고 제주시에서 서귀포로 한 시간씩 등하교를” 했던 민주였다. 그 때 엄마의 마음은 너무나 무거웠던 모양이었다. “엄마는 터미널에서 너를 버스 태워 보내놓고 아빠가 있는 병원으로 오면서 매일 울곤 했었지...” 아빠는 몇 차례 뇌출혈로 쓰러져 일상생활하는 것도 힘들어졌다고 했다. 민주는 자신이 서울로 떠나온 것도 잘 인지하지 못하시는 아빠지만 아주 가끔 진심을 들려줄 때 기쁘다고 했다.

 

스무 살이지만 더없이 속이 꽉 찬 청춘들이었다. 장수에서 서울대학교에 합격한 이윤수는 그 어려운 길을 뚫었음에도 너무나 겸손하고 소탈한 모습이었다. 별거 아니라는 듯 스스로 공부했고 동생들 공부까지 챙겼다고 했지만 거의 완벽에 가깝게 꼼꼼하게 해놓은 노트는 유재석과 조세호는 물론이고 제작진도 놀라게 만들었다. 학비 때문에 국립대와 재수 안하기가 자신의 목표였다는 윤수는 그걸 이뤄 너무 좋다고 했다. 동생이 둘이나 돼서 학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거였다.

 

완도군 노화읍에서 대학 새내기가 되어 서울로 올라온 박서현은 그가 자란 노화도의 자연 풍광처럼 순수하고 맑은 청춘이었다. 연예인 보는 게 처음이라 너무 신기하다는 서현은 방송에 나왔던 맛집을 탐방한 것도, 지하철을 타는 것도 모든 게 즐거운 얼굴이었다. 아빠와의 밤낚시 이야기를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흥분해가며 말하는 그 모습에서 그 밝은 에너지가 느껴졌다.

 

2020년에 새내기 대학생이 된 네 친구들의 이야기를 전해준 <유 퀴즈 온 더 블록>은 기존 퀴즈 방식이 아닌 ‘장학퀴즈’ 방식으로 네 친구들에게 장학금을 건 퀴즈를 냈다. 퀴즈를 푸는 과정에서도 이 청춘들이 얼마나 타인을 배려하는지가 느껴졌다. 모두가 골고루 장학금을 가져가길 원했고, 그 바람이 먹혀들었는지 실제로 네 친구들은 모두 장학금을 나눠 가져갈 수 있었다.(사진: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