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프로듀서들 충격 안긴 '팬텀싱어3', 오디션의 차원 넘어섰다 본문

옛글들/명랑TV

프로듀서들 충격 안긴 '팬텀싱어3', 오디션의 차원 넘어섰다

D.H.Jung 2020. 4. 20. 15:49
728x90

‘팬텀싱어3’, 감동을 넘어 충격적인 출연자들이라니

 

JTBC 오디션 프로그램 <팬텀싱어3>의 첫 회가 감동이었다면 2회는 충격이다. 어디서 이런 놀라운 기량의 출연자들을 한 자리에 모아 놨을까 싶을 정도다. 최고의 무대를 보고 다음 참가자가 걱정될 때, 그 다음 참가자는 이전 무대를 싹 잊게 만드는 또 다른 놀라운 무대를 보여준다. 심사평을 해야 할 프로듀서들은 본연의 역할을 잊고 무대에 빠져버렸다. 놀라고 감탄하다 눈물 흘린다. 이러니 시청자들은 오죽할까. 한번 본 무대 영상을 다시보기로 보고 또 보게 된다. 요즘처럼 퍽퍽한 시국에 귀 호강을 넘어 마음까지 정화시켜주는 듯한 무대를 보다보면 웬만한 콘서트를 보는 듯한 감흥에 빠져드니 말이다.

 

‘피아노 치는 소리꾼’이라는 소개 글에서도 느껴지듯이 고영열이 부르는 판소리 <춘향가> 중 ‘사랑가’는 재즈와 판소리의 크로스오버가 만들어내는 절묘한 감동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직접 피아노 연주를 하며 그 위에 얹어 넣는 판소리 가락은 우리네 소리의 창법이 그러하듯이 때론 잔잔했다가 때론 폭풍처럼 몰아치다가 또 애잔하기도 한 그 밀고 당기는 힘이 자유자재로 느껴졌다.

 

지용 프로듀서가 말한 것처럼, 그는 혼자 서양과 우리의 음악을 섞어낸 크로스오버의 진수를 보여준 것이었다. 남성사중창단을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의 목표를 두고 보면 이런 판소리 창법과 이를 재즈로 엮어내는 프로듀싱 능력은 향후 그가 들어갈 팀이 어떤 크로스오버를 선보일지 기대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죽음의 조를 넘어 가희 신(神)계 조”라고 표현된 해외파들로 구성된 4조 참가자들은 탄탄한 성악 실력을 바탕으로 하는 노래로 프로듀서들과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특히 뉴욕 예일대 오페라단에서 활동하는 테너 존 노는 안드레아 보첼리와 셀리 디온이 듀엣으로 부른 ‘The Prayer’를 팝적인 목소리와 성악적인 발성을 오가며 불러 그가 얼마나 크로스오버에 준비된 참가자인가를 보여줬다. 전혀 힘을 주지 않고도 자유자재로 불러내는 그의 노래에 김문정 프로듀서는 “천재성”이 느껴진다고 했고, 노래 내내 따라 불렀던 옥주현은 “함께 불러보고 싶다”는 진심을 전했다.

 

서로 색깔이 다르게 느껴진 두 명의 카운터테너도 주목할 만한 출연자들이었다. 정통 카운터테너인 윤진태는 가요를 선택해서 부르며 그 절절한 가사로 프로듀서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면, 듣는 이들을 순식간에 유럽의 궁정으로 옮겨 놓는 듯한 느낌을 갖게 만든 카운터테너 최성훈은 손혜수 프로듀서가 말하듯 영화 <파리넬리>의 카스트라토가 관객을 기절시키는 정도의 아름다운 목소리로 큰 감동을 주었다.

 

첫 회에 나와 주목받았던 길병민과 늘 콩쿠르에서 만나 지곤 했다는 독일 바이마르 유학생 구본수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Music of the night’을 불러 낮은 저음의 매력에서부터 끊어질 듯 이어지는 가성의 고음을 통해 소름돋는 무대를 선사했다. 김문정 프로듀서는 그의 무대에 “그 어떤 참가자보다 너무나 섹시했다”고 극찬했다.

 

전반적으로 성악을 하는 출연자들이 주목을 받은 가운데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잘 보이지 않던 뮤지컬 배우에 대한 갈증은 영화 <알라딘> 더빙판 노래를 했던 떠오르는 신예 신재범이 채워주었다. 뮤지컬 <피맛골연가>의 ‘푸른 학은 구름 속에 우는데’라는 곡을 갖고 나온 신재범은 뮤지컬 배우다운 몰입과 연기를 더해 그 절절한 가사의 진심을 전해주었다. 특히 ‘잊기 위해 꿈을 꾸고 꿈을 팔아 돈을 사고 혼을 팔아 술을 사고 취하려고 꿈을 파네-’라는 대목에서는 프로듀서들도 먹먹해하는 표정이었다.

 

흔히 오디션 프로그램이라고 하면 프로듀서로 불리던 마스터로 불리던 심사평이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팬텀싱어3>는 심사라고 부르기 어려울 정도로 감동과 충격을 전하는 프로듀서들의 평이 이어졌다. 그것은 워낙 출중한 출연자들이 많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애초 목표 자체를 오디션의 경쟁이라는 자극적인 틀보다는 ‘귀호강 무대의 힐링’에 더 집중했기 때문에 생겨난 일이기도 하다. 합격자들 중심으로 편집해 보여주고, 탈락자들의 무대는 최소화하는 방식은 그래서 시청자들이 이 프로그램을 오디션이라기보다는 마치 좋은 콘서트를 보는 듯한 느낌을 갖게 만드는 이유가 되고 있다.(사진: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