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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명랑TV

'놀면' 김태호 PD가 그리는 큰 그림, 그게 유(YOO)니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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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면’, 유(YOO)니버스 통해 슬쩍 드러낸 김태호 PD의 욕망

 

사회적 거리두기로 예능가가 전반적으로 침체된 분위기지만, MBC 예능 <놀면 뭐하니?>의 역발상은 갈수록 신박해지는 것 같다. ‘부캐의 세계’는 지금껏 이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한 부캐들이 총출동해 ‘랜선 페스티벌’을 벌인다는 콘셉트로 기획되었다. 그가 뽑은 세 개의 부캐는 유DJ뽕티스파뤼, 라섹 그리고 유산슬. 대형 스튜디오에 마련된 세 개의 세트에서 부캐들이 펼치는 저마다의 방송이 교차 편집되어 보여졌다.

 

그 구성은 누구나 쉽게 눈치 챘겠지만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따온 것이다. 각각의 방에 들어가 개인 방송 하는 것을 모아서 보여주는 <마이 리틀 텔레비전>처럼, ‘부캐의 세계’는 ‘오늘 또 하는 라디오’로 돌아와 라디오 DJ를 하는 유DJ뽕티스파뤼와 ‘집밥 유선생’을 하는 라섹 그리고 지역 특산물을 홍보하겠다는 콘셉트로 트로트 선배 가수들과 마련한 유산슬의 방송을 순차적으로 구성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였던 댓글은 이 ‘부캐의 세계’에서도 깨알 같은 웃음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오늘 또 하는 라디오’는 장범준과 박준면에 이어 이동진 평론가와 이욱정 PD를 더하면서 절묘한 정보와 웃음의 조합을 만들었다. 이동진 평론가와 이욱정 PD가 뉴욕을 소재로 한 영화와 음식 관련 고급진 정보들을 풀어놓으면, 그 정보들이 낯설고 놀라워하는 장범준과 박준면의 리액션으로 큰 웃음을 주었다. 네티즌들은 두 사람의 우스운 리액션에 ‘장범준면’이라 댓글을 붙이고, ‘발음이 너무 성실한’ 장범준의 팝송 노래에 ‘나랏말싸미 뉴욕에 달아’ 같은 재치 있는 댓글을 더해줬다.

 

라섹은 겉으로는 소통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결국 답은 정해져 있는 ‘답정유’의 모습으로 엉망진창 요리의 웃음을 선사했다.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하겠다며 라면 스프는 넣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막상 라면 사리를 넣고 나서 갈등하다 결국 스프를 탈탈 털어 넣는 라섹을 보고 네티즌들은 그것이 김치찌개가 아니라 라면에 김치를 넣은 것이라는 날카로운 댓글을 달았다.

 

유산슬의 지역 특산물 홍보는 어딘지 홈쇼핑을 연상케 하는 B급 느낌으로 웃음을 줬다. 홍자, 숙행, 김소유, 정다경이 등장해 코로나19로 지역 행사가 취소된 데 대한 아쉬움을 털어놓다 갑자기 그 지역의 특산물을 홍보하는 시간으로 바뀌었고 박상철에 이어 김도일 작곡가까지 합류하면서 흥 넘치고 웃음 넘치는 축제 홍보의 장이 마련됐다. 특히 고로쇠나 곰취 같은 특산물을 즉석에서 홍보하는 노래를 만들어낸 김도일 작곡가는 이 코너의 백미가 됐다. “고로쇠-”라는 도무지 지워지지 않는 노래가 머릿속에 뱅뱅 돌게 될 정도로.

 

코로나19로 힘겨워 하는 지역 사회와 집밥을 해먹는 대중들 그리고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마련된 기획이지만, ‘부캐의 세계’가 보여준 ‘유(YOO)니버스’는 사실 김태호 PD가 <무한도전> 시절부터 꿈꾸던 것이었다. 그 시절 시도했던 여러 아이템들이 저마다의 세계를 유지하면서도 또 겹치면서 새로운 세계를 여는 마치 마블 같은 그런 유니버스를 김태호 PD는 꿈꿨던 것. 그 숙원이 이제 유재석이 확장시켜 나가는 캐릭터 도전을 통해 이뤄지고 있던 것이다.

 

그래서 ‘부캐의 세계’가 슬쩍 드러낸 ‘유(YOO)니버스’에 대한 김태호 PD의 욕망은 그가 향후에 꿈꾸고 있는 큰 그림을 예감케 한다. 다양한 캐릭터들을 무한 확장시켜 다양한 세계들을 꾸려놓고 그 세계들이 때론 중첩되고 때론 서로 보완되면서 또 다른 세계로의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그런 그림. 그러고 보면 <놀면 뭐하니?>가 현재 그리고 있는 부캐들의 그림들은 이 큰 그림의 밑그림이라는 생각이 든다.(사진: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