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콜센타’, 고전적 포맷이지만 폭발력 생긴 건
TV조선 <사랑의 콜센타>는 어딘지 옛날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스튜디오에서 가수들이 앉아 노래를 하거나 이야기를 하고 여러 명의 걸려오는 전화를 받는 이들이 앉아 있는 그 구성 자체가 그렇다. 제목도 ‘콜센터’가 아닌 ‘콜센타’이고 포스터를 통해 드러나는 글자 폰트도 의도적인 옛 느낌이 묻어난다. 어딘지 빈티지가 느껴지는 톤 앤 매너가 이 프로그램에는 담겨 있다.
하지만 이 어딘지 소소해 보이고 옛 감성이 묻어나는 방식의 프로그램이 20%대(닐슨 코리아)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거기에는 트로트 신드롬을 일으킨 <미스터트롯>의 주역들인 톱7(임영웅, 영탁, 이찬원, 김호중, 정동원, 장민호, 김희재)이 출연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 어떤 오디션 프로그램보다 큰 화제가 됐던 <미스터트롯>이었고, 이미 팬덤까지 공고하게 만들어진 톱7이 아닌가.
그렇지만 신드롬의 주역이 모였다고 해서 그 후속프로그램이 거저 성공의 과실을 따내는 건 아니다. <미스트롯>으로 신드롬을 일으킨 송가인이 출연했던 프로그램을 떠올려보라. <뽕따러가세>는 송가인이 전국을 찾아가 사연자들을 만나 노래를 불러주는 것으로 화제가 된 프로그램이었다. 다른 인물도 아닌 송가인인지라 최고 시청률 7.8%라는 수치는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13회로 종영하면서 적지 않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것은 너무 송가인을 혹사한다는 목소리가 컸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방까지 찾아가면서 차안에서조차 쉬지 않고 노래를 부르는 송가인은 너무 열심히 해서 안쓰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래서 항간에는 송가인의 “뽕을 빼먹는” 프로그램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기도 했다.
<미스터트롯>의 대성공으로 여기서 배출된 스타들을 어떤 프로그램으로 묶어낼지 관심이 컸던 게 사실이지만, 마침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콘서트도 프로그램도 쉽지 않게 되어버렸다. 사실 가수들, 그것도 트로트가수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은 대중들과의 접점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노래를 부르고 호응해주는 대중들이 주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된 상황, 그래서 대규모 관객들과의 접점이 어렵게 된 상황은 역발상을 요구하게 되었다. 스튜디오에서 전화로 사연자들과 연결하고, 그들이 원하는 가수를 통해 노래를 들려주며 상품도 전하는 그런 방식. 이건 어찌 보면 라디오에서 주로 하는 방식이고, 거의 대부분의 예능 프로그램이 스튜디오에서 이뤄졌던 과거 예능의 방식이다.
그런데 워낙 출중한 가창실력들을 갖춘 톱7이 신청곡을 받아 불러주는 노래의 수준이 상상 이상인데다, 한 명의 사연자를 위해 온전한 시간을 제공한다는 판타지는 시청자들을 몰입시키기에 충분했다. ‘불효자는 웁니다’로 어르신을 울려버리는 정동원의 믿기 힘든 감성과, ‘데스파시토’ 같은 곡도 자기 색깔로 소화해내고 ‘상사화’로 순간 사극 속으로 우리를 초대하는 임영웅, 구수한 청국장 보이스로 ‘공’이라는 곡을 통해 인생의 허허로움을 전하는 이찬원 등등. 단 한 명의 신청자가 감동하는 것이지만, 그 어떤 대규모 관객들의 반응보다 더 크게 시청자들의 가슴을 파고든다.
코로나 19 앞에서 <사랑의 콜센타>가 보여준 역발상은, 지금 우리가 ‘온라인 탑골공원’에 열광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걸 떠올려보면 신박하기 이를 데 없다. <사랑의 콜센타>는 아예 옛 감성의 노래 프로그램을 가져와 ‘전화 연결’이라는 더더욱 아날로그적인 형식으로 포장해냄으로서 빈티지한 맛을 내고 있으니 말이다. 트로트라는 장르와도 썩 잘 어울리는 이 형식은 그래서 기성세대들에게는 향수와 추억을 젊은 세대들에게는 방송에서 재연되는 온라인 탑골공원 같은 힙함으로 다가오게 만들고 있다.(사진: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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