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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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유지태와 이보영의 사랑을 가로막는 것들

D.H.Jung 2020. 5. 13.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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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가 멜로를 통해 담아내는 시대의 문제의식들

 

"기회비용. 모든 걸 다 누리면서 살 수는 없어. 하나를 택하면 다른 하나는 포기해야 돼. 잘 선택해봐. 제일 하고 싶은 것을 하든지, 제일 두려운 걸 피하든지. 네가 한재현을 다시 만나지 않겠다고 약속을 하면 지명수배를 풀어주지. 계속 만나겠다면 잡아서 몇 년을 감방에서 썩게 할 거야. 넌 그 놈 옥바라지 나 하며 살아. 윤형구의 딸 윤지수가 아니라 한재현의 여자 윤지수. 욕심 많은 어린애처럼 양손에 떡 쥐고 울지 말고, 둘 줄 하나는 포기해. 한재현을 버리든가, 윤형구의 딸 윤지수를 버리든가."

 

대학시절 지수(전소니)에게 당시 검사장이었던 아버지 윤형구(장광)는 그렇게 으름장을 놓는다. 자신의 딸이 운동권인 한재현(박진영)을 만나는 걸 탐탁찮게 여긴 그는 결국 그에게 수배인물로 만들어버렸다. 아버지의 반대에도 결코 꺾이지 않았던 지수는 결국 재현을 망가뜨린다는 아버지의 으름장에 결심을 한다. 재현에게 이별을 선언한 것.

 

tvN 토일드라마 <화양연화>에서 재현과 지수의 사랑을 가로막는 건 윤형구 같은 부모의 반대다. 그런데 그 부모의 반대는 단지 빈부나 신분의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보다는 약자들의 편에 서서 싸우는 운동권이라는 재현의 선택이 그 반대의 진짜 이유다. 약자를 위해 헌신하는 삶이란, 약자들 위에 군림하며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그 자체로 위협이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세월이 흘렀고 어찌 된 일인지 형성그룹의 사위가 된 한재현(유지태)은 그 그룹 건물 앞에서 시위를 하는 윤지수(이보영)를 다시 만나게 된다. 약자를 위해 싸우던 한재현은 이제 그 약자들을 밟고 군림하는 삶을 살아가고, 한재현이 망가지는 걸 보지 않기 위해 이별을 선언했던 윤지수는 한재현이 버린 그 약자들을 위한 삶을 이어간다.

 

정반대의 위치에 서게 된 두 사람이지만, 한재현이 그런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으로 치부되게 된 건 그 장인인 장산(문성근)이 자신 대신 그의 손에 피를 묻히게 했고 대신 죄를 뒤집어쓰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재현은 윤지수를 다시 만나면서 자꾸만 그 대학시절의 순수했던 때를 그리워하게 된다.

 

이미 결혼한 한재현과 이혼해 아들을 희망으로 삼으며 살아가는 윤지수의 사랑은 그 긴 시간이 지나고 나서도 여전히 이뤄질 수 없는 없는 것이다. 한재현의 아내 장서경(박시연)은 자신도 외도를 하면서 남편의 외도를 참지 못한다. 그래서 대놓고 윤지수를 모욕주려 한다. 또 윤지수의 전 남편 이세훈(김영훈)은 자신의 외도 때문에 이혼을 했지만 다시 윤지수과 재결합하기 위해 그의 아들을 볼모로 잡으려 한다. 한재현과의 불륜을 공개해버리겠다며 협박해 윤지수를 굴복시키려 한다.

 

겉으로 드러난 대결 양상은 모두 불륜과 관련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한재현과 윤지수를 둘러싸고 있는 건 돈과 권력을 쥔 자들에 의해 이들이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없는 현실이다. 한재현은 윤지수를 본 후 약자들을 짓밟아왔던 자신의 삶을 되돌리고 싶어진다. 하지만 윤지수는 여전히 사랑하고 있는 한재현을 위해 그가 망가지지 않는 길을 선택하려 한다.

 

사실 멜로에서 사랑하는 이들을 가로막는 방해요인들은 그 시대의 문제의식을 담아내는 면이 있다. 고부갈등이 주로 등장하는 건 가부장제 사회의 문제의식이 담기는 것이고, 혼사장애는 빈부 격차나 새로운 신분 사회의 문제의식이 담기는 식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화양연화>가 가진 멜로를 통한 문제의식은 약자를 위해 살아가는 삶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아닐까 싶다. 약자를 위해 살고 싶지만 강자들이 여전히 짓밟는 현실의 요원함.

 

과연 한재현은 윤지수가 과거와 똑같은 선택을 하는 것을 막아내고 또 스스로 저버렸던 소신을 되찾을 수 있을까. 그래서 약자를 위해 강자와 맞서는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과정은 한재현과 윤지수가 다시 사랑하는 멜로의 과정으로 그려질 수 있을까. <화양연화>를 보며 우리가 기대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사진: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