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맛남의 광장' 백종원, 이 정도니 '백신(神)'이라 불릴 수밖에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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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남의 광장' 백종원, 이 정도니 '백신(神)'이라 불릴 수밖에

D.H.Jung 2020. 6. 17.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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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남의 광장', 백종원이라 가능한 현실까지 바꾸는 착한 예능

 

못난이 감자 30톤, 대왕고구마 450톤에 이어 이번엔 다시마 2,000톤이다. SBS <맛남의 광장>에서 완도를 찾은 백종원과 김동준은 이런 어마어마한 물량의 다시마가 창고에 재고로 남아 있다는 사실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2,000톤이라는 물량은 길이로 치면 지구 반 바퀴를 돌릴 수 있는 만큼의 양이었다.

 

아마도 시청자들은 다시마가 저렇게 많이 재고로 남아있을 줄은 전혀 몰랐을 게다. 간간이 국물을 내거나 할 때 한 조각씩 넣거나, 특정 라면에 들어가 있는 재료 정도로 다시마를 알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일 정도로 다시마를 요리에 많이 사용하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일본 수출이 그나마 판로였지만 이제는 자국 쿼터제로 인해 그것도 여의치 못한 상황이었다.

 

사연에 담긴 어민들의 실상은 너무나 안타까웠다. 추운 한 겨울에 배에 가슴을 대고 누운 상태로 해야 하는 고단한 작업을 통해 정성스레 키워진 다시마지만, 그런 다시마가 창고에 쌓여 있다는 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일까. 그래서 어민들 사이에서는 다시마가 '다시는 하지 마'라는 뜻으로 불릴 정도라고 했다.

 

사연을 보낸 분은 그래서 백종원을 농어민들의 '백신(神)'이라며 간절하게 도움을 요청했다. 백종원은 다시마가 굳이 끓이지 않고 찬물에 담가 그 육수를 쓰는 것만으로도 천연조미료로서의 감칠맛을 낼 수 있다는 말로 다시마에 대한 인식을 깨주었다. 다시마가 특별한 음식에만 들어가는 게 아니라 일상적인 식재료로 충분하다는 것.

 

마침 건조장에서 사연자의 어머니가 가져온 새참을 통해서 다시마로 만든 피클과 무침, 김치 등등을 맛있게 먹음으로써 백종원은 자신의 말이 실제라는 걸 확인시켰다. 김치를 담글 때 다시마를 그냥 위에 얹어만 놓아도 김치의 감칠맛이 달라진다는 것이었다.

 

이처럼 다시마에 대한 인식을 바꿔주는 몇 마디 이야기들과 그 실제 사례들을 보여준 후, 백종원은 다시마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여러 방법을 고민했다. <맛남의 광장>은 아마도 라면 회사의 도움이 가장 쉽게 그 재고 물량을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라 여겼을 게다. 아침에 일부러 다시마를 넣은 라면과 그냥 끓인 라면을 시식하게 하고 다시마를 넣은 라면이 훨씬 깊은 맛을 낸다는 걸 보여준 후, 백종원은 곧바로 오뚜기 함영준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군대 선임이라는 함영준 회장은 백종원의 제안에 이미 다시마가 들어간 라면이 있는데 거기에 다시마를 두 배로 넣으면 더 맛있을 것 같다며 흔쾌히 제안을 수락해줬다. 실제로 완도 다시마를 위한 한정판 라면이 출시됐고, 소문은 순식간에 퍼져 그 라면은 품절되어버렸다.

 

<맛남의 광장>은 일찍이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못난이 감자 30톤에 대왕고구마 450톤을 수매해 유통을 통해 소비자들이 소비할 수 있게 해준 바 있다. 그리고 이번엔 새로운 키다리 아저씨로 오뚜기 함영준 회장이 등장해 완도 다시마를 두 배로 넣은 라면을 내놓음으로써 다시마 소비를 이끌었다.

 

백종원의 중간 매개를 통해 이뤄진 일들이지만, <맛남의 광장>은 실제 현실을 바꿔나가는 힘을 발휘함으로써 방송 프로그램의 존재감을 키워나가고 있다. 새롭게 참여하는 큰 손 키다리 아저씨들의 등장이 흥미로워졌고, 그런 이야기에 소비자들도 기꺼이 참여하고 있다.

 

물론 방송에서 농어민들을 돕는 노력들은 공영방송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였다. 하지만 백종원이 <맛남의 광장>을 통해 하는 일들은 훨씬 더 스케일이 커지고 있고, 식재료에 대한 인식 개선을 통해 더 많은 소비를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그 영향력이 남다르다. 그것은 이런 착한 방송에 참여하는 기업들 역시 돈으로 상정할 수 없는 이미지 제고를 해줄 수 있고, 해당 농어민들에게는 노력의 대가로 돌아갈 수 있으며 나아가 소비자들에게도 좋은 식재료를 가까이서 기분 좋게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모두가 좋은 선택이 아닐 수 없다. 방송이 '만남'의 자리를 마련함으로서 생겨난 기적 같은 변화라니.(사진: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