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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명랑TV

'놀면' 뭔가 부족한 싹3, 그래도 그들에게 열광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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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면' 유재석·이효리·비, 완벽하지 않아도 충분하다는 건

 

사실 유재석과 이효리 그리고 비가 모였다는 것만으로도 게임 끝이다. MBC 예능 <놀면 뭐하니?>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혼성 그룹 프로젝트는 그래서 그 구성 자체가 이미 성공이다. 이런 제안을 무심한 듯 유재석에게 툭 던져놓고는 대세 스타들인 이효리와 비를 끌어 모은 김태호 PD의 놀라운 선구안이 만든 대박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인지 아직 노래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벌써부터 시청률이 10.4%(닐슨 코리아)를 기록했다. 박명수와 함께 했던 '닭터유' 프로젝트에서 시청률이 7%대까지 떨어진 상황을 이번 혼성 그룹 프로젝트는 단번에 뒤집어버렸다. 물론 <무한도전>의 시즌2를 기대하는 분들이 적지 않지만 <놀면 뭐하니?>는 지금껏 해왔던 그 방식대로 풀어나가는 게 효과적이라는 게 수치적으로도 드러나고 있다.

 

흥미로운 건 혼성 그룹으로 모인 유재석과 이효리 그리고 비가 완벽한 조합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이들이 어딘지 조금씩 부족함을 갖고 있고, 그것을 숨기기보다는 아예 드러내놓고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태호 PD가 괜스레 유재석을 따로 불러 이효리와 비에 비교해 자기 소속 연예인(?)이 떨어지는 것 같다며 주영훈에게 보내 단기 속성 과외를 시키는 대목은 다소 의도적이다. 그런 상황을 통해 유재석은 실력은 조금 부족해도 있는 그대로 자신이 하고 싶은 걸 어필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런데 이효리도 또 비도 조금씩 부족한 면들이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진다. 이효리는 스스로도 말하듯 고음이 어렵다는 걸 털어놓기도 했고, 랩을 하면서도 영어 가사가 익숙하지 않은 걸 드러내기도 했다. 비는 '깡 신드롬'에서도 나타난 것이지만 어딘지 트렌드에서 조금 빗겨난 듯한 모습을 보여 유재석과 이효리의 공격을 받는다.

 

유재석은 물론이고 이효리나 비에게서도 어떤 부족한 지점을 솔직히 드러내고 그것을 서로 물고 뜯는 과정은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준다. 그것은 이들이 최정상의 가수(그것도 시대를 풍미한)였다는 사실과 너무나 다른 완벽하지 않은 모습이 주는 웃음이고, 그래서 시청자들은 훨씬 더 그들과 눈높이를 맞춰가며 이 혼성 그룹이 되어가는 과정을 공유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은 <놀면 뭐하니?>가 유재석을 유고스타로 또 유산슬로 유르페우스로 캐릭터를 확장시키온 과정이기도 하다. 즉 이번 혼선 그룹 프로젝트는 그런 점에서 보면 이런 어딘지 부족한 캐릭터가 세 배로 모인 셈이다. 그들은 물론 부족한 면들을 대놓고 드러내지만, 저마다 갖고 있는 독보적인 자기들만의 영역 또한 분명하다. 시대의 트렌드 세터로서 이효리의 앞서가는 아이디어들과 그만이 소화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아우라 넘치는 춤이 그렇고, 음악만 나오면 어깨가 절로 들썩이는 춤꾼에 이제 꾸럭미까지 갖춘 막내의 귀여움이 더해진 비가 그렇다. 뭐든 막상 시키면 다 해내는 유재석이야 두말이 필요 없고.

 

그래서 이번 혼성 그룹 프로젝트에서는 <놀면 뭐하니?>가 늘 그래왔던 것처럼, MBTI 검사를 통해 본 궁합이 '파국'이듯이 전혀 안될 것 같은 이 조합이 의외의 시너지를 발휘하고 대한민국 여름 시장을 싹쓸이하는 노래를 만들어내는 그 과정을 보여줄 것이다. 모든 게 완벽하다면 전혀 기대할 수 없었을 것들을, 부족하기 때문에 더 기대하게 되고 긴장감 넘치게 바라보게 되는 것.

 

부족해도 "그게 뭐?"하고 말하는 이효리의 당당함과 누가 뭐라고 해도 그걸 선선히 받아들이는 비의 대범함 그리고 안될 것 같지만 막상 시작하면 그 누구보다 열심히 뛰어들어 놀라운 결과를 만드는 유재석의 비상함. 마치 프로그램이 지금의 시청자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당신은 당신 자신으로 이미 충분하다고.(사진: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