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가 던진 위로, 이런 분들이 있어 그래도 살만 한 세상
세상에는 참 많은 직업이 있고 그 직업 속에서도 빛나는 이들이 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2회에 걸쳐 다룬 '직업의 세계' 편은 바로 그런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해준 정우성과, 웹툰 작가 조석, 호텔 도어맨, 디지털 장의사 그리고 약촌오거리 사건의 진범을 잡은 황상만 형사까지 소개했던 지난 1회에 이어, 2회에도 가슴이 따뜻해지고 때론 우리네 삶 자체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드는 그런 직업의 인물들이 등장했다.
우리에게는 직접 체험을 통해 생생한 현실을 전해줌으로써 이미 스타기자로 알려진 '체헐리즘'의 남형도 기자는 한 여름에 브래지어를 체험하고, 벚꽃 피는 시기에 시각장애인 체험을 하며 폐지 줍는 어르신들의 입장이 되어보기 위해 함께 하루를 보냈던 이야기들을 들려줬다. 그 중에서도 폐지를 하루 종일 줍는 어르신을 따라간 체험의 이야기는 유재석과 조세호는 물론이고 시청자들까지 숙연하게 만들었다. 165kg을 주웠지만 그렇게 주운 폐지로 번 돈이 겨우 만 원이었다는 것. 그 어르신이 지고 있는 하루의 무게가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그나마 각박해 보이는 세상 속에서도 남형도 기자는 기사가 나간 후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던 수많은 분들을 거론하며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라는 걸 전해줬다. 신문 기사라고 하면 자극적인 사건, 사고들만 넘쳐나는 세상에 이런 작은 숨통을 틔워주는 남형도 기자 같은 분이 있어 우리도 조금은 살만하다 느끼게 되는 게 아닐까.
안내견 조이와 함께 국회에 입성한 시각장애인 국회의원 김예지 같은 인물이 장애를 가진 분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갖가지 법안을 발의하며 노력하는 모습이나, 배틀그라운드로 K게임의 위상을 알린 김성한 대표가 전하는 성공 스토리 그리고 자동차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페라리 디자이너 마우리찌오 콜비를 초청해 전국의 디자인 전공 학생들과 만나게 해준 피터, 카걸 부부의 가슴 벅찬 이야기들을 보다 보면 세상은 결코 그냥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는 걸 실감하게 된다. 좋은 사람들의 노력들이 더해져 조금씩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 같은 걸 보게 된다는 것.
특히 두 번째 '직업의 세계"에서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인물은 특수청소전문가 김새별이었다. 고독사나 살인사건 같은 뜻하게 않게 사망한 이들의 '마지막 흔적을 지워주는' 일을 한다는 그는 고인 앞에서도 유족들이 자신들의 욕망만 드러내는 모습을 보고는 삶에 대한 허탈함을 많이 느꼈다고 했다.
고인을 애도하기보다는 고인이 남겨놓은 유산을 찾기 위해 마치 도둑이 든 것처럼 집을 엉망진창 만들어 놓는 유족들도 적지 않다 했다. 한번은 고인이 남긴 현금과 집문서를 찾겠다고 집을 뒤집어 놓은 유족이 버리라고 했던 고인의 액자에서 사진을 꺼내다 그 안에서 현금과 집문서를 발견했던 사연도 전했다. 삶이 무상하게 느껴지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본래 길거리로 나가 거기서 우연히 만난 분들과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메인 콘셉트였다. 어찌 보면 복불복에 가까운 현장 부딪치기 콘셉트지만 실제로는 의외로 만나는 분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저마다의 보물 같은 이야기들을 전해주기 일쑤였다. 코로나19 때문에 그 길거리 토크는 콘셉트를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 특정 주제를 갖고 거기 해당되는 인물들을 섭외해 인터뷰를 하는 방식이었다.
이건 어찌 보면 전형적인 인터뷰 쇼가 될 수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그램이 본래의 색깔을 계속 유지하며 참 다양한 사람들을 시청자들에게 소개해줄 수 있었던 건 '사람여행'이라는 그 기조를 계속 유지하고 있어서다. <유 퀴즈 온 더 블록>은 '사람여행'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고, 그런 잘 보이지 않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어 우리 사회가 그래도 살만 해진다는 걸 애써 보여주고 있다. 유재석과 조세호도 또 시청자들도 그래서 배우는 게 많아지는 프로그램이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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