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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명랑TV

'나의 판타집', 아파트값에만 집착하는 세태에 던지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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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판타집'이 드러낸 집에 대한 로망, 왜 의미 있을까

 

이른바 '집 소재 예능 프로그램' 전성시대다.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고, 그래서 도심에 몇 평짜리 아파트에서 전세 사는 것조차 버거운 현실 속에서 집은 어떤 판타지를 갖게 하는 공간이라기보다는 가격으로 매겨지는 매물이 된 게 사실이다. 그런데 그럴수록 우리가 꿈꾸는 집에 대한 갈증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SBS가 파일럿으로 시도한 <나의 판타집>은 바로 그 지점을 파고 들어온다.

 

출연자들이 저마다 꿈꾸는 집에 대한 로망들을 얘기하고, 실제로 그 로망을 실현시켜줄 수 있는 집을 찾아내 살아보는 콘셉트의 예능 프로그램. 우리에게는 자연인으로 더 친숙한 이승윤이 의외로 아이언맨이 살 것 같은 저택을 꿈꾸고, 실제로 그 거대한 집에서 살아보는 모습은 상상이 현실이 되는 설렘을 선사한다.

 

안방에서 아이 방을 오가는 데도 구름다리를 건너가야 할 정도로 집이 크고, 프라이빗 수영장을 갖춘 데다 영화를 볼 수 있는 공간과 운동을 할 수 있는 방이 따로 따로 마련되어 있는 집. 아파트 살이를 하는 우리에게는 상상 속에서나 존재할 법한 집이지만 실제 살아보니 불편한 점들도 적지 않다. 너무 커서 집안에서만 걸어 다녀도 힘이 들 지경이고, 조금 떨어져 있다 보니 중국집 배달도 여의치 않을 정도다. 게다가 난방비가 많이 나올 때는 250만원이나 나온단다. 여력이 없다면 있어도 누릴 수 없는 집인 셈이다.

 

양동근과 그의 아내가 꿈꾸는 집은 '가족'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집이다. 집의 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느냐에 따라 가족 간의 관계도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 이들 가족의 '살아보기'에서 고스란히 느껴진다. 홀로 따로 떨어진 주방에서 요리를 할 때 외롭게 느껴졌다는 양동근의 아내는 집 중앙에 있는 주방에서 '존중받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중앙에 있어 남편과 아이들과 소통할 수도 있고, 그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그 위치가 가져온 변화다.

 

허영지는 어린 시절 살았던 집에 대한 로망을 그대로 가져와 좀 편안하게 쉴 수 있는 힐링의 공간을 원했다. 조금 외딴 곳에 떨어져 있지만 조용하고 툇마루에 앉아 자연을 느끼며 식사를 하거나 차나 술을 마실 수 있는데다, 아늑한 다락방이 주는 포근함 그리고 무엇보다 자연의 품 안에 폭 안겨 있는 듯한 그런 느낌을 주는 집이었다.

 

<나의 판타집>은 애초 MBC <구해줘 홈즈>와 비슷한 집 소재 예능 프로그램이 아니냐는 추측이 있었지만, 실제로는 관전 포인트가 다르다. 그것은 물론 로망을 자극하는 집들도 등장하지만 현실적인 집 찾기에 포인트가 맞춰져 있는 <구해줘 홈즈>와 달리 <나의 판타집>은 말 그대로 누군가의 집에 대한 판타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나의 판타집>이 보여주는 집에 대한 판타지 그 자체가 지금처럼 집에 대한 왜곡된 관점들(주로 가격이나 아파트)이 넘치는 현실에 그만한 의미가 있다는 사실이다. 재산으로서의 집이 아닌 작아도 자신이 꿈꾸는 집이 이 프로그램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서다. 우리는 왜 저마다 원하는 자신만의 집을 더 이상 꿈꾸지 않는 걸까. 어쩌다 모두가 똑같은 구조의 아파트에만 집착하게 된 현실에 이 프로그램이 던지는 질문이 묵직하게 다가오는 이유다.(사진: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