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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싱어게인', JTBC 음악예능의 신박한 진화 그 결정체
    옛글들/명랑TV 2020. 12. 10.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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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어게인', 무명이라 하니 궁금증 폭발.. 이런 역발상이라니

     

    세상에 출연가수들을 이름 대신 번호로 부르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니. JTBC <싱어게인>은 그 시작부터가 남달랐다. 제목에 담겨 있는 것처럼 출연자들은 모두 앨범 하나씩은 냈던 가수들이다. 그러니 이름 대신 번호를 부르는 건 그 가수의 '스펙'을 지우고 오로지 실력으로서 판단하겠다는 프로그램의 각오처럼 보였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그 '무명'에 담긴 더 중요한 기획의도가 있었다는 데 고개가 끄덕여진다. 먼저 '무명가수'라는 그 위치는 시청자들의 정서를 자극하는 부분이다. 사실 아예 데뷔조차 하지 않은 아마추어들보다 어떤 의미에서는 데뷔는 했으나 사람들이 몰라보는 무명가수들이 처한 상황에 더 절박함 같은 게 느껴진다.

     

    물론 출연자들 중에는 이미셸이나 자전거를 탄 풍경의 김형섭, 유미, 크레용팝 초아 같은 한때 굉장한 주목을 받았던 가수들도 있지만, 사고로 동료를 잃은 뒤 무대에서 웃을 수 없었다는 레이디스 코드 소정이나 찐무명인 26호 가수 너드커넥션의 서영주, 남다른 끼로 관객과의 밀당을 함으로써 유희열의 질투를 산 30호 가수 알라리깡송 이승윤, 기타 하나 들고 나와 모두를 반하게 만들어버린 63호 가수 이무진 같은 이들이 대다수다.

     

    '무명'은 그러나 필자가 '○○호 가수'의 이름을 알고 있는 것처럼, <싱어게인>에 출연하면서부터는 결코 무명이 아니다. 이미 인터넷에 들어가 보면 출연자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그 무명가수들이 누구인가를 밝혀놓은 정보들이 넘쳐난다. 그건 아마도 <싱어게인>이 '무명'을 선택해 얻어낸 중요한 효과일 게다. 무명이라 가리니 시청자들은 더 궁금해진다. 안 가르쳐준다고 모르고 넘어갈 리 없는 지금의 시청자들은 그래서 놀라운 무대를 선보이는 그들이 누구인가를 검색해 알아낸다.

     

    최근 오디션 프로그램의 특징은 이제 방송이 일방적으로 내놓는 게 아니라 시청자들과 함께 만들어간다는 점이다. 방송이 나가고 나면 시청자들은 그 영상들을 공유하거나 그에 대한 감상평을 게시판 등에 적어 넣으며 벌써부터 팬덤의 경향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래서 오디션의 끝에 벌어지는 '시청자 투표'는 사실상 팬덤 대결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싱어게인>이 시청자들과 함께 하는 방식은 무명 뒤에 가려진 인물의 정체를 추리하고 찾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이 프로그램의 기획의도인 '무명가수'들의 무대를 만들어 그들을 널리 알려주겠다는 취지 그대로다. 시청자들이 궁금해 하고 그래서 그 정체를 찾아내는 과정은 무명이었던 그들이 이름을 찾고 나아가 유명해지는 그 과정 그대로이니 말이다.

     

    물론 이런 무대는 남다른 실력과 끼와 독특함으로 시청자들을 감동시키거나, 소름 돋게 만들고 때론 기분 좋게 만드는 '이미 준비된' 가수들이 전제되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싱어게인>은 매회 이 다채로운 음악의 맛을 시청자들에게 선사함으로써 그 전제를 충족시킨다. 솔로로 첫 무대를 선보인 그들이 모래 속에 있던 진주를 발견한 것 같은 기분 좋은 느낌을 선사했다면, 팀 대항전은 그들이 하모니를 이루었을 때 더 짙어지는 감동을 선사한다.

     

    대결은 훈훈해진다. 떨어지는 이가 안타까워 상대팀에서 눈물을 흘리고, 그 눈물의 진심에 공감한 심사위원은 떨어지는 이에게 '슈퍼어게인'을 써 다음 라운드 진출을 하게 해준다. 시청자들 역시 그런 선택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이 무대는 오디션이긴 하지만 대결이 아니라 오롯이 무명인 저들에게 제공하는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지금껏 JTBC는 참 다양한 음악예능들을 선보여 왔다. <히든싱어>, <팬텀싱어>, <슈퍼밴드>, <슈가맨> 같은 프로그램들이 그것이다. 그 각각의 프로그램들을 보면 독보적인 JTBC 음악예능만의 차별화와 색깔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들인 <팬텀싱어>나 <슈퍼밴드>의 경우 경쟁보다는 하모니에 초점을 맞춰 차별화를 만들었고, <히든싱어>는 일찍이 복면 콘셉트의 추리요소들을 팬덤의 정서를 더해 시도했으며 <슈가맨>은 복고 콘셉트를 가져와 옛 가수들을 현재로 소환해냈다.

     

    <싱어게인>은 이러한 JTBC 음악예능의 유전자들이 모여 진화한 신박한 결정체처럼 보인다. 무명의 콘셉트에서는 <히든싱어>가, 복고 콘셉트에는 <슈가맨>이, 또 대결보다 하모니의 무대에서는 <팬텀싱어>나 <슈퍼밴드>의 유전자가 어른거린다. 이러니 월요일 밤이 기다려질밖에.(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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