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게인', 다시 노래한다는 의미가 이토록 큰 감동일 줄이야
"사고가 있고... 활동을 했는데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빈자리가 너무 커서... 무대에서 웃어도 되나 라는 생각을 너무 많이 하게 돼서.. 기쁨과 행복을 드리려고 하는데 안쓰럽게 봐주시니까. 웃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많았습니다."
JTBC 오디션 프로그램 <싱어게인>에 나온 11호 가수는 자신을 소개하는 한 줄에 "이제는 웃고 싶다"는 소망을 적었다. 그는 우리에게는 가슴 아픈 사고의 기억을 남아 있는 레이디스 코드의 멤버 소정이다. 교통사고로 안타깝게도 리세와 은비 둘을 먼저 보낸 레이디스 코드는 그 후로도 남은 세 멤버가 계속 팀 활동을 했다. 하지만 소정이 말한 것처럼 그것이 어찌 쉬운 일이겠나. 연민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그들을 무대 위에서조차 웃지 못하게 만들었으니.
소정이 이날 부른 곡은 임재범의 '비상'. "다시 새롭게 시작할거야. 더 이상 그 무엇도 피하지 않아. 이 세상 견뎌낼 그 힘이 되줄 거야. 힘겨웠던 내 방황은-"이라는 가사가 다시 들렸다. 원곡자인 임재범이 부를 때 전혀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의미들이 레이디스 코드의 소정이 부르는 노래 속에서 새록새록 피어났다. 그것은 소정이 겪은 아픔과 상처 그럼에도 이를 깨치고 나가겠다는 의지가 더해져서 생겨난 새로운 의미였다.
<싱어게인>이 '다시 노래한다'는 그 의미도 소정의 노래를 통해 새롭게 느껴졌다. 심사위원 김종진은 그 노래를 듣고는 이 프로그램의 존재 가치를 인정했다. "참 음악이라는 게 뭔지 11호 가수님 노래하는 걸 본 것만으로도 상처받았던 것들이 싹 치료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 프로그램 저런 분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 같은 느낌이 확 드네."
돌이켜보면 <싱어게인>에 나온 가수들의 노래가 그 어떤 무대보다 더 깊은 몰입감과 감흥을 준 것이 바로 그 '다시 노래하는' 가수들의 마음이 달라서였다. 슈가맨조로 나와 '사랑은 언제나 목마르다'를 부른 33호 가수 유미의 노래를 듣고 김이나 심사위원은 최근 그 어떤 무대보다 가사가 완전 하나하나의 이야기로 들렸다고 말했다. 그것은 이 무대에서 그의 노래가 그 어떤 무대보다 진정성이 느껴졌다는 얘기였다.
12년 정도를 코러스로 활동해왔다는 40호 가수는 <슈퍼스타K7>에 나왔던 천단비였다. 그는 많은 무대에 섰지만 본인의 무대는 아니었다는 그는 이선희 무대의 코러스를 하기도 했었다고 했다. 그런 진심이 그가 부르는 앤의 '기억만으로도'에 그대로 묻어났다. 놀랍게도 '올 어게인'을 받은 그는 이선희가 말해준 "오늘은 충분히 무대 전면에 드러난 가수였다"는 평에 감동했다.
음악을 하기 위해 일용직도 발레파킹도 해봤다는 재야의 고수조 10호 가수가 담담하게 불러 더욱 큰 감동을 준 김광석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나, 헤비메탈 가수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꾹꾹 눌러 절규하는 듯한 목소리로 29호 가수가 부른 임재범의 '그대는 어디에'가 더욱 감동적인 건, 이들의 '다시 노래한다'는 그 의미가 무대에 남다른 진정성과 몰입감을 만들어줬기 때문이었다.
<싱어게인>은 이미 앨범을 하나라도 냈지만 이름은 잘 알려지지 않은 무명가수들의 오디션이다. 그래서일까. 세상에는 남다른 노력을 오래도록 해왔고 그래서 실력은 갖췄지만 무대에 설 기회가 없어 무명으로 살아가는 가수들이 얼마나 많은가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들이 애써 무대를 찾아 다시 노래하는 현장이다. 어찌 감흥이 새롭지 않을까.
레이디스 코드 소정의 노래와 무대에 서서도 웃을 수 없다는 그 아픈 사연을 다 들은 이선희 심사위원은 이렇게 말했다. "감히 이 얘기를 합니다. 웃어도 돼요. 마음껏 웃어도 되고 노래 많이 불렀으면 합니다." 그 말은 마치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채 마음껏 웃지도 노래하지도 못하는 많은 무명가수들에게 전하는 덕담처럼 들렸다. 다시 웃어도 된다. 다시 노래해도 된다고.(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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