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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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포맷 분쟁, 심사위원들 겹치기 출연은 문제없나

D.H.Jung 2021. 1. 27.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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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롯신'들이 장악한 트로트 오디션 심사, 이대로 괜찮을까

 

TV조선이 최근 자사 트로트 예능 포맷을 MBN이 표절했다고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한 예능 프로그램이 성공하면 너도 나도 그 형식과 소재를 가져와 따라하는 것이 국내 예능이 지금까지 마치 관행이나 되는 것처럼 해왔던 일들이어서, 이번 소송은 이례적인 일로 다가오는 게 사실이다.

 

<미스트롯>에 이어 <미스터트롯>을 잇따라 성공시키면서 지난해 내내 트로트 트렌드를 이끌었던 TV조선이 이번 소송을 낸 이유는 "단순한 시청률 경쟁을 위한 원조 전쟁이 아니라, 방송가에서 그동안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던 경계심 없는 마구잡이 포맷 베끼기에 경종을 울리기 위함"이라고 했다. 대중들도 이러한 예능가의 '쏠림 현상'과 '베끼기'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현재, 소송의 명분으로서는 충분하다 여겨진다.

 

물론 MBN은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을 베꼈다는 <보이스퀸>, <보이스트롯>또 <사랑의 콜센타>를 도용했다는 <트롯파이터>가 그들 프로그램들과는 다르다며 그 차별점을 내놓았고, 오히려 <나는 자연인이다> 같은 자사의 성공 프로그램과 유사한 <자연애(愛) 산다>로 TV조선이 제작해 피해를 줬다고 맞불을 놨다. 즉 TV조선이 내놓은 '마구잡이 포맷 베기기 경종'이라는 내용에 스스로는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가 하는 역공인 셈이다.

 

소송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건, 베끼기 특히 트로트 소재 프로그램의 홍수로 어딜 틀어도 트로트가 흘러나오는 현 상황의 피로감은 대중들도 공감하는 바다. 대중들의 입장에서는 너무 트로트에 쏠려 있는 프로그램들과 그러다 보니 출연자들도 종종 겹치고 심사위원들은 그 나물에 그 밥처럼 거의 똑같은 상황들이 식상해질 수밖에 없다.

 

사실 이러한 트로트 소재 프로그램의 홍수 속에서 방송사 간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걸 이미 전초전처럼 보여준 사례가 있었다. TV조선 <사랑의 콜센타>와 SBS <트롯신이 떴다>가 출연자들의 겹치기(심지어 동시간대) 출연으로 야기된 갈등이 그것이었다. 그 후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지만, 남진, 장윤정, 진성, 설운도, 주현미, 김연자 그리고 붐까지 <트롯신이 떴다>의 출연자들은 쏟아져 나온 트로트 소재 프로그램 여기저기에 출연하는 상황이 생겼다.

 

진성은 <미스트롯2>, <미스터트롯>은 물론이고 <보이스트롯>, <트로트의 민족>, <트롯신이 떴다>에 출연했고, 장윤정은 <미스트롯>1,2는 물론이고 <노래가 좋아>, <최애 엔터테인먼트>, <2020트롯어워즈>, <트롯신이 떴다>에 출연했다. 남진은 <트롯 전국체전>, <2020 트롯 어워즈>, <보이스트롯>, <트롯신이 떴다>, <미스트롯>에 출연했고, 설운도 역시 <트롯 전국체전>, <2020 트롯 어워즈>, <트롯신이 떴다>에 출연했다.

 

세상에 트로트 오디션의 심사위원을 할 수 있는 인물이 이렇게 없는가 생각될 정도로, '트롯신'들이 여기저기 심사에 겹치기 출연을 하고 있는 상황은 현재 방송사 간 소송 분쟁까지 등장할 정도로 쏟아져 나온 트로트 소재 프로그램의 문제를 잘 보여준다. 형식은 물론이고 소재 심지어 심사위원까지 같다면 도대체 이들 프로그램들의 차별성은 어디에 있을까.

 

방송 제작자들이 너도 나도 트렌드에 편승해 베끼기를 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런 흐름 속에서 여기저기 겹치기 출연을 하는 출연자들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식상함은 트로트라는 트렌드의 소비를 가속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제로 벌써부터 힘이 빠지기 시작한 트로트 오디션에는 무분별한 섭외와 더불어 당장 물 들어올 때 노를 젓는다는 출연자들의 근시안적인 욕망이 자리하고 있다. 오랜만에 가치를 다시금 보게 만든 트로트 트렌드가 방송사간 소송까지 비화되고 있는 건 이런 위기상황을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여겨진다.(사진:TV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