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윤스테이', 윤여정의 대화에서 빛나는 타문화 존중과 배려 본문

옛글들/명랑TV

'윤스테이', 윤여정의 대화에서 빛나는 타문화 존중과 배려

D.H.Jung 2021. 1. 27. 17:17
728x90

'윤스테이', 윤여정의 이런 자세가 예능의 품격을 올린다

 

tvN 예능 <윤스테이>에 손님으로 온 네팔 가족은 3대가 함께 했다. 귀여운 딸을 둔 부부가 장인, 장모를 초대해 함께 '윤스테이'에 같이 오게 된 것. 장인어른은 채식을 고수하는 비건이어서 '윤스테이' 사람들은 거기에 맞는 음식들을 준비해 내놨다. 고기 대신 콩고기를 넣어 만든 궁중떡볶이를 저녁식사로 내주었고, 아침에는 만둣국에 들어가는 만두로 야채만두를 따로 준비했다. 

 

손님을 위한 세심함은 그 비건 장인어른을 위해 최우식이 김치 대신 매실장아찌와 마늘쫑 같은 다른 반찬을 준비하는 데서도 드러났다. 김치에 새우젓이 들어가 있어서였다. 윤여정은 서빙을 직접 하면서 그 음식들이 비건을 위한 채식으로 만들어졌다는 걸 하나하나 설명해줬다. 혹여나 갖게 될 불안감이나 불편함을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네팔 가족이 3대가 함께 하고, 그래서 그들 사이에도 조금씩 세대 차이에 따라 다른 삶의 방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바로 그 음식에서부터 드러난 부분이다. 그래서 식사를 마치고 나와 그 한옥이 얼마나 오래된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합류하게 된 윤여정과 네팔 가족의 대화는 흥미로웠다. 그것은 세대와 국적으로 다를 수 있는 문화가 서로 어떻게 소통하고 존중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대목이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가 종교 때문에 비건이냐"고 최우식이 던진 질문에 "신앙심이 깊으셔서 고기를 안 드신다" 설명한 사위는 장인도 자신도 모두 힌두교지만 "아버님을 빼고는 유연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윤여정은 "요즘 세대는 그렇다"며 공감을 표했다. 서로 다른 나라 종교지만, 어느 나라나 종교라고 해도 세대 차이로 인해 문화가 조금씩 다른 건 마찬가지라는 점을 든 것이다. 거기에는 젊은 세대들의 그런 변화를 긍정하는 마음이 담겼다.

 

"저도 종교를 엄격하게 지키지는 않아도 종교의 가치관은 중시해요. 습관이나 전통을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이죠." 사위의 말에 윤여정은 이제 어르신의 입장을 공감하는 말을 내놨다. "알 것 같아요. 나이가 들면 이전에 있었던 것들을 붙잡고 싶어져요. 그리고 그것을 끝까지 유지하고 싶어지죠. 남은 시간 동안."

 

사위는 아버님 세대는 변한다는 게 힘든 것 같다고 이해하는 입장을 밝혔고, 윤여정은 그것이 당연하다며 세대차이가 크고 자신도 그렇다고 공감했다. 그리고 그 어르신에게 사위 칭찬을 해줬다. "운이 좋으시네요. 좋은 사위를 얻으신 건 행운이에요. 좋은 여행 선물도 받으시고.." 그러자 사위 역시 "여러분도 저희에게 굉장히 친절하셨어요"라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저 훅 지나가는 짧은 대화에 불과해 보였지만, 이 광경은 <윤스테이>가 가진 타문화에 대한 자세를 잘 드러내 보여줬다. 그건 한옥에 한식을 경험하게 해주며 외국인들의 반응을 살피는 이 프로그램이 우리 문화에 대한 도취적 입장을 취하기보다는,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배려함으로서 세대와 국적이 달라도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 소통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려 한다는 점이다. 

 

<윤스테이> '대표님'을 맡고 있는 윤여정은 그래서 이 프로그램의 이런 입장을 그 존재 자체로 상징하는 인물처럼 보인다. 칠순을 넘긴 나이지만 여전히 정력적으로 일하며, 젊은 세대들과 소통하고 또 외국인에게도 스스럼없이 다가가 때론 친 할머니처럼 때론 친구처럼 때론 엄마처럼 대하고 배려하는 모습이 <윤스테이>만의 특별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에게 "나 뭐 시켜줘"하고 일을 자청하기도 하고, 이상하게 이런데 나오면 라면이 먹고 싶다며 젊은 친구들이 가끔 보여주는 '면치기'의 신기함을 얘기한다. 찾아온 외국인 손님들에게 '진, 선, 미'로 이름 붙은 숙소의 의미를 설명하고, 착하게 지내야 한다, 아름답게 보내야 한다는 식의 덕담을 넣은 유머를 던지고, 또 문을 닫을 때 앞뒤 문이 같이 움직이자 "사실 여기 우리집 아니에요. 나도 잘 몰라요"라고 말하듯, 가끔씩 서툰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끄집어내 손님들에게 이야기함으로써 웃음을 주기도 한다. 

 

또 새로 온 이란 부부가 저녁 식사 자리에 앉게 됐을 때도 "저는 이런 자세가 익숙한데 두 분은 이런 자세가 익숙하지 않으시죠?"하며 우리네 좌식문화가 외국인들에게는 불편할 수 있다는 점을 꺼내놓는다. 그러자 자신들도 좌식문화가 익숙하다 말하는 이란부부와 윤여정은 금세 친밀한 느낌이 만들어진다. 같은 과 같은 연구실에서 24시간을 함께 보낸다는 그들에게 "이거 축복인가요?"하고 농담을 던질 정도로. 

 

윤여정과 직원들(?)은 외국인들이 저마다 문화가 달라 우리 식의 한옥과 한식에 혹여나 불편함이 없을까를 걱정하고, 외국인들은 너무 맛있어 그릇째 만둣국 국물을 들고 마시는 게 예의가 아닌 건 아닌가 걱정한다. 북영국 출신이라 반팔 차림으로 다니는 영국손님은 산책 중 만난 다른 외국인들과 금세 친해져 마치 동네 이장님 같은 편안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윤스테이>가 우리 문화에 대한 도취에 빠지지 않고 시청자들을 기분 좋게 해주는 건, 타문화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담긴 시선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윤여정이 상징처럼 서 있다.(사진: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