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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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게인', 방구석 음악인 30호 가수가 이승윤이 되기까지

D.H.Jung 2021. 2. 18.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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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게인', 무명가수들은 어떻게 진짜 유명한 가수들이 됐나

 

그는 자신을 방구석 음악인이라고 불렀다. 자그마한 그 방에는 그가 무대에 섰을 때 입었던 옷들이 걸려 있었다. 그 작은 방안에서 기타를 치며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방구석에서 혼자 깨작대는 음악을 하던" 그는 "방문을 열고 나가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그랬던 그가 JTBC <싱어게인>에 나와 30호 가수로 불리고 드디어 이승윤이라는 이름으로 최종 우승자의 위치에 서게 됐다. 그에게 있어서는 인생의 반전이라고 할 수 있는 <싱어게인>이라는 오디션은 그렇게 무명가수들을 단 몇 달 만에 유명가수로 바꿔 놓았다.

 

<싱어게인> 첫 무대에 섰을 때 이승윤은 특유의 '밀당을 하는 듯한' 노래를 들려주었지만, 조금은 어색한 모습이었다. 이무진과 함께 노래 부를 때까지만 해도 그는 지금처럼 자기만의 확실한 색깔이 있으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다시 홀로 이효리의 'Chitty Chitty Bang Bang'을 부르면서 그 '족보 없는 무대'가 바로 그의 독자적인 색깔이라는 게 드러났다. 너무 독특해서 도대체 장르가 뭐냐며 호불호가 갈릴 만큼 분명했던 색깔.

 

그는 그 때도 자신을 "애매한 사람"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 애매함이란 다른 말로 하면 그 누구와도 차별화되는 그만의 색깔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했다. 자신의 깜냥을 알아 스타가 되겠다는 욕심은 진작 버렸다고 했고, 대신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겠다는 마음으로 매 무대에 섰다는 이승윤은 바로 그랬기 때문에 <싱어게인>의 최종 우승자가 될 수 있었다. 오디션의 경쟁보다는 저 마다의 색깔을 얼마나 잘 드러내는가가 이 특별한 오디션의 목표였기 때문이다.

 

<싱어게인>은 무명가수전이라는 독특한 지점을 세운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다. 무명가수가 이름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는다는 것. 그래서 가장 중요한 건 그만의 확실하고 차별성 있는 무대를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것이었다. 마지막 파이널 라운드에 올라온 참가자들이 그랬다. 강렬한 헤비메탈을 하는 정홍일이나 포크의 맛을 들려주는 이무진, 걸그룹 아이돌 출신이지만 다채로운 장르를 소화해내며 '대형가수'의 느낌을 선사하는 이소정 등 누구 하나 비슷한 유형의 가수들이 없었다.

 

바로 이 지점은 시청자들이 보통 한 가지 장르나 유형으로 구획되어 치러지는 보통의 오디션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각각의 무대가 경쟁을 한다기보다는 다양한 공연을 보여주는 느낌을 선사한 것도 그래서다. 여기서 중요했던 건 심사위원들의 심사방식 역시 하나의 기준이 아닌, 그 무대에 오른 가수의 특성에 맞춘 기준으로 평가하고 조언하는 방식이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다양한 가수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볼 수 있었던 <싱어게인>은 오디션 형식을 가져왔지만 사실은 이 무명가수들을 '육성해' 주목되는 가수로 키워내는 음악 프로그램에 가까웠다.

 

한때는 방구석 음악인이라고 자처하고 스스로를 애매하다고 말했던 무명가수 이승윤은 이제 자기 색깔이 분명한 개성 있는 가수로 자신을 만들어준 <싱어게인>을 '소개팅'이라고 표현했다. 자신을 많은 대중들에게 소개해줬다는 의미였다. 그러면서 그는 '애프터'를 이야기했다. 이제부터 더 자주 만나 서로를 알아가도록 하자는 것. <싱어게인>이 매 회 주선한 소개팅 덕분에 참 많은 무명가수들을 소개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 과정에서 이미 유명한 가수들이 되어 있었다.(사진: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