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골목식당', 무엇이 백종원의 마음을 극과 극으로 갈리게 할까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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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식당', 무엇이 백종원의 마음을 극과 극으로 갈리게 할까

D.H.Jung 2021. 2. 18.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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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식당' 극과 극, 잘되길 바라는 집과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집

 

"어머니.. 아니 백종원 대표님이 갑자기 오셔가지고 깜짝 놀랐어요. 아니요. 그냥.. 제가 다 잘못 끓인 것 같고... 아니요. 어머니 김치 맛있대요. 너무 많이 끓인대요. 양을 줄여야 된다고. 얼려 놓으면 안되고.. 너무 많이 끓인다고. 잘 되겠죠 뭐 이제. 열심히 하면 되겠죠."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새롭게 시작한 강서구 등촌동 골목의 추어탕집 사장님은 백종원이 첫 방문을 하고 난 후 시어머니와 통화를 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사연은 이랬다. 본래 그 추어탕집은 시어머니가 운영하고 지금의 사장님은 며느리로 서빙을 도와주고 있었는데, 시아버지가 지난해 6월 갑자기 뇌 암 진단을 받으셔서 시어머니가 간병을 전담하느라 가게를 떠맡게 됐다는 거였다.

 

사실은 가게를 접으려 했다가 혼자 가게를 맡게 된 사장님은 시부모님과 오래도록 함께 지내서 어머니 없이 사는 걸 상상해본 적이 없다 할 정도로 시어머니를 의지하고 있었다. 어떻게든 가게를 이어보려 틈틈이 어머니에게 레시피를 물어가며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겪고 겨우겨우 추어탕을 끓여내고 있다는 것. 시식을 해본 백종원은 추어탕은 괜찮은데 시래기 관리가 잘못되어 맛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고 했다.

 

맛이 아주 좋을 수는 없는 상황이었지만, 백종원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는 눈치였다. 묵묵히 한참을 추어탕을 맛보고 시어머니가 여전히 만들어 주신다는 김치와 깍두기가 맛있다는 이야기를 반복했다. 추어탕에는 조금 문제가 있었지만 굳이 좋은 것부터 말해주려는 마음이 느껴졌다. 그리고 맛 평가에서도 양 조절과 시래기 관리만 잡으면 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이야기를 내놨다.

 

백종원이 이렇게 말한 건 아마도 이 추어탕집 사연을 통해 어떻게든 돕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였을 게다. 그건 시청자들의 마음 역시 마찬가지였다. 첫 방문이 끝나고 이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하는 이야기는 그의 성품과 어머니에 대한 진심이 담겨 있었다. 잘못 된 건 다 자기 탓이라고 말하고, 그 와중에 백종원이 어머니 김치 맛있다고 했다는 이야기를 빼놓지 않는 그 말에 담긴 진심은 실로 뭉클했으니 말이다.

 

두 번째로 찾아간 베트남 쌀국숫집 사장님 역시 사연이 참 딱했다. 결혼 5년 차 두 딸의 아버지인 사장님은 아이들과 조금 더 많은 시간을 갖고 싶다는 소망으로 창업을 하게 됐고, 홀로 다양한 연구와 노력을 한 끝에 쌀국숫집을 열었지만 장사가 잘 되지 않았다. 새벽부터 나와 하루 14시간 꼬박 일하지만 매출이 안 나와 전셋집도 작은 집으로 두 번이나 이사했다는 것. 사장님은 어려운 상황을 이야기하며 특히 아이들과 더 오랜 시간을 보내지 못한 걸 마음 아파했다.

 

그런데 백종원이 맛본 이 가게의 쌀국수에도 딱한 사연이 들어 있었다. 생각보다 깊지 않은 국물 맛의 원인이 훨씬 많은 고기를 넣지 않아서라는 것. 백종원은 7천 원짜리 베트남 쌀국수에서 깊은 국물의 맛을 기대하는 건 어려운 일이라며 그런 냉정한 평가를 내리는 자신을 심지어 "나쁜 놈"이라고까지 했다. 사장님의 어려운 사정은 그가 매일 일지처럼 적어놓은 노트의 글들 속에도 담겨 있었다.

 

가게 인테리어를 어떻게 할까 고민한 글귀 속에는 예산이 없어 이 사장님이 얼마나 고민을 했을까가 느껴졌다. 또 노트에는 아기의 육아 관련 글들도 빼곡하게 적혀 있어 사장남의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이 절절히 묻어났다. 도움이 되고픈 백종원의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백종원은 고기를 훨씬 더 많이 넣고 차라리 가격을 올리는 것으로 차별화를 만드는 게 관건이라는 솔루션을 내놨고, 사장님의 진심처럼 노력하면 충분히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해줬다.

 

하지만 세 번째 찾아간 연어새우덮밥집은 사정이 정반대였다. 몇 개월 사이에 메뉴를 끊임없이 바꿨다는 이 가게는 백종원이 주문한 연어새우덮밥을 내놓는데 너무나 미숙한 모습을 보였다. 사실 밥을 퍼놓고 생연어, 새우장, 연어장을 그 위에 덮기만 하면 끝나는 메뉴였다. 그런데 사장님의 요리하는 모습은 어딘지 엉성하기 이를 데 없었다.

 

게다가 온수 보일러를 달지 않아 냉수로만 설거지를 한다는 이야기에 백종원은 화들짝 놀랐다. 그건 불편함의 문제가 아니라 위생의 문제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식을 할 때 백종원은 제대로 끓여서 닦지 않은 젓가락을 애써 닦아내기도 했다. 결국 이런 집에서 맛있는 음식이 나올 턱이 없었다. 하지만 음식맛보다 더 중요한 건 사장님의 마인드였다. 가게를 하는 사람의 어떤 진심이 느껴지지 않았던 것.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잘 되는 집이 나올 리가 없다. 물론 가끔씩 모든 게 완벽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집이 등장하긴 하지만, 그래도 솔루션이 필요한 집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똑같이 문제가 있어도 백종원의 모습은 때때로 극과 극으로 나뉜다. 그 차이를 만드는 건 뭘까. 이번 편을 통해 들여다보면 그것이 장사하는 사람들의 '진심'이라는 걸 발견하게 된다. 보고만 있어도 도와주고픈 마음이 들게 하는 사장님들이 있는 반면, 왜 나왔을까 싶은 사장님들도 있으니 말이다.(사진: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