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쳐야 쏜다', 예능과 리얼 스포츠의 기막힌 콜라보
영혼이 서로 다른 육체에 들어가 만들어지는 이른바 '스위치' 콘셉트 콘텐츠의 예능 버전을 보는 것만 같다. JTBC 새 예능 <뭉쳐야 쏜다>가 시작됐다. '전설들의 조기축구'로 1년 반을 달려왔던 <뭉쳐야 찬다>가 종목을 농구로 바꿨다. 그러면서 역할과 입장이 뒤바뀐 꿀잼 스위치 상황이 생겼다.
감독과 선수들이 처음 모이는 자리, 일찌감치 모임장소에 간 김용만과 김성주는 과거 <뭉쳐야 찬다> 때를 고스란히 떠올렸다. 달라진 게 하나도 없어 보이지만, 곧바로 도착한 허재가 <뭉쳐야 찬다> 시절의 초라했던 을왕리 때의 모습과는 너무나 달라진 수트 차림으로 등장하면서 <뭉쳐야 쏜다>의 색다른 묘미를 예감케 만들었다.
그 때는 선수로서 감독을 맡은 안정환에게 이리저리 굴림을 당하던(?) 그였지만, 지금은 감독으로 자리하게 된 것. 그는 사실 <뭉쳐야 쏜다>가 자신이 <뭉쳐야 찬다>를 할 때의 큰 그림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농구를 하는 걸 전제로 축구를 했었다는 것. 무려 1년 반 동안이나 그라운드보다는 벤치에서 서포터 역할을 했던 허재를 떠올려 보면 이런 말쑥한 차림으로 감독 자리에 떡 하니 앉게 된 허재의 모습에 빵빵 터지는 김용만과 김성주를 공감할 수 있을 게다.
하지만 역시 말쑥한 수트 차림으로 나타난 현주엽에게 당황한 허재가 "먹으러 왔니?"라고 묻고, 코치로 합류했지만 감독 자리를 은근히 노리는 현주엽에 은근히 긴장하는 허재의 모습이나, 이젠 감독이 아닌 선수로 등장해 '슛 퍼포먼스'를 보이는 안정환과 허재의 뒤바뀐 역할은 그 자체로 흥미롭게 다가온다. <뭉쳐야 찬다>에서 허재를 힘겹게 했던 감독 안정환이 이제 상황이 역전되어 허재 감독에게 당하는(?) 모습을 기대하는 건 아마도 출연자들은 물론이고 제작진 그리고 시청자들 모두의 바람이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종목을 바꾸면서 역할과 위치가 바뀐 스위치 상황은 곧바로 허재가 안정환의 처음 감독을 맡았을 때 얼마나 황당했을까 하는 그 지점을 동병상련으로 이해하게 만들고, 이제는 거꾸로 안정환이 허재에게 감독의 그 상황을 "당해봐라" 하는 입장으로 선회한다. 농구팀에 합류한 전설들의 면면이 이동국 같은 축구선수나 여홍철 같은 단신선수들로 채워질 때 허재의 얼굴은 난감해진다.
버스 안에서 즉흥적으로 상암 불낙스란 팀명을 정하고, 다소 과하게 준비된 창단식(?)에 이어 곧바로 이어진 첫 경기에서 이 오합지졸들은 역시 기대 이하의 면면으로 웃음을 준다. 룰 자체를 모르고, 타임 요청한 시간에 용어 자체를 못 알아들어 작전 지시 따위는 아무런 소용이 없는 그 멘붕 상황이 주는 웃음이라니. 룰도 모르는 선수들이 경기에 들어왔다는 사실 자체가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뭉쳐야 찬다>에서도 그랬듯이 이 오합지졸이 만들어내는 예능적인 웃음은 갈수록 자못 진지해질 것이고, 결국은 농구라는 스포츠의 진짜 묘미를 선사하는 경기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오합지졸들의 성장기가 <뭉쳐야 쏜다>에서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거라는 것. 생각해보면 여러 스포츠 종목의 레전드들을 이렇게 한 자리에 모아 놓은 것이 얼마나 야심찬 포부였는가를 새삼 느끼게 만든다. 축구에서 농구로 왔으니 이게 끝나면 또 다른 종목 또한 가능할 게 아니겠는가. 그 때는 또 다른 역할과 위치가 바뀌는 스위치 꿀잼이 이어질 테고.(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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