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유퀴즈' 껌값만 700만원 기사님과 지진희가 한자리 앉는다는 건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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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 껌값만 700만원 기사님과 지진희가 한자리 앉는다는 건

D.H.Jung 2021. 2. 18.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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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 지진희처럼 연예인 출연에도 진심을 담는다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 93화의 주제는 '○○'에 진심인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소개된 이들은 불가사리에서 추출한 성분을 이용해 친환경적인 제설제를 만든 양승찬 대표,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놀랍게 빠른 속주를 보여준 리코더 그랜드마스터 남형주, 손님에게 진심인 명품 택시기사 권오길, 우리네 토종 괴물을 발굴하는 곽재식 박사이자 작가 그리고 셀카에 진심인 지진희였다.

 

이번 편에 출연한 모두가 흥미로웠지만 특히 감동적으로 다가왔던 분은 명품 택시기사 권오길님의 사연이었다. 울산에서 유명하다는 권오길 기사님은 타는 손님들에게 껌을 제공하고 쿠션을 놓는 등 최상의 편의를 제공하고, 무엇보다 진심어린 대화로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주는 분이었다. 택시에 비치된 방명록에는 그런 권오길 기사님에 대한 손님들의 고마운 마음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매일 같이 채워 넣는 껌 비용만으로도 지금껏 700만 원 넘게 썼다는 권오길 기사님은 손님들에게 맞는 덕담을 해주고, 재치 있는 농담으로 손님들을 즐겁게 해주는 등 택시에도 진심이 담길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진심은 손님들이 남긴 방명록에도 담겨 있었다. '센스쟁이 기사님- 늦은 새벽 집안일로 먼 길 다녀오다가 터미널에서 마주친 기사님- 피로가 풀리는 껌 그리고 친절 감사합니다-', '명품과 함께 시작하는 2020년 휴가 첫 발걸음에 다소 인연이 놀랍고 감사하다. 이 기사님의 마인드야말로 명품 중에 명품이 아닐까 싶다.'

 

권오길 기사님이 들려준 단골손님과의 인연에 대한 이야기는 실로 감동적이었다. 한 2-3년 연락이 없다가 받은 단골손님은 문자로 '연락이 안 됐던 3년 동안 암 수술을 12번을 받았다'고 적혀 있었다고 했다. 이 전화를 하기 위해 1년을 망설였다는 손님에게 권오길 기사는 어떤 일이든 돕기 위해 모닝콜을 해주고 병원을 데려다 주고 화장실 변기가 막힌 것까지 뚫어줬다는 사연까지 들려줬다. 그 손님은 자신의 모습을 보고 친구도 부모님도 다 떠났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고, 권오길 기사님은 자신이 더 도울 수 있는 일이 없어 마음 아팠다고 했다.

 

<유퀴즈>는 코로나19 때문에 길거리로 나서서 그 곳에서 만난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던 방식에서 이제는 주제에 맞는 인물들을 섭외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리운 건 그 보통사람들이다. 그런 점에서 권오길 기사님의 이야기는 <유퀴즈>가 길거리로 나서던 때의 한 풍경을 다시금 보는 듯한 감동을 줬다.

 

중요한 건 이 날 같은 주제로 출연한 지진희에게서도 그 섭외 자체에서 진심이 느꼈다는 점이다. 보통 연예인들의 출연은 영화나 드라마 홍보를 위한 선택이 될 때가 많다. 그래서 연예인들이 <유퀴즈>에 출연하는 것이 주목받기는 하지만, 보통 사람들의 위대한 이야기를 듣는 이 프로그램과는 어울리지 않을 때가 적지 않다.

 

하지만 아무런 홍보 이슈 없이 출연한 지진희는 이번 주제가 내세운 '진심'이라는 코드에 딱 맞는 인물이었다. 연예인이라는 사실보다 모든 것에 진지함을 보이는 그의 모습은 그 때문에 유재석을 빵빵 터지게 만들었고, 그런 진지함이 그가 지금껏 살아왔던 연기 인생에도 묻어나 있었다는 걸 보여줬다.

 

연예인이 출연해도 특별한 홍보 이슈가 아니라 주제에 걸맞는 인물이고 또 그 목적에 어울리게 섭외된다면 그것이 <유퀴즈>에는 의외로 괜찮을 수 있다는 걸 이번 편은 보여준 면이 있다. 즉 지진희처럼 유명한 연예인과 더불어 권오길 기사님처럼 보통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인물이 나란히 한 자리에 앉는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이 프로그램이 갖는 진심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여전히 우리와 별 다를 것 없는 보통 사람들이 나와 그들의 평범하지만 위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유퀴즈>의 가장 큰 매력이지만, 이번 지진희처럼 연예인 출연에도 진심을 담는다면 시청자들 역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는 걸 이번 편은 보여줬다.(사진: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