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이날치 밴드부터 송가인까지, '조선팝'의 맛깔난 국악 재해석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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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치 밴드부터 송가인까지, '조선팝'의 맛깔난 국악 재해석

D.H.Jung 2021. 2. 18.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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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팝 어게인', 이 국악 퓨전과 콜라보 무대가 특별했던 건

 

지난해 추석 가장 주목받았던 특집 프로그램은 단연 KBS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였을까. 그 프로그램을 연출했던 송준영 PD가 올 설 특집으로 마련한 <조선팝 어게인>은 남다른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우선 '조선팝'이라는 지칭이 특이하게 다가온다. 아마도 국악을 새롭게 지칭한 것이라 보이는 '조선팝'은 이제 다양한 장르들과 퓨전되고 콜라보 되는 새로운 국악을 표현했다. 이건 아무래도 최근 '범 내려온다'로 이날치 밴드가 판소리를 재해석해 내놓은 얼터너티브 팝이나, 이희문이 이끌었던 싱싱밴드 같은 국악 퓨전밴드가 일으키고 있는 '국악의 새 바람'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조선팝 어게인>은 이날치 밴드의 '범 내려온다'로 문을 열었다. 이미 우리는 물론이고 외국인들에게도 익숙한 이 노래가 '조선팝'이라 명명한 이 공연의 색다른 음악들을 특별한 설명 없이도 바로 소개해줄 수 있어서다. 또한 글로벌한 팬덤을 확보하고 있는 K팝 아이돌 BTS의 'Idol'을 BAE173이 재해석한 무대로, 그 음악에도 국악의 흥이 깃들어 있다는 걸 보여줬다.

 

국악 퓨전으로 이미 이날치 밴드만큼 유명한 악단광칠이 엑소의 '으르렁'을 국악의 맛을 섞어 불러낸 무대나, 송소희와 포레스텔라가 'Nella Fantasia'와 '태평가'를 매시업 해 기막히게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무대는 실로 놀라웠다. 또한 '장구의 신'으로도 불리는 박서진이 장구 연주팀과 함께 '뱃노래'를 부르고, 나태주가 K타이거스와 함께 태권무를 하고 무대에서 줄타기 공연이 펼쳐지는 등 다양한 음악적 장르와, 악기와 퍼포먼스가 뒤섞이는 무대들이 연출되었다.

 

송가인은 트로트와 민요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를 '한 많은 대동강'은 물론이고, 조유아, 서진실이 함께 한 '엿타령' 무대로 보여줬고,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5시53분의 하늘에서 발견한 너와 나'를 국악버전으로 편곡해 불러주는 이색적인 무대도 선보였다. 그리고 엔딩에는 코로나19가 빨리 종식되기를 기원하는 한바탕 '굿'이 펼쳐지기도 했다.

 

<조선팝 어게인>은 코로나19 때문에 비대면 공연으로 시도됐지만 오히려 무대를 증강현실 기반으로 연출함으로써 매 무대가 갖는 색깔들을 더욱 잘 표현해낼 수 있었다. 이를 테면 '범 내려온다'에서 호랑이가 튀어나오고, 포레스텔라가 '새야 새야 파랑새야'를 부를 때 녹두꽃 밭이 펼쳐지는 식이었다. 이런 디지털의 특징이 묻어나는 무대는 '조선팝'이라는 다소 옛 음악을 더욱 현대적인 발랄한 느낌으로 만들어주는 힘을 발휘하기도 했다.

 

물론 이런 좋은 무대에 굳이 전현무와 김종민의 가벼운 상황극 연출이 왜 필요했는지 잘 모르겠고, 또한 비대면 외국인 관객들의 리액션 영상에 다소 지나치게 집중한 부분은 아쉬움이 남지만, 하나의 작품처럼 잘 만들어진 무대는 그런 아쉬움을 상쇄시키고도 남았다.

 

그간 옛 노래로 치부되곤 했던 국악이 변신하고 있다는 건 이미 어느 정도 대중들도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 국악이 어디까지 퓨전되고 콜라보될 수 있는가의 가능성을 <조선팝 어게인>은 보여준 면이 있다. 물론 설 특집으로 마련된 이벤트적 성격이 짙지만, 이번 프로그램을 계기로 향후에도 국악의 이런 다양한 변신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지길 기대한다.(사진: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