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때녀', 파일럿으론 다 담기 어려운 화수분 같은 재미요소들

'골때녀', 여자축구의 묘미에 매력 캐릭터들, 레전드 감독들까지

 

파일럿 2회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설 명절 특집으로 파일럿 방송된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은 여성들이 모여 미니 축구를 하는 예능 프로그램.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난 게 '스포츠 예능'이고 또 '여성 예능'이지만, 이 프로그램은 이 두 가지 요소를 하나로 묶어 놓았다. 그런데 그 조합이 만들어내는 시너지는 여성스포츠 예능 그 이상이다.

 

먼저 네 팀으로 구성된 출연자들의 조합 자체가 기대감을 높였다. 국대 패밀리팀은 전 테니스 국가대표였던 전미라는 물론이고 차범근의 아들 차세찌의 아내인 한채아, 김병지 아내 김수연, 이천수 아내 심하은, 정대세 아내 명서현으로 구성됐다. 아무래도 국가대표라는 타이틀은 이들이 승부욕을 불태우는 이유가 된다.

 

개그우먼들로 구성된 개벤져스팀은 최고령 출연자인 이성미를 비롯해 이경실, 조혜련, 안영미, 신봉선, 오나미가 출연했고, <불타는 청춘>의 불나방팀은 에이스 박선영을 중심으로 신효범, 조하나, 강경헌, 송은영, 안혜경이 그리고 톱모델들로 구성된 구척장신팀은 송경아, 한혜진, 이현이, 송해나, 아이린, 진아름이 출연했다. 그리고 2002년 월드컵 4강신화의 주역들인 황선홍, 김병지, 최진철, 이천수가 각각 이들의 감독을 맡았다.

 

역시 스포츠 예능은 경기 자체의 매력이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골 때리는 그녀들>은 그저 한 번 해보는 정도의 경기가 아니라 남다른 승부욕과 기량을 보여주는 출연자들의 면면으로 박진감 넘치는 다이내믹한 경기를 보여줬다. 이를 중계 한 이수근과 배성재가 흥분해 목이 쉴 정도였으니.

 

윤종신의 아내이자 세 자녀의 엄마인 전미라는 육아와 가사로 한때 국가대표였던 시절이 그리운 인물. 그는 남다른 승부욕으로 모델팀으로 구성된 구척장신팀과의 경기에서 무려 3골을 연달아 넣어 해트트릭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번 첫 번째 대회에서 불나방팀의 우승을 이끈 박선영은 승부욕에서부터 멘탈, 힘, 기술까지 완벽한 모습으로 시종일관 경기를 압도했고, 실제로 축구를 했었던 오나미는 다리를 절룩이면서까지 투혼을 발휘했다. 또 구척장신팀을 중심에서 이끈 악바리 한혜진은 발톱이 빠지게 될 수 있는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뛰는 모습을 보였고, 아이린은 배구선수 출신답게 김병지도 엄지를 들게 만드는 골키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결국 대회는 불나방팀의 우승으로 돌아갔지만, 국대 패밀리팀이나 개벤져스팀 그리고 구척장신팀은 경기를 통해 축구의 묘미를 알게 됐고, 그래서 다음 대회가 언제냐고 묻는 승부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만큼 이제 막 불이 붙은 이들의 축구에 대한 열망은 그들은 물론이고 이를 시청한 시청자들에게도 이 프로그램이 그저 파일럿으로 머물기에는 커다란 아쉬움을 남긴다.

 

또한 <골 때리는 그녀들>은 축구라는 스포츠의 묘미만큼 인물 캐릭터들과 조합이 보여주는 예능적인 맛도 충분했다. 축구명가 패밀리인 한채아는 본 건 많지만 몸이 잘 따라주지 않아 생기는 엉뚱한 매력을 드러냈고, 무엇보다 감독으로 출연한 김병지의 아내 김수연과 이천수의 아내 심하은이 경기 중 감독 선수로 보여주는 모습은 그 부부라는 사실 때문에 웃음을 주었다. 같은 팀으로 스위트한 김병지와 김수연의 관계와 달리, 다른 팀으로 만난 이천수와 심하은의 경기 중 냉정한(?) 관계가 서로 비교되었던 것.

 

네 명의 감독이 보여주는 캐릭터들도 매력적인데다, 이들 레전드가 여성으로 구성된 팀원들과 처음에는 서먹하다가 차츰 친해지는 과정이나 축구경기를 보며 때론 놀라고 때론 감탄하는 모습 역시 이 프로그램의 묘미가 아닐 수 없었다. 물론 저마다의 일상사를 잠시 벗어나 축구 자체를 즐기는 여성들의 모습만으로도 느껴지는 카타르시스도 빼놓을 수 없고.

 

파일럿 프로그램은 2회로 구성되어 있어 이들 네 팀이 바로 경기를 하는 걸 보여줬지만, 이들 각 팀의 출연자들이 보여주는 매력적인 모습들은 좀 더 연습을 하는 과정 속에서도 충분히 재미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연습을 하고 경기를 하나씩 보여주면서 써가는 성장스토리는 훨씬 더 긴 호흡으로 가능하지 않을까. 2회만에 시청률 10%를 돌파하며 대박을 친 <골 때리는 그녀들>이 파일럿으로는 다 담아낼 수 없었던 그 화수분 같은 재미요소들을 정규로 돌아온 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기를 바란다.(사진: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