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강형욱이 오지의 행복한 개들을 찾아간 까닭은 본문

동그란 세상

강형욱이 오지의 행복한 개들을 찾아간 까닭은

D.H.Jung 2022. 12. 6. 21:41
728x90

‘고독한 훈련사’의 질문, 당신은 강아지랑 같이 살고 있나요?

고독한 훈련사

“선장님이 저랑 오면서 뭐라고 말씀하셨냐면, ‘개는 키우는 게 아니라 개랑 같이 살죠’라고 하셨는데 파로호에 사시는 분들이 다 그런 것 같아요. ‘우리는 서로가 필요해서 같이 살고 있다.’ 이 말이 너무 멋진 것 같아요. ‘내가 너를 키워주는 거니까’ 이게 아니라 얘가 있어서 나도 잘 사니까 같이 산다는 느낌이 들죠.” 

 

tvN Story <고독한 훈련사>에서 강형욱은 파로호에서 살아가는 반려견들과 보호자들을 만난 소회를 그렇게 밝혔다. 우리에게는 오지로 알려진 곳. 강원도 화천 비수구미 마을을 오지 소재의 프로그램에 단골로 등장하는 곳이기도 하다. 배가 있어야 찾아갈 수 있는 그 곳은 보기만 해도 눈에 물이 들 것 같은 파란 색의 호수와 봄이 되면 브로콜리처럼 파릇파릇하게 우거진 나무들이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아름다운 풍광에 시선을 빼앗기던 강형욱이 어느새 당도한 곳에 배를 정박할 때 저 멀리서부터 달려오고 있는 반려견 순두에게서 가장 먼저 눈에 띠는 건 목줄이 없다는 것이다.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순두는 사람을 좋아해 근처 캠핑을 하러 오는 분들을 따라서 10여 킬로가 넘는 길을 갔다가 잃어버릴 뻔 했던 적도 있단다. 순두는 함께 살아가는 김정일, 김나희 부부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어쩌면 고립무원의 오지생활에 든든한 동반자이자 반려자였다. 

 

힘겨워 울고 있을 때 그걸 보고 순두가 다가와 손을 막 핥아줬을 때 너무나 큰 감동을 받았다는 김나희씨는 순두의 마음 씀씀이가 너무 예뻐서 “호적에 올릴 뻔 했다”고 말했다. 강형욱은 이 부부의 삶에 순두가 있어서 그 모습이 완성되는 느낌이라고 했다. 실제로 둘만 오지에서 산다면 어딘가 쓸쓸했을 모습들이 순두로 인해 꽉 채워지는 그런 느낌이었다. 

 

근처에 사는 순두의 엄마 보리와 함께 사는 분들은 애초 이 곳을 주말주택으로 쓰려했는데 서울에 거의 안가고 이 곳에서 살다시피 하게 됐다고 했다. 가장 큰 이유는 보리다. 서울에 일보러 나가면 3일 만에 와도 항상 배가 정박하는 곳 근처에서 보리가 이들을 기다리고 환대한다고 했다. 그래서 기다리고 있을 보리를 두고 거의 서울에 나가지 않게 됐다는 거였다. 

 

강형욱은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도시에 사는 개들과는 너무나 다른 이 곳의 반려견들과 보호자들의 삶을 절감했다. 도시에서는 “보호자가 없을 때 보호자를 찾는 건 분리불안”이라고 말하고 이를 고쳐야 하는 나쁜 행동이라며 교육을 하는데, 보리와 그 보호자들의 감정 교감은 ‘분리불안’식으로 결코 말할 수 없는 거라는 거였다. 

 

“도시 사람들은 바쁘잖아요. 그래서 대부분 ‘기다려’를 많이 가르쳐요. 근데 자기는 (반려견을) 기다려준 적이 없어. 어떤 개들은 보호자가 잠이 들기 시작하면 불안해해요. 왜인 줄 아세요? 갑자기 일어나서 빨리 없어지거든요. 저녁 동안 일어나기를 기다렸는데 일어나니까 가면서 또 기다리래. 갔다 오니까 또 바빠 가지고 쉬고 영화도 볼 수 있고 영어 학원도 갔다 오고 하다 보면 잠자야 되니까 또 자. 그래서 도시 개들은 누가 자기를 기다려주는 것을 누려보지 못했어요.” 

 

강형욱의 이야기는 도시에서의 반려견 문화가 개를 ‘키우는’ 사람들 중심으로 되어 있다는 걸 꼬집는 거였다. 물론 그건 도시라는 환경 때문에 함께 살아가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 있지만, 그런 환경 속에서 개와 함께 살아가며 이것을 ‘반려’라고 말하는 건 과연 괜찮은 일인가를 되묻는 것이었다. 

 

모두가 알다시피 강형욱은 도시에서 발생하곤 하는 반려견들의 문제에 솔루션을 주는 프로그램으로 주목받은 훈련사다. 물론 그가 출연하고 있는 <개는 훌륭하다>라는 프로그램은 그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러한 문제들이 대부분 반려견이 아닌 보호자의 문제라는 걸 보여주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도시의 환경 속에서 이웃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반려견들 또한 가르치거나 명령에 복종하게 하는 훈육의 대상이 되었던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우리도 보면 진짜 아까 훈련사님처럼 명령하고 시키고 그러고 싶지 않아요.” 보리의 보호자들은 보리가 굳이 명령하고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잘 지낸다고 했다. 그런데 여기에는 전제가 있었다. 그건 이런 환경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그간 ‘반려견 문화’라고 주로 이야기하며 인간과 동거하며 살아가야 할 반려견들의 훈육에 주로 맞춰졌던 것들을 뒤집는 ‘반려인 문화’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고민이 있다며 찾아온 강형욱에게 최재천 교수는 명쾌하게 던져준 답변이 바로 그것이었다. “저는 용어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거예요. 우리가 반려견이라고 부르는데 반려인이죠. 개들이 우리를 반려인으로 선택해 준 거예요. 우리가 선택 당한 거예요. 그러면 이제 태도가 확실히 변해야 하잖아요. 그분들이 우리를 선택해 주셨는데 감히 우리가 그분들을 불편한 환경에 몰아넣고 이런 짓을 한다는 건 이건 애당초 계약위반인 거죠.” 

 

반려견과 반려인. 최재천 교수가 화두로 던진 이 말은 달리 말하면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담은 이야기다. 즉 인간 중심으로 자연을 변화시키려고 하는 태도가 아니라 자연의 선택을 받은 인간으로서 가장 행복한 공존을 꿈꿔야 한다는 것. 반려견에 대해 우리가 어떤 태도와 관점을 갖는가의 문제는 그래서 자연과 생태, 환경에 대해 우리가 어떤 관점을 갖는가와도 맞물려 있다. 

 

<고독한 훈련사>에서 강형욱이 그간 주로 활동했던 도시가 아닌 오지로 떠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도시에서 목줄 없이 다니는 개가 이상해보였지만 그 곳에서는 목줄을 하고 있는 개가 더 이상해 보이는 그 관점의 변화를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아름다운 공존을 통해 고스란히 보여줄 수 있어서다. (사진:tvN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