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커넥트’, 멜로 대신 판타지 스릴러로 돌아온 정해인
정해인은 자신에게 오래도록 드리워져 있는 멜로의 이미지를 떨궈버리고 싶었던 걸까. 만일 그런 의도가 있었다면 그가 디즈니+ <커넥트>를 선택한 건 좋은 시도였다고 보인다. 멜로와는 거리가 먼 살풍경한 이 판타지 스릴러는 먼저 ‘멜로 눈’으로 정평이 나 있는 정해인의 그 눈부터 뽑아버리고 시작하니 말이다.
‘뽑아버린다’는 살벌한 표현으로 이야기했지만, 실제로 <커넥트>는 신체 훼손과 장기 적출 등의 폭력 수위가 상당히 높은 18세 이상 시청가 콘텐츠다. 여기에 판타지가 섞였다. 신체가 잘리거나 장기가 손상되는 심각한 상해를 입어도 다시 잘라진 신체가 달라붙어 이어지고 원상 복귀되는 불사의 몸을 갖게 된 ‘커넥트’라는 존재가 바로 주인공 동수(정해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수는 이러한 불사의 몸을 능력이 아니라 ‘천형’으로 여기며 살았다. 어려서 나무에서 떨어져 뼈가 뒤틀어지는 심각한 부상을 입었지만 곧바로 회복되는 모습을 본 친구들이 “괴물”이라고 부르는 걸 경험한 후 그는 세상에 없는 존재인 것처럼 살았다. 하지만 장기밀매 조직에 의해 납치되어 장기가 적출되는 수술을 받는 과정에서 그의 이런 능력이 조직에 알려지고 조직은 동수의 몸이 ‘돈’이라고 생각하며 그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여기에 흥미롭게 이어지는 또 한 가지 사건은 장기밀매 조직으로부터 도망치는 와중에 한 쪽 눈을 챙기지 못했고, 그 눈이 회복능력을 갖고 있는 걸 알게 된 불법 시술을 하는 의사가 마침 자신에게 시술을 받은 연쇄살인마 진섭(고경표)에게 그 눈을 이식하는 실험을 한 것이다. 이로써 동수와 진섭은 그 눈을 통해 연결된다.
그런데 동수와 진섭이 눈을 통해 연결되는 과정이 의미심장하다. 그건 동수가 만든 노래 ‘나의 노래’라는 곡을 통해서다. 그 노래가 들리면 진섭에게 이식된 눈이 반응을 하고 동시에 동수의 눈도 반응을 한다. 동수는 노래가 들리는 동안 고통스럽게 진섭이 하는 살인행각들을 보게 되고, 그 연쇄살인을 막고 자신의 눈을 되찾기 위해 진섭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신체가 절단되어도 다시 연결되고, 장기 이식을 통해 동수와 진섭이 연결된다는 설정은 섬뜩하면서도 신박한 판타지 스릴러의 양상을 만들어낸다. 그것은 단지 피가 튀고 살이 잘려나가는 자극적인 스릴러에 ‘연결’ 즉 ‘커넥트’라는 은유적인 의미망이 더해지면서 생겨나는 신박함이다. 도대체 이 살벌한 소재는 어떻게 ‘커넥트’라는 은유와 연결되는 것일까.
그것은 동수가 몸이 부러져도 금세 원상태로 돌아가는 특별한 몸을 가진 이유로 친구들에게 ‘괴물’이라 불렸던 것과 관련이 있다. 그는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로 세상 바깥으로 밀려났고 스스로 세상과 단절한 채 살아간다. 하지만 그런 삶에 그가 유일하게 세상과 연결되는 건 자신이 만든 노래를 통해서다. ‘나의 노래’는 사람들에게 회자되며 유명해지고 결국 유명 음악인인 Z(양동근)에 의해 리메이크되어 더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진다. 동수는 Z와 음악적 교감을 나누고 그를 통해 자신의 노래가 세상과 연결된 것에 감사해한다.
이것은 암에 걸려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되면서 삶에 아무런 의미를 찾지 못하게 된 진섭이 연쇄살인마가 되는 선택과는 사뭇 다르다. 진섭은 결국 누구나 죽게 되고 그래서 그 죽음을 ‘아름답게’ 전시한다는 명목으로 연쇄살인을 벌인다. 사람을 죽여 그 신체를 활용해 조각 같은 작품들을 만들어 세상 사람들이 다 보이는 곳에 전시하는 것. 그 역시 자신이 만든 작품(사실은 잔혹한 살인일 뿐이지만)을 통해 그렇게 세상과 연결되려 한다.
동수와 진섭은 그래서 닮은 듯 다르다. 그들은 모두 괴물 같은 존재이고, 모두 세상과 단절되어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연결되고 싶어 한다. 그 매개는 둘 다 ‘예술’을 통해서다. 동수는 음악을 통해 진섭은 미술 전시(?)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려 한다. 물론 보는 것과 듣는 것에 대한 의미를 단적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이 작품 속에서 보는 것은 폭력적인 것으로 묘사되는 반면, 듣는 것은 상대의 마음과 연결되는 공감으로 표현된다.
보는 것에 의해 다른 존재임을 알게 된 이들은 심지어 그간 가족, 친구처럼 지내온 이들조차 “괴물”이라고 피하게 만들지만, 그럼에도 그들을 다시 연결시키는 건 그들이 살아온 삶의 아픔과 상처를 들어주려는 누군가의 마음이다. <커넥트>는 그래서 단지 눈에 보이는 살풍경한 스릴러의 자극으로만 얘기될 수 없는 작품이다. 뒤로 갈수록 동수와 이렇게 살아가게 된 이들의 아픔이 느껴지고 그들을 향한 폭력적인 시선과는 정반대의 따뜻하게 그 이야기를 들어주려는 이들의 마음 또한 느껴진다.
다시 정해인 이야기로 돌아오면 <커넥트>는 그런 점에서 정해인이 기존의 이미지와의 절단과 동시에 다시 연결되어 또 다른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보인다. 일단 정해인 하면 늘 따라붙던 ‘멜로 눈’부터 떼놓고(?) 시작하는 점이 그렇고, 그렇게 치열한 내면의 아픔을 안대를 찬 채 벌이는 스릴러를 통해 보여주면서 그 상처에 공감하게 만드는 연기의 과정이 그렇다. <커넥트>는 그래서 정해인의 또 다른 가능성을 대중들에게 연결해준 작품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진:디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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