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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드라마 곱씹기

신들린 연기... 가을 드라마의 전설, 누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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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가을 시즌, 전설이 될 연기자는?

영화의 여름방학 시즌이 있다면 드라마에는 가을 시즌이 있다. 작년 가을 시즌에 맞춰 ‘이산’, ‘왕과 나’, ‘로비스트’, ‘태왕사신기’가 방영되었다면 올 가을은 작년보다 풍성할 것 같다. MBC의 ‘에덴의 동쪽’이 이미 방영중이며, ‘베토벤 바이러스’가 수목(9.10일)에 방영될 예정이다. KBS는 ‘바람의 나라’로 수목(9.10)에 정면대결을 벌일 이며, SBS는 ‘바람의 화원’과 ‘타짜’를 가을 드라마 대전에 내세울 예정이다. 대작 드라마만큼 관심을 끄는 건 이 작품들을 연기할 연기자들의 대결. 신들린 연기로 올 가을 드라마의 전설이 될 연기자는 누가 될 것인가.

‘에덴의 동쪽’의 송승헌, 액션과 감성의 배우
‘에덴의 동쪽’으로 돌아온 송승헌은 윤석호PD의 드라마 ‘여름향기’의 감성적인 민우 역할에, ‘그 놈은 멋있었다’, ‘숙명’같은 그간 영화에서 쌓아온 액션 연기가 하나로 합쳐진 듯한 모습이다. 시대극 특유의 비장하고 운명적인 주인공의 면면을 때론 섬세하게 때론 폭발적인 액션으로 풀어낼 송승헌에 대한 드라마 복귀에 관심이 높아지는 건 당연한 일.

대부분 복귀한 한류스타들이 모두 실패를 겪었던 것과 비교해보면 송승헌의 복귀는 남다른 편. 한류스타의 초기 부드러운 이미지를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도 거기에 거친 카리스마를 덧씌운 점은 똑같은 이미지를 반복해 소비시키려한 여타의 한류스타들과는 비교되는 것이다.

‘베토벤 바이러스’의 김명민, 고집과 집념의 배우
‘베토벤 바이러스’의 김명민은 ‘하얀거탑’의 장준혁을 연기한 이후, 그만한 캐릭터를 찾지 못했었다. 영화 ‘리턴’의 유재우는 외과의사라는 외피만을 가져왔을 뿐, 그 장준혁이 가진 내면의 끓는 고집과 집념은 가져오지 못했다.

‘무방비도시’의 베테랑 형사 조대영으로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한 그의 신들린 연기는 이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폭발할 가능성이 높다. 클래식이라는 음악 하나에 최고를 고집하는 거의 아집에 가까운 모습을 연기할 김명민의 면면에서 장준혁이 가졌던 그 광기를 엿보게 되기 때문이다.

‘바람의 나라’의 송일국, 사극의 지존
사극의 지존이 지존을 만났다. 무슨 얘기인고 하니 송일국이 ‘태조 왕건’, ‘해신’을 연출했던 강일수 PD를 만났다는 얘기다. 그러니 이 둘은 ‘해신’ 이후 다시 만나 하는 작업이며, ‘해신’은 송일국이라는 배우를 대중들에게 인지시킨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후 ‘주몽’에서 특유의 카리스마와 함께 천진난만함을 선보였던 송일국은 고구려의 3대 대무신왕 무휼을 연기한다. 이로써 그는 보통 사람은 연기하기가 쉽지 않은 거대한 영웅 연기에 두 번이나 도전하게 된 셈. 특유의 집중력 강한 연기력이 어떻게 신화적인 영웅의 면면을 재현해 보여줄 지 귀추가 주목된다.

‘바람의 화원’의 박신양, 철두철미한 준비된 연기자
송일국이 강일수 PD를 만났다면 박신양은 장태유 PD를 만났다. ‘쩐의 전쟁’에서 특유의 굵직하고 속도감 있는 장태유 PD의 연출력 위에 제 물을 만난 듯 신들린 연기를 보여준 박신양은 ‘바람의 화원’의 김홍도로 그 여세를 몰아갈 예정이다. 이미 사극이라는 장르에 처음 도전하는 박신양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

모든 것을 사전에 철저히 조사하고 계산해 연기에 들어가는 과학적인 접근을 시도하는 박신양은 이번에도 그 주도면밀함을 김홍도 역할을 통해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상대역으로 나오는 문근영과 어떤 연기의 합을 보여줄 지도 관심이 집중되는 대목이다.

대작 드라마가 갖는 가장 큰 부담감을 어쩌면 온 몸으로 떠 안고 나가야 하는 배우들은 그러나 특유의 신들린 연기로 심지어 부족한 부분까지 충분히 채워주곤 한다. 풍성한 가을밤, 이미 풍년이 보장된 드라마의 밤에서 벌어지는 이들의 불꽃 튀는 연기 대결에서 이번 가을 드라마의 전설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 그것이 누구든 시청자들에게는 즐거운 고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