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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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드라마 곱씹기

‘종합병원2’, 향수드라마로 가나

D.H.Jung 2008. 11. 21.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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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드로 장르화 된 소재, 캐릭터 신선미 떨어뜨려

국내 의학드라마의 효시인 ‘종합병원’의 적통을 잇는다는 기대를 한데 모으고 방영된 ‘종합병원2’의 첫인상은 그다지 신선하지 않다. 14년의 공백 사이에 무수히 많은 의학드라마들이 계보를 이루어왔고, 그렇기에 이미 하나의 장르가 되어버린 의드에 ‘종합병원2’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줄 것으로 기대되었다. 하지만 그 제목이 주는 화려한 외투에 비해 첫 단추를 풀어 보인 ‘종합병원2’의 속살은 우리가 익숙하게 봐왔던 것들이었다.

의드에 이런 캐릭터 꼭 있다
‘종합병원2’의 캐릭터들은 여러모로 ‘그레이 아나토미’의 캐릭터들을 벤치마킹한 혐의가 짙다. 주인공인 좌충우돌의 정하윤(김정은)은 메리디스 그레이를, 어딘지 어수룩하지만 인간적인 최진상(차태현)은 조지 오말리를, 상사이면서도 따뜻한 심장을 가진 김도훈(이재룡)은 데릭 셰퍼드를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사실 이것은 거의 대개의 국내 의학드라마들이 가졌던 캐릭터 구조다.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외과의 과장이 있고, 이제 막 병원생활을 시작하는 신출내기 레지던트들이 있으며 그 레지던트들 사이에는 우정인지 사랑인지 애매한 관계의 남녀가 있다. 대체로 주인공은 그 레지던트들 중 여성이며, 그 여성은 외과의 과장 혹은 동료와 사랑에 빠진다. 이것이 그 대략의 구조다. 이 틀은 이미 ‘뉴하트’에서도 똑같은 구조로 제시된 바 있다. ‘외과의사 봉달희’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여지없이 빠지지 않는 캐릭터는 레지던트들을 깨는 호랑이 선배 레지던트다. ‘종합병원’에서 오욱철이 했던 그것을 ‘종합병원2’에서는 류승수가 맡아 하고 있다. 이것은 ‘뉴하트’에서는 뒤질랜드로 유명한 배대로(박철민)라는 캐릭터로 보여진 바 있다. 이들 캐릭터들은 아마도 ‘종합병원’이 최초로 방영되었던 1994년이라면 획기적이고 신선한 캐릭터였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이 캐릭터들이 전형화되어 버린 지금은 그렇지가 못하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이야기들
총상을 맞고 응급실에 실려온 유괴범과 그가 어디에 숨겨두었는지 밝히지 않아 위험에 처하게된 유괴된 아이를 두고 벌어지는, 이른바 ‘범법자와 환자’코드의 에피소드 역시 새로운 것이 아니다. 유괴범을 범법자로 봐야하는가 아니면 환자로 봐야 하는가 하는 의사들의 원초적인 질문을 하는 이 에피소드는 이미 ‘외과의사 봉달희’에서 소개된 것들이다. 살인범을 살려주었더니 그 자가 오히려 봉달희를 칼로 찌르는 이 이야기는 의사라는 직업과 인간이라는 본질 사이에서 고뇌할 수밖에 없는 의사들의 상황을 잘 말해주는 에피소드다.

‘종합병원2’에서는 마지막 장면에 정하윤과 최진상이 서로 환자를 살리기 위해 땀과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교차시키면서 이 메시지를 잘 영상화해냈다. 즉 정하윤이 살리려는 유괴범이나 최진상이 살리려는 유괴된 아이 모두 의사에게는 살려야만 할 등가의 환자라는 걸 영상이 분할화면으로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에게는 그 유괴범도 하나의 환자에 불과하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이 에피소드는 이미 여러 번 의학드라마에서 반복되어 이제 그 신선미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이제 단 2회가 지난 것으로 아직까지 이 드라마의 전체 그림을 예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종합병원2’의 모습은 어떤 새로운 의드의 도전을 보여준다기보다는 익숙한 의드의 코드들을 활용하는 장르에 기대는 느낌이다. 어쩌면 그것이 좀더 대중적으로 성공할 수 있으리라 판단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른 것도 아니고 국내 의학드라마의 첫 단추를 열었던 ‘종합병원’의 연장선이라면 무언가 달라야 하지 않을까.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지 않는 ‘종합병원2’가 자칫 ‘종합병원’의 향수에 기대는 드라마로만 남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