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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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대중들은 웃음과 감동에 목마르다

D.H.Jung 2009. 2. 8.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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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봅슬레이 도전기’, ‘워낭소리’와 닮은 눈물의 이유

점점 각박해져만 가는 불황의 상황. 그 독해지는 세상 속에서 사람들은 더 독한 것을 추구하게 마련이다. 작금의 드라마에 드리워진 ‘막장’과, 예능 프로그램에 드리워진 ‘막말’의 그림자는 그 불황의 여파를 보여주는 징후들이다. 하지만 그래서일까. 이 독해지면 독해질수록 그 반대급부로서 대중들은 더더욱 웃음과 감동에 갈증을 느끼게 되는 것은. 소외된 스포츠를 조명하기 위해 겁 없이 뛰어든 ‘무한도전’의 봅슬레이 도전기가 선사한 웃음과 감동은 독해진 세상 속에서 그것이 오히려 더 빛을 발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것은 또한 불황에 허덕이는 우리 영화계에 작은 영화로 다가와 관객들을 눈물바다로 만들어버린 독립다큐 ‘워낭소리’가 전한 그 감동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무도-봅슬레이 도전기’가 준 웃음과 감동, 그 실체
봅슬레이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간 ‘무한도전’팀. 잇따른 사고로 전진과 정형돈이 빠지고, 노홍철마저 스케줄 때문에 더 이상 봅슬레이를 탈 수 없게 되자 남은 건 ‘무한도전’팀의 고령자들(?)뿐이었다. 봅슬레이 자체에도 적응하기 힘든 상황에, 유재석과 박명수, 정준하는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순위에는 들지 못했지만 최선을 다해 골인점에 들어온 순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들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걸 해낸 자신들에게서 주체할 수 없는 어떤 감동이 솟구쳤고, 박명수는 “이거 울지 않을 수가 없네”라고 말했다. 그 순간 대중들은 그들이 가진 감동을 똑같이 전해 받았다. 대한민국 평균 이하가 최고의 모습으로 비춰지는 그 도전의 장면들은 불황에 지친 대중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무도-봅슬레이 도전기’는 말 그대로 리얼 버라이어티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영화 ‘쿨러닝’을 연상시키는 봅슬레이라는 경기 자체가 주는 웃음의 요소가 바탕에 깔려있었고, 평균 이하의 실력을 가진 팀원들의 도전 자체가 폭소를 자아내게 만들었다. 하지만, 웃음과 함께 시시각각 다가오는 긴장된 시간들은 다큐멘터리 같은 리얼 그 자체였다. ‘무도-봅슬레이 도전기’가 웃음과 함께 진짜 감동을 전해준 것은 바로 이 리얼함이 가진 힘이었다. 그 누구도 연출할 수 없는 그 진정성의 눈물은 오히려 담담한 다큐적 영상이 전하는 더 깊은 울림을 남겨주었다.

‘워낭소리’와 닮은 ‘무도-봅슬레이 도전기’
바로 이 꾸미지 않은 감동은 또한 최근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고 있는 독립 다큐멘터리 ‘워낭소리’를 떠올리게 한다. ‘워낭소리’의 소와 할아버지 그리고 할머니는 어떤 짜여진 이야기 없이도 그 자체로 깊은 감동을 준다. ‘무도-봅슬레이 도전기’가 평균이하 멤버들이 봅슬레이를 타는 그 지극히 단순한 과정을 그저 보여주는 것처럼, ‘워낭소리’ 역시 소를 이용한 농사를 고집하는 할아버지와 소의 그 상황만을 단순히 반복해서 보여준다.

하지만 바로 이 단순함은 마치 육체노동이 가진 단순함이 어떤 지점에서는 숭고함으로 바뀌어지는 감동적인 순간들을 포착해낸다. 이것은 또한 그토록 장난만 치던 ‘무한도전’의 팀원들이 57초 동안 봅슬레이를 타며 그 육체에 던져지는 중력의 고통을 견디고 이겨내는 그 지점에서 우리가 느끼게 되는 감동의 실체와도 같다.

또한 ‘워낭소리’와 ‘무도-봅슬레이 도전기’가 전한 감동 속에는 모두 낮은 자들의 시선이 들어있다. ‘워낭소리’는 칠순을 넘긴 할아버지와 이제 죽을 날을 앞두고 있는 소가 그 낮은 위치에서 전하는 위대한 이야기가 감동을 주고, ‘무도-봅슬레이 도전기’에는 평균이하의 신체와 능력을 가진 이들의 무모할 정도로 열심히 하는 그 위대한 도전의 이야기가 감동을 준다.

눈만 돌리면 어디나 불황을 외쳐대는 지금, 우리는 더더욱 꾸며지지 않은 감동과 웃음을 원하게 된 건지도 모른다. ‘워낭소리’의 여전히 귓가를 울리는 그 워낭의 여운과, ‘무도-봅슬레이 도전기’가 보여준 개그맨들의 눈물이 가진 진정성의 여운은 쉬 지워지지 않는 것은 그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