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무한도전’과 패러디, 왜 뗄 수 없나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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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과 패러디, 왜 뗄 수 없나

D.H.Jung 2009. 3. 14.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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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패러디의 역사를 쓰다

“아버님은 일본 분이시잖아요?” ‘무한도전’에서 정형돈이 정준하에게 여자친구의 아버님에 대해 이렇게 물었을 때, 인터뷰 모양새로 이것저것 물어보던 분위기는 싸해졌다. 그 아버님은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그 때 마침 이런 자막이 나와 상황을 정리한다. ‘형돈의 말 한마디에 분위기 올킬.’ 만일 이 자막에 웃음을 터뜨린 분들이라면 아마도 여기 등장한 ‘올킬’이라는 단어에서  저 ‘야심만만2’에서 새롭게 시도하다 사라진 올킬 시스템을 떠올렸을 것이다. ‘무한도전’은 이처럼 이제 타 방송사의 프로그램이든, 이미 사라져버린 포맷 형식이든 상관없이 거의 무제한적으로 패러디의 소재로 받아들인다.

박명수가 ‘거성쇼’의 오프닝을 보여줄 때, 유재석이 “형 이건 자니 윤 선생님이 하던 거 아냐?”하고 물어본 것처럼, ‘거성쇼’는 이미 오래 전에 사라져버린 트렌드인 자니 윤쇼를 패러디한다. “뉴칼레도니아 센시티브 모이스처라이징 딥클린 수딩 페이셜 포밍 클린징 이태리 타월.” 이렇게 숨가쁘게 긴 이름을 쏟아낸 미스 무한도전 진 정준하는 “제가 뭐 그렇게 빼어나게 예쁜 얼굴이 아니잖아요”라고 말하며 모 화장품 광고를 패러디한다. 이어지는 광고(패러디)에서도 정준하는 ‘어휴젠 편집의 여신’이라는 제목으로 ‘팡팡 터져라 애드립의 여신’을 연발하며 김연아가 나왔던 광고를 패러디한다.

소녀시대를 게스트로 초대해 박명수가 진행하는 것은 다름아닌 ‘불후의 명곡’을 패러디한 ‘불혹의 명곡 베스트5’다. ‘거성쇼’에 이어서 소녀시대와 함께 한 여성의 날 특집 편에서도 패러디는 진행형이다. 여성의 날의 의미를 설명하는 유재석의 동작을 소녀시대가 따라하자 어김없이 ‘지금은 유반장 시대’라는 자막이 붙는다. 이것은 다름 아닌 소녀시대를 패러디한 것이다. 거리 인터뷰에서도 유재석은 특유의 재치로 “달려가는 여성시대-”의 노래를 불러 동명의 라디오 코너와 그것을 패러디한 박지선의 개그를 패러디하고, 노홍철이 소녀시대를 카페로 데리고 가 수작을 걸려하자, ‘너 지금 연애편지 찍니?’하는 자막이 붙는다.

‘무한도전’의 패러디 활용은 단지 그 회에 한정되어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무한도전’이 지금껏 걸어온 길을 찬찬히 살펴보면 그 역사가 패러디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최근에 했던 ‘애너gee - 중년시대’는 소녀시대 ‘gee’의 패러디였고, ‘쪽대본 드라마 특집’은 ‘꽃보다 남자’, ‘아내의 유혹’같은 작금에 화제가 되고 있는 드라마들이 패러디 대상이 되었다. 물론 그 전에 했던 봅슬레이 특집 역시 넓게 보면 영화 ‘쿨러닝’의 패러디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 패러디의 대상은 시사 프로그램에서부터 각종 영화들, 시상식, 예능 프로그램까지 거침이 없었다.

‘무한도전’이 이처럼 패러디를 그 웃음의 전략에 있어 중심에 세워둔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은 ‘무한도전’이 주창하는 대한민국 평균 이하의 캐릭터와 패러디 문화의 상관성에서 비롯된다. 패러디는 약자의 전략이다. 강자인 원본이 가진 힘을 약자의 위치에서 살짝 비틀어 재해석함으로써 원본을 넘어서려는 전략인 것이다. 따라서 ‘무한도전’의 평균 이하 캐릭터는 이 약자로서의 전략을 취함으로써 쉽게 대중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게 된다.

‘무한도전’의 패러디에 대한 대중들의 열광은, 최근 들어 폭발적인 양상을 띄고 있는 패러디 문화와도 맞닿는 부분이다. 패러디는 이제 특정 전문가들이 하는 작업이 아니라 생활 속으로 들어온 일상 같은 것이 되었다. 누구나 쉽게 디지털 영상을 구할 수 있고 그것을 손쉽게 컴퓨터로 편집해서 새로운 영상을 만들 수 있으며, 또 그것을 누구나 배포할 수 있는 지금 패러디는 문서 작업만큼이나 익숙한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무한도전’이 보여주는 패러디는 바로 그 변화된 양상의 적극적인 수용일 수도 있고, 혹은 주도적인 제안일 수도 있다. 이어지는 ‘무한도전’의 ‘그 때를 아십니까 - 육남매’편 역시 MBC 드라마 ‘육남매’의 패러디로 보여진다. ‘무한도전’의 패러디 무한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무한도전’ 그 패러디의 역사

31부. 무한소년체전 특집 : 소년체전
34부. 연말특집 무한도전 어워드 : 연말 시상식
42부. 무한도전 100분 토론 : 100분 토론
44부-47부. 무한도전 드라마 특집 : 드라마
54부. 무한 미스 코리아 선발대회 : 미스 코리아
62부. 강변북로 가요제 본선 : 강변 가요제
64부. 개그 실미도 : 영화 ‘실미도’
66부. 워터보이즈 특집 : 영화 ‘워터 보이즈’
75부. 환장의 짝꿍 : 환상의 짝꿍
77부. 준하인스워드 특집 : 하인스 워드
80부-82부. 댄스스포츠 특집 : 영화 ‘쉘 위 댄스’
102,103부. 경주 보물찾기 특집 : 리얼 타임 액션 스릴러
105부. 어린이날 기념 무한 창작 동요제 : 창작 동요제
107부. 기네스 기록도전 특집 : 기네스
108부. 무한도전 가족의 탄생 : 영화 ‘가족의 탄생’
110,111부.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 :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112,113부. 우리 미팅했어요 : 우리 결혼했어요
115부. 태리비안의 해적 :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116부. 좀비 특집 : 영화 ‘28일 후’
120부. 다찌지리와 리 : 영화 ‘다찌마와리’
121부. 추석과 전쟁. 며느리가 뿔났다 : ‘엄마가 뿔났다’
127부. on air - 매니저가 돼봐라 : ‘온에어’
138부. 무한도전 봅슬레이에 도전하다 : 영화 ‘쿨러닝’
141부. 쪽대본 드라마 특집 : ‘꽃보다 남자’, ‘아내의 유혹’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