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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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명랑TV

‘개그야’의 추락, 편성 탓만은 아니다

D.H.Jung 2009. 3. 22.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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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없는 ‘개그야’, 웃음 되찾으려면

MBC의 공개개그 프로그램인 ‘개그야’가 가장 전성기를 누렸던 시기는 시청률 최고를 달리던 ‘주몽’이 앞에 자리하고 있었을 때였다. 분명 이 시기에 ‘주몽’의 선전은 ‘개그야’의 시청률에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단지 그것만이었을까. 이 시기에 ‘개그야’에는 사모님 김미려도 있었고, 그 뒤를 이었던 죄민수 조원석도 있었다. 아무리 편성이 도와준다고 해도 그걸 받쳐주는 ‘개그야’만의 특별한 웃음 포인트가 있었기 때문에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현재 ‘개그야’는 금요일 심야에 편성된 시간대도 문제지만 프로그램 자체의 문제가 더 심각한 편이다. ‘주연아’에서 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으로 웃음을 주었던 정성호는 ‘도’에서 분전하고 있으나 이렇다할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지는 못하고, ‘천수정 예뻐’로 유행어를 만들었던 천수정도 ‘장인장모전’, ‘그렇지요’ 등에 나오고는 있지만 그녀만의 특별한 개성을 발견하기가 어렵다.

‘우리도 결혼했어요’로 주목받았던 이국주와, “환규에요!”의 전환규도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전형적인 조폭 코미디를 보여주는 ‘LS클럽’은 그 설정 자체가 식상한 면도 있지만 이 코너의 중심에 선 고명환, 최국 역시 선배로서의 큰 웃음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이 코너에서는 황제성의 전화 설정 개그 같은 것이 그나마 체면을 살려주고 있을 뿐이다.

무엇보다 아쉬운 건, ‘개그야’에 긴급 수혈된 ‘개콘’의 스타 개그맨들인 박준형, 정종철, 오지헌의 존재감이 좀체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꽃보다 남자’의 F4를 패러디한 ‘A4’에서 오지헌은 특유의 ‘얼굴개그’를 펼치고 있지만 새로운 아이디어가 접목되지 않아 그저 같은 개그형태의 반복으로만 보여진다. 이런 형태가 더 지속된다면 자칫 오지헌의 특징적인 개그의 빠른 소비만을 불러올 지도 모를 일이다.

박준형은 ‘시사매거진 박준형의 눈’, ‘김경진은 호모 사피엔스’에 출연하고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 두 코너에서 박준형은 자신의 개그를 보여주기보다는 여러 개그맨들의 개그를 소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마치 ‘개그 콘서트’, 봉숭아학당의 선생님 같은 역할이다. 오지헌과 박준형이 ‘개콘’에서 보여주었던 발군의 감각을 드러내지 못하는 데다, 정종철마저 아내의 건강과 출산문제로 5개 월여 동안 프로그램에 나오지 않게 되자 이들의 투입효과는 거의 발견하기 어렵게 되었다.

전반적으로 코너들이 큰 웃음을 주고 있지 못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김경진은 호모 사피엔스’에서 김경진은 독특한 목소리와 특유의 엉뚱함으로 자신의 끼를 발휘하고 있고, ‘시사매거진 박준형의 눈’에서 짧은 코너 속 코너로 나오는 ‘최국의 한줄 논평’은 마치 댓글 문화를 반영하는 듯한 꽤 주목할만한 촌철살인의 개그를 보여준다. 한편 정종철이 이 달 말부터 복귀한다는 점과 ‘세바퀴’가 독립편성되어 ‘개그야’ 앞자리로 온다는 점은 새로운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물론 분명 ‘개그야’가 가진 금요일 심야 시간대 편성은 꽤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현재 ‘개그야’의 코너들은 너무 방만한 느낌을 주는 것 또한 사실이다. 시청률을 떠나서, 편성 시간대 같은 외부적 조건을 떠나서, 오로지 어떻게 하면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줄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만이 프로그램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생각해봐야 할 시기다. 이 고민을 통해 전성기 시절의 ‘개그야’가 빨리 오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