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무적 이평강', 신데렐라일까 평강공주일까

설화와 다른 온달 평강 왜?

이게 사극이야 현대극이야. '천하무적 이평강'은 사극 의복을 입은 출연진들이 시건방춤을 추는 예고편으로 관심을 끌었다. 제목이 주는 뉘앙스처럼 이 드라마는 평강공주를 주인공으로 하는 사극처럼 보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웬걸? 오프닝의 전투신에서 온달(지현우)이 칼을 휘두르는 장면이 지나고 나자 갑자기 시대가 현대로 바뀌더니 마치 다시 태어난 듯한 온달과 평강(남상미)의 좌충우돌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것도 사극 속의 온달, 평강과 현대극 속의 그들은 관계가 역전되어 있다. 사극 속에서는 어딘지 지질한 온달을 장군으로 만드는 평강공주가 등장하는 설화 속의 이야기 그대로지만, 현대극에서는 온달이 리조트의 후계자이고 평강은 그 리조트에서 일하는 객실팀 직원이다. 즉 리조트가 한 왕국을 대변한다면 그 왕국 속에 온달이라는 왕자와 평강이라는 평민이 있는 셈이다. 이 드라마는 왜 이렇게 사극과 현대극을 병치했고, 또 그 관계는 왜 역전되어 있는 것일까.

스토리 상으로 보면 사극 속의 온달과 평강이 현대에 환생한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단순한 환생 이야기를 넘어서는 재미있는 드라마적 장치가 들어간다. 그것은 사극의 이야기와 현대극의 이야기를 병렬적으로 세워두었다는 점이다. 즉 과거의 온달, 평강과 현재의 그들을 동시에 세워두고 있어 그 변화된 모습이 주는 웃음은 물론이고 그 속에 숨겨진 현대적 의미를 되새길 수 있게 해준다.

우리가 흔히 '온달 콤플렉스'라는 말로 온달과 평강의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사용하는 것처럼 '천하무적 이평강'이 보여주는 것은 바로 이 현대판 온달의 이야기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그 설정이 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물질적인 부를 갖고 있는 온달과 빚쟁이들이게 쪼들리는 가난한 평강은 이 드라마가 온달 콤플렉스가 아니라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다루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이러한 물질적인 기준으로 나뉘어지는 온달과 평강과는 상반되게, 사람 됨됨이로 보게 되면 '천하무적 이평강' 속의 온달과 평강은 과거와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즉 여전히 온달은 어딘지 빈 구석이 많고 평강은 꽉 찬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따라서 과거나 지금이나 평강이 온달을 사람 만드는 이야기는 마찬가지가 된다.

바로 이 지점이 이 드라마가 흥미로워지는 부분이다. 이 드라마는 물질적인 기준 위에서는 신데렐라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정신적인 기준에서는 온달 콤플렉스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신데렐라 이야기는 드라마가 내세우는 판타지에 해당하고, 온달 콤플렉스 이야기는 이 드라마의 의미에 해당한다. 즉 드라마의 판타지적인 재미는 이평강이라는 평범한 여성이 온달이라는 리조트 후계자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그 이평강이 돈이면 다되는 줄 알고 살아가던 온달을 사람 만드는 현대적 의미가 있다는 얘기다.

'신데렐라' 이야기가 시대를 거듭하면서 끊임없이 재해석되면서 그 의미를 현대적으로 되살리듯이 '천하무적 이평강'은 바로 그 원전 이야기를 재해석하는 재미를 선사한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는 현대적인 의미의 평강이라는 인물을 다시 만나게 된다. 그 인물이 우리에게 전하는 이야기는 이렇다. 이 시대의 신데렐라는 왕자를 그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평강으로 만듦으로써 쟁취되는 것이라고.